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 등록 2025.06.30 17:05:31
크게보기

보따리장수 엄마와 나의 옷 이야기


옷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옷의 기능적인 면이 큰 몫을 차지했지만, 요즘 옷에 의미는 다양합니다. 입은 사람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옷차림으로 직업이나 취향, 그 사람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한 편 감추고 싶은 부분은 가리고, 자신 있는 부분은 강조해서 자기만의 개성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발전하고 점점 더 편리해 짐에 따라 옷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끝없이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옷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옷이 많은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름옷이 더 많습니다. 여름옷은 겨울옷에 비해 부피도 적고, 가격이 싸기에 지나다가 마음에 들면 바로 사도 부담 없기 때문입니다.

 

예쁜 옷을 입으면 예쁜 사람이 된 것 같아 예쁜 표정을 짓게 되고, 예쁘게 말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만남의 장소와 목적에 따라 옷을 고르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옷차림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걸 보여주는 나의 이미지이기 때문이죠.

 

국민학교에 입학 전까지 나는 동네에서 예쁜 옷이 가장 많은 아이였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아동복을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팔던 ‘보따리 장수’였기 때문입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오기 전에 나는 엄마가 입혀준 옷을 입고 열심히 따라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빨랫줄에 아이들 옷이 걸려 있는 걸 보고 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낯선 집에 가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에 인 보따리를 마루에 풀어 놓고 여러 가지 옷들을 늘어놓았습니다.

 

살던 곳이 농촌이라 집에 사람이 없을 때가 많아서였을까요? 엄마는 저녁밥 짓느라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올 때쯤 내 손을 잡고 막 뛰어다니셨습니다. 나는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또래 친구라도 만나면 마당에 그림도 그리고 공기놀이도 하면서 같이 놀고 싶어 했었던 것 같은데, 엄마는 그 집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연신 옷을 갈아입히며 장사에 열심히 셨습니다. 다른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때의 기분 좋았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엄마가 나를 예쁘고 자랑스럽게 보았던 그 시선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어나봐, 돌아봐. 야! 우리 딸 참 이쁘네”

“그러게 뉘 집 딸이야, 정말 이쁘네? 이 옷은 얼마야?”

 

지금 생각해도 엄마의 친화력은 세계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어려운 시절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잘 살 수 있었거든요. 착한 엄마는 때론 옷값 대신 내가 좋아하는 책을 빌려오기도 하고 감자나 콩을 받아오기도 했답니다. 어쩌면 엄마에게는 고달픈 나날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철없던 소녀에게는 엄마와 함께했던 한없이 즐거웠던 소중한 추억입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일까요? 나는 외출하기 전에 거울 앞에서 옷을 고를 때마다 그 시절의 엄마의 웃는 얼굴이 떠오릅니다.

 

“엄마 나 어때? 오늘도 예쁘지?”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 좋게 집을 나서며 엄마에게 전화합니다.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주요활동]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Copyright @대한민국경제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