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원의 초콜릿 영어칼럼

  • 등록 2024.11.06 1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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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Weather – 몸이 좋지 않은


비가 오면 몸이 찌뿌둥하다고 하지요. 어르신들께서 “허리가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보다.” 이런 말씀을 종종 하십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합니다만, 장마가 길어질 때는 왠지 기분이 살짝 울적해지기도 해요. 이렇게 날씨로 인해 우리의 몸이나 감정의 상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under the weather> 은 “날씨 아래에서”라는 의미로, 18세기에 <under the weather bow>라는 표현으로 먼저 쓰였다고 합니다. 배의 갑판을 의미하는 <bow> 라는 단어를 볼 때, 이 표현이 바다 생활을 하는 선원들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날이 좋지 않거나 폭풍우를 만나면 파도에 배가 심하게 흔들리지요. 이때 선원들은 극심한 멀미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배에서 가장 덜 흔들리는 곳이 갑판<bow>이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진 선원들은 갑판 아래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고 해요.

- 날씨<weather>로 인해 갑판<bow> 아래에<under> 있는 것

 

이렇게 <under the weather> 은 휴식을 취해야 할 만큼 컨디션이 나빠진 상태의 선원들에게 사용한 표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사용 범위가 넓어져서, “몸이 안 좋거나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를 나타낼 때 쓰이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I am sick> 라고 말하는 것보다 좀 더 부드럽게 나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어요.

또한 <I am stressed>보다는 <I’m feeling under the weather>로 스트레스를 받아 지친 나를 조금은 더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Mom : “How do you feel now?”

(몸은 좀 어때?)

 

Child : “I’m still under the weather.”

(여전히 몸이 안 좋아요)

 

Mom : “If you sleep a lot, you will feel better soon.“

(잠을 많이 자면, 금방 나아질 거야)

 

 

가을바람이 차가워진 지난 월요일 아침, 두 아이를 무사히 등교시키고 서둘러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어요.

 

 

"3학년 7반 정하 담임 선생님"이라는 발신자 이름을 보고는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어요.

 

“어머니, 정하가 아침부터 열이 나고 속이 울렁거려서 양호실에 있었는데,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조퇴해야 할 것 같아요.”

 

그나마 출근 전에 전화를 받아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정하를 데리러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얼굴이 창백해진 정하가 교문에서 나오는 걸 보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그래도 병원에서 단순 감기라고 하여 한시름 놓았습니다. 약을 먹은 뒤 어지럼증이 좀 나아졌는지 우리 정하는 덩달아 기분도 좋아 보였어요.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분명 학교에서는 아팠는데 집에 오면 컨디션이 갑자기 좋아지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마음이 편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니 당연한 이치인 듯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팔팔해진 아이는 금세 아팠던 것도 잊어버리고 놀고 싶어 했어요.

 

저는 아이를 다독이며 말했습니다. “아플 때는 무리해서 놀지 말고 푹 쉬는 게 중요해, 정하야. <under the weather>이라는 말이 있단다. 너처럼 몸이 안 좋거나 기운이 없을 때 쓰는 말이야. 마치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처럼, 우리 몸도 안개 속에 있는 듯 축 처질 때가 있거든. 그럴 땐 충분히 쉬어야 다시 맑은 날씨처럼 건강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어.”

 

아이는 조금 실망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근데, 정말 조금만 놀면 안 돼요?”

저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아플 때는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고 엄청 열심히 일하고 있거든. 네 몸이 <under the weather> 상태일 땐, 몸을 쓰지 않고 쉬어줘야 도움이 된단다. 그렇지 않으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려.”

 

제 말을 이해한 듯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엄마가 퇴근해서 올 때까지 낮잠을 짧게라도 자 볼까? 잠에서 깨면 몸도 기분도 몰라보게 더 좋아져 있을 거야. 비가 그친 뒤, 햇살이 내리쬐어 예쁘고 환한 무지개가 생긴 것처럼 말이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낮잠을 청하는 아이를 꼭 안아주고는 집을 나섰습니다. 곁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득 안은 채, 저녁에는 몸이 한결 가벼워져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Listen to your body.

When it’s under the weather, it’s time to slow down and recover.”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상태가 좋지 않다면, 속도를 늦추고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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