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영의 마음공감

  • 등록 2024.12.25 1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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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속도는 왜 빨라질까?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연말이 다가오면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방학의 두 달은 무한히 길게 느껴졌지만, 성인이 된 지금 두 달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우리는 시간을 붙잡으려 하지만,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는 듯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시간 비례 이론으로 설명한다. 어린 시절의 한 해는 우리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10살 때의 1년은 인생의 10분의 1이지만, 40살 때의 1년은 단 40분의 1이다. 나이가 들수록 한 해가 전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시간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리고 빠르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과 시간의 축약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결과 시간은 길고 선명하게 기억된다. 처음 비행기를 탔던 날, 낯선 도시를 여행했던 순간, 새로운 음식을 먹어본 경험은 모두 강렬하게 남아 있다. 반대로, 반복적인 일상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압축시켜 버린다.

 

이는 단조로운 하루를 보내며 “오늘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루는 마치 한순간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의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하루를 일기로 적거나 사진으로 남기는 행위는 우리가 시간을 음미하고 되돌아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스마트폰 사진을 찍는 데 그치지 않고, 찍은 사진을 정리하거나 다시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더 의미 있게 느끼게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거나, 가보지 않은 장소를 방문해보자. 작은 변화도 충분하다. 평소 걷던 길 대신 다른 길로 산책하거나, 좋아하는 음식 대신 새로운 메뉴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이런 새로운 경험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주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멈추고 현재를 느끼기

 

마지막으로, 의식적으로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바쁘다. 일정에 쫓기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라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치곤 한다. 잠시 멈춰서 현재를 느껴보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거나, 하늘을 바라보며 가만히 쉬는 시간도 좋다. 이런 짧은 멈춤이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연말, 시간을 붙잡는 연습

 

연말은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처럼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기간이기도 하다. 지나간 시간에 연연하기보다, 남은 시간 동안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살아보자.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현재를 느끼는 작은 실천이 올해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올해의 마지막 한 달이 당신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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