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어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6학년 청소년과 함께 하는 푸드표현예술 활동은 자존감 회복과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여섯 번의 만남과 푸드표현 예술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 프로그램의 첫 만남에서 특별히 관심을 끈 한 학생이 있었다.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청소년을 둔 부모나 주 양육자라면 그 학생에게 훈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해보면서 이제부터 그 학생, ‘봄’이 이야기를 해본다.
‘봄’이는 첫 시간에 은유적 별칭으로 ‘없음’이라고 펜으로 가느다랗게 썼다. 긍정적 단어를 권하자 ‘망함’이라고 썼다. 첫 만남에서 아이들과 신뢰감을 구축하는 라포 형성은 봄이가 지은 ‘없음’과 ‘망함’의 결정을 적극 수용하고 한편으로 심리적인 방어기제는 어떤 것일까를 고려한다.
“내 별명은 ‘망함’이야.”라고 짧게 소개하고 끝냈다. 녀석의 뚝심이 맘에 들었다.
이어서 꼬깔콘 빨리 끼우기는 순발력과 사고의 유연성으로 소중한 자기 몸을 탐색해본다. 울퉁불퉁하게 제멋대로 생긴 꼬깔콘은 마음 대로 통제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어서 매체를 어떻게 조절하고 연결하는지 관찰한다. 성장하면서 접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이 푸드표현 활동 속에 숨어있는 알아차림이 내재 되었다.
대부분 엄지손가락부터 끼운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옮기며 놀이한다. ‘망함’으로 별칭 한 봄이는 다섯 손가락에 골고루 잘 끼우고 있었다. 연결된 꼬깔콘은 다섯 손가락의 변신이었다. 마법의 손가락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친구들의 쏟아지는 환호에 봄이는 손가락을 펴서 더 높여 올려 흔들었고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와~멋지다!”
“네 손을 보니 해외 잡지에 실린 매니큐어 손 모델 광고가 생각났어”
내가 건넨 말에 봄이는 자기 손을 주시하더니 눈과 손 사이에 섬광의 빛으로 통했을까? 내 몸의 한 부분인 손으로 인하여 “나는 멋있는 사람이야”라는 표정이 그 순간 확연하게 봄이 얼굴빛이 달라졌다.
“저도 손 모델 할래요.” 처음으로 입을 뗐다.
꼬깔콘에 이어, 자신의 강점 찾기에서는 강점을 보석으로 표현하고 ‘내 안에 숨어있는 보석 캐기’로 자신을 알아 본다.
“제 강점은 ‘아이들을 때리는 거예요.”
“와우~ 그래? 놀랍다, 그러면 혹시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를 때려주고 싶니?”
“아무나 막 때려주고 싶어요.”
“그럼, 누구부터 그렇게 해줄까?”
“000이오”. “또 누구?” “000 선생님요”.
“좋아, 또 누구 있어?” “다 말해 봐!” 봄이가 멋쩍은 듯 웃는다.
“우리 봄이가 그런 사람 다 때려주고 싶을 만큼 속상했구나?”
“뭐 그렇죠….”
마음속에 속상하거나 화날 때 선생님에게 말해줄 수 있니?”
“왜요…?”
“그럼 나중에라도 말하고 싶을 때 해 봐. 선생님께서 너를 도와줄게.”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봄아, 보석 하나만 더 말해 봐! 네가 잘하는 것으로.”
“운동이요. 저는 힘이 세거든요.” 씩씩하게 큰 소리로 말했다.
“운동도 잘하고 힘도 세다고? 그럼 보석이 두 개나 있네.
이 보석들로 너를 위해 무얼 들 하면 좋을까?”
“저는 힘이 세니까요, 레슬링 선수할래요.”
깡마른 체격에 혈기 없는 행색은 레슬링 선수는커녕 생존부터 염려되는 나였지만, “레슬링 선수하려면 체력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운동 뭐 잘해?”
“저 육상 잘해요.”
“좋아! 그럼 그렇게 능력을 키워보자고….”
봄이 얼굴에는 예전에 볼 수 없던 편안함과 안도감이 보였다.
‘때려주고 싶다’는 욕구 표출에 대해 판단이나 조언 없이 봄이의 마음을 그대로 수용하니 내적 충족이 되었을까. 그 몇 마디에 스르르 녹는 봄이가 안쓰러웠다.
두 번째,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색으로 파스텔 색소금 푸드표현이다.
빨강과 초록색 파스텔을 고른 이유를 물었다.
“그냥.” 하더니 다시 꼼짝 않는다.
“흰 도화지 위에다 빨간색 소금과 초록색 소금을 조금씩 흔들어 봐, 어떤 형태가 나타날 거야.” 계속 흔드니 불그스레해지자 '사과'라고 명명했다.
“사과 모양의 창조적 능력을 갖춘 자”라며 지지하고 칭찬했다. 사과 위에 초록 잎사귀를 표현하니 과수원에서 방금 따온 것 같다며 빨강 초록 노랑으로 조합된 사과로 인해 봄이는 다시 충만해 보였다.
“와, 천재 같은데? 색깔 선택이 탁월해. 그렇지?”
“네. 제가 좀 그렇긴 해요”
초록색 꼭지가 달린 완성된 사과를 보며 푸드표현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한다. 종이 위에 조화롭게 섞인 색 조합으로 만들어진 사과는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처럼 오묘하고 신비롭다고 했다.
“오, 멋있는 사과는 어떻게 할까?”
“... 그냥 볼래요”
이후 봄이는 푸드 매체를 고르는 자기 결정과 작품 표현에 몰입 지경의 자기 주도자요, 자기 내면에 작은 실마리를 찾아 미적, 언어적 구사로 적극 참여했다. 앞으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미국에 가서 손 모델이 되고, 레슬링 선수로 국제무대 진출하리라는 꿈도 가졌다. 존 고다드의 꿈이 작은 기록으로 시작된 것같이 봄이 마음에도 꿈이 그렇게 오늘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인디언 속담처럼 주 양육자의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한 사람의 돌봄과 사랑이 봄이에게 필요하다. 그 한 사람의 지속된 만남이 이어지고 연결돼 소우주인 봄이가 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하고 변화와 성장을 이어가도록 지켜볼 수 있으면 한다.
한 생명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아 보랏빛 콜라비 꽃으로 봄이를 표현해 보았다. 지금은 비록 퉁명스럽고 무기력하나 다듬어지고 튼튼한 콜라비 탑처럼 행복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 봄이 되면 천지 사방에 뻗은 벚꽃나무로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들 때 봄이도 그 나무 아래에 있겠지. 세상의 주역으로 성장한 우리의 ‘봄’이.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 봄이와 우리의 인생.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br>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br>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br>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http://www.kecopress.com/data/photos/20241145/art_17308556264402_20767c.png)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