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영의 마음공감

  • 등록 2025.01.31 22: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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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설날, 우리의 설을 되묻다


설날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이지만, 그 풍경과 의미는 시간이 흐르며 많이 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설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가족들이 한데 모여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웃음소리와 함께 차례를 올리던 장면은 누구나 간직한 명절의 단면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설은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고향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가족 모임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전통의 퇴보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춘 자연스러운 진화일까?

 

설날, 달라진 풍경의 의미

 

설날은 한 해를 시작하며 가족, 친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의 모습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고향으로의 귀성’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날을 즐기고 있다.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가족, 명절 특수를 노린 호텔 패키지를 예약하는 젊은 세대, 혹은 한적한 집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까지, 설날의 모습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명절의 전통적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은 현대적인 설날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전통의 상실이라기보다, 각자의 삶의 방식에 맞게 명절의 의미를 재해석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설날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설날, 연결과 쉼의 시간

 

명절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쉼’과 ‘연결’의 시간을 선물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 디지털 시대의 연결은 편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온기가 있다. 설날은 그런 온기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날이다.

 

하지만 쉼의 방식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전통놀이를 하며 옛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명절이 제공하는 진정한 가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느냐에 있다.

 

한편, 명절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특히 가족 내 역할 분담이 변화하면서 여성들에게 집중되던 명절 노동은 점점 분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명절이 ‘휴식’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되찾아가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

 

많은 사람들이 설날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을 가진다. 전통을 온전히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과, 더 이상 전통이 현대인의 삶에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고 재해석되며, 현대와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처럼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프리미엄 명절 음식 세트를 주문하는 가정이 많아졌지만, 그것이 설날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니다.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사례다. 명절의 의미는 그 형식에 있지 않고, 우리가 느끼는 마음과 의미에 있다.

 

설날의 미래, 새로운 질문을 던지다

 

현대인의 설날은 이제 단순히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설날은 점점 더 개인적인 선택의 날이 되고 있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전통을 훼손한다고 단정짓기보다, 이 변화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설날은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설날을 기다리는가?’, ’올해 나는 설날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이는 단순히 명절의 전통을 논하는 것을 넘어, 명절이 나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설날은 지나간 시간의 아쉬움을 곱씹는 날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날이어야 한다.

 

우리의 설, 나의 설

 

설날은 여전히 우리 삶에서 중요한 자리로 남아 있다. 그 의미는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있지만, 설날이 전하는 본질적인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날이라는 것이다.

 

올해 설날은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는 날이 되길 바란다. 누구와 함께하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그 시간이 나에게 특별하다면 그것이 곧 설날의 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설날, 우리는 각자의 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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