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 유경재의 법률 칼럼

  • 등록 2025.07.06 19:17:20
크게보기

투자금인가, 대여금인가?

– 민사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쟁점


사업 자금이나 급한 돈을 지인에게 건넨 뒤 시간이 흐르고, 그 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이건 투자였던가, 대여였던가?"라는 의문이 생기며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들 중에는 “돈은 줬지만,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결국 분쟁의 핵심은 그 돈이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두 개념은 외형상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여금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빌려준 돈’입니다. 특정 시점에 원금을 돌려받기로 약정한 금전소비대차관계로, 이자 약정이 있을 수도 있고, 채권자로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인정됩니다.

 

반면, 투자금은 어떤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고, 수익이 발생했을 때 일정 비율의 이익을 분배받기로 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익이 발생하면 수익을 나누지만, 사업이 실패할 경우 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도 그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입니다. 즉, 투자금은 원칙적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계약서 등 서면 증거 없이, 구두 약속만으로 돈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돈을 준 사람은 “빌려준 돈이니 당연히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받은 사람은 “사업 자금을 투자받은 것이고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돌려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서로의 기억과 해석이 다르다 보니 결국 법적 판단을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안에서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금전의 법적 성격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전 지급 경위, 당사자 간 관계, 지급 당시의 대화 내용, 수익 분배나 이자에 관한 약속의 유무, 사업계획서나 제안서 등의 존재 여부, 자금 사용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 내용도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26187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금원을 이체하는 등으로 송금하는 경우 그 송금은 소비대차, 증여, 변제 등 다양한 법적 원인에 기하여 행하여질 수 있는 것이므로, 송금한 금원이 이를 수취하는 사람과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대여금이라는 사실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즉, 돈을 보낸 사람이 "대여금이었다"고 주장한다면,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도 그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울산지방법원 2023. 8. 22. 선고 2022가단8985 판결에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금전 교부에 관한 약정이 금전소비대차인지 투자계약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약정의 실질적인 내용을 고려해야 하며, 투자계약의 본질적 특징은 그 투자 사업에 따른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과 투자원금 회수의 위험성에 있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수수되는 금전이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 여부는 이러한 불확실성 또는 위험성을 주된 요소로 삼고, 당사자의 의사, 원금의 보장 여부, 대가의 고정성, 사업 수익과의 연관성, 투자자의 사업 관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처럼 법원은 당사자 간 서면 계약이 없더라도, 당시 상황과 정황, 간접 증거를 면밀히 살펴 금전의 법적 성격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이런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돈을 주고받을 때 반드시 서면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대여라면 차용증을, 투자라면 투자계약서나 수익 분배 약정을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서류 한 장이 수년간의 분쟁을 막고, 신뢰관계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됩니다.믿는 사이일수록 명확한 기록이 더욱 중요합니다. 수익을 기대하며 도운 사업이었더라도, 법적으로 자신이 어떤 책임을 부담하는지 분명히 해두어야 억울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같은 1,000만 원이라도, 대여금이면 반드시 갚아야 하고, 투자금이면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법적 성격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 줄의 계약서가, 몇 년의 소송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금전이 오가는 상황이라면, 단 한 번이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보는 것이 결국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김나리 · 유경재 변호사

(법무법인 한원)

02-568-1301

nrkim@hanonelaw.com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Copyright @대한민국경제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