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것이 장점이다?
눈치 보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살피며 산다. 상황을 판단해 생존하려고 눈치껏 행동해서 자기 계발을 하는 계기를 맞기도 한다. 하지만 눈치 본다는 것은 좀 다르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눈치를 본다고 하면 대체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나 비굴한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최근에 나는 눈치 본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을 파악하려는 나름의 노력이고 그로 인해 대인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마련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얼마 전, 평생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하며 살아온 지인 A를 만났다.
대화를 나누던 중 그분 남편과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가족과 단절한 채 오랫동안 밖으로 나돌았다. 그러던 중 남편이 갑작스레 건강 악화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돈이 있고 아쉬울 것이 없어서 세상만사 그의 뜻대로 했지만, 막상 반신불수로 쓰러지자 돌볼 사람이 없으니 지인 A가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남편을 모셔 오는 것을 자녀들은 물론 다른 가족마저 만류했다. 가정을 돌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고 적으로 삼았던 가장이 어려워졌을 때, 그제야 손 내민 것을 누구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A는 모두가 만류하는데도 남편을 집으로 모셔와서 지극 정성으로 간병하고 있다.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았으니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 그동안 상처받는 자녀들에게 보통의 가정은 보여줘야 한다고, 등 돌리고 살았던 자식들과 아버지와의 인연을 잘 연결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A 갸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자신의 인생이 불완전하게 끝나는 것을 용납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했다. 가장과 자식이 화해하고 살아가는 완전한 가족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한다.
그런 A의 뜻은 병상에서도 여전히 안하무인이고 가부장적인 남편의 태도와 성격 때문에 난관에 부딪혔다. 고집과 자기애로 똘똘 뭉친 그에게 반전의 여지와 갈등이 풀릴 실마리조차 없는 상태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도 남편의 장점은 있지 않을까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A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제 그 사람이 내 눈치를 봅니다.”
“아, 눈치를 본다고요? 어떤 식으로 눈치를 보나요?”
“자기의 위치를 인정하고 내 눈치를 보는 거죠. 눈치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눈치를 보니까요. 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지니까 은근히 그동안 맺혔던 게 풀리던데....”
“그렇군요, 눈치가 남편의 대단한 장점이 되겠군요.” 그녀는 의아해했다.
“남편이 눈치를 보는 건 가정을 회복할 수 있는 신호탄이 아닐까요? 이제 남편이 눈치 보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활용해서 가정이 회복되는 도구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A는 내 말에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장점으로 전환시켜 그때마다 칭찬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눈치를 보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긋나지 않도록 잘 맞춰가는 일이기도 하다. 때론 부드럽고 때론 강하게 상대를 대하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A는 남편이 보는 눈치에 대해 “예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게 눈칫밥이라 생각했어요. 살려고 얼마나 눈치를 봤어요? 하지만 지금은 눈치 보는 일이 칭찬해 줄 일이네요. 내 눈치를 봐주니까 나를 존중해 주는 것 같고요.”리고 했다.

나는 남편이 눈치를 본다는 것은 그 자신을 사랑하는 현명한 태도이며, 그동안 피폐한 관계 회복의 지름길이 되고, 그 작은 눈치가 나비 효과를 낼 것이다. 눈치 보는 것을 당당하게 여기도록 A가 남편을 지지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긍정의 분위기가 인간관계에 얼마나 중요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란 것에도 공감했다.
사람이 더 잃을 것이 없을 때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마음에 평정을 얻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스스로 취한 태도에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준 A에게 자기 돌봄과 사랑의 에너지를 주고 싶다. A가 바라는바 가장 큰 보물, 안정된 가정을 가슴에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며 푸드 작품을 보낸다. “눈치가 장점이야.“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br>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br>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br>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http://www.kecopress.com/data/photos/20241146/art_17314556264911_44fac0.png)
▲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