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out of steam – 체력이 고갈되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 겨울 방학 숙제로 ‘기차에 관한 책’을 받아왔습니다. 그냥 책이 아니라, 개학 후 ‘북퀴즈’를 대비하기 위한 책이었어요. 방학 동안 엄마와 책을 열심히 읽어오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제게 책을 읽어달라 졸랐댔지요. 북퀴즈에서 1등 트로피를 받겠다며 말입니다. 똑같은 책을 매일 반복해서 읽어주는 게 너무나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이와 가끔 꺼내 보며 웃을 수 있는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었어요. 덩달아, 저야말로 정말 ‘기차 도사’가 되었답니다.
혹시 여러분은 증기 기관차가 무언지 알고 계시나요?
19세기에 사람들은 증기 기관차로 여행을 다녔답니다. 자동차와 전기 열차가 등장하기 전이었지요. 휘발유와 전기가 아닌 증기로 나아가는 기차였습니다. 석탄을 용광로에 넣고 태우면서 물을 끓였고, 그 물이 증기로 바뀌며 엄청난 압력과 에너지를 냈습니다. 하얀 증기<steam>를 구름처럼 내뿜으며 달리는‘증기 기관차’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만약 기차에 석탄과 물이 다 떨어지면 어찌 되었을까요? 더 이상 증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고, 증기가 다 떨어진 기차는 점점 느려지면서 결국 완전히 멈출 수밖에 없었답니다. 석탄과 물을 다시 채울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어요.
- <steam> 증기가 <run out of> 다 떨어진다
증기가 다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기차를 보며, 당시 사람들은 그 모습이 마치 인간이 에너지를 잃고 피로해 하는 모습과 똑같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1800년대에는 <Run out of steam>이“힘이 다 빠져서 무언가를 계속할 수 없는 상태”를 비유하는 매우 인기 있는 표현이 되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Run out of steam>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답니다.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시작했지만, 점점 지쳐버려서 결국 멈춰야 하는 그런 상황에서 말이에요.
Child: Mom, let’s go to the market!
(엄마, 마트에 가요!)
Mom: I ran out of steam. I'm so tired.
(힘이 다 빠졌는데 어쩌지. 너무 피곤하구나.)
Child: Oh, no! How can I help you?
(어떻게요! 제가 도와줄 방법 없어요?)
Mom: A big hug would be perfect!
(따뜻한 포옹 한 번이면 딱 좋겠네!)
어느 토요일, 정하와 정우는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칭찬 스티커 5개를 모아 문구점에서 원하는 걸 살 수 있는 날이었거든요. 워낙 투덕거리며 싸우는 통에,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날마다 칭찬 스티커를 주겠다는 엄마의 아이디어였죠.
“우와! 드디어 문구점 가는 날이야!”
남매의 들뜬 목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어요. 동생 정우는 아침부터 신이나 이방 저방을 뛰어다니고, 정하는 미리 사고 싶은 물건들을 적어두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을 챙겼습니다.
엄마는 아이들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어요. 방 청소, 거실 정리, 빨래, 설거지까지 모두 끝내고 나니, 출발하기도 전인데 벌써 다리가 무거웠답니다.
문구점에 도착하자마자 두 아이는 가게 안으로 뛰어들었어요. 얼마나 애써 모은 칭찬 스티커인데요, 최고의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로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와! 여기 완전 보물 창고야!”
“엄마! 이 노트가 예뻐요? 아니면 저 메모지가 예뻐요?”
“엄마, 지우개 달린 연필이 좋을까요? 안 달린 게 좋을까요?”
엄마는 아이들의 고민하는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았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갖고 싶은 물건을 고르는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워 보였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엄마는 다리가 무거워지고, 눈이 감길 것만 같았어요. 아침부터 힘을 많이 쓴데다, 한 시간이 다 되도록 문구점에서 이리저리 아이들을 쫓아다니니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지요.
엄마의 느릿느릿한 모습에 정우가 의아한 듯 물었습니다.
“엄마, 왜 이렇게 거북이처럼 천천히 걸어요?”
엄마는 피곤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어요.
“정우야, 지난 방학 때 열심히 읽었던 ‘기차 책’ 기억나지? 엄마가 지금 완전 <Run out of steam>이란다. 기차가 연료가 다 떨어지고 증기<steam>가 없어서 멈춰버렸던 거처럼 말이야.”
정우가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엄마도 기차처럼 연료가 떨어지면 멈춰요?”
아이의 순진한 얼굴에 엄마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어요.
“그렇지. 아침부터 너무 열심히 움직였더니 지금 완전히 스팀이 다 떨어졌어. 기차가 멈추면 다시 연료를 채워야 움직일 수 있지? 우리도 너무 열심히 하면 지칠 수 있으니까, 중간중간 쉬면서 힘을 다시 채워야 해.”
엄마와 동생의 대화를 옆에서 들은 정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거들었어요.
“엄마, <Run out of steam>일 땐, 연료 채우러 가야죠! 돈가스! 어때요?”
평소에 돈가스를 제일 좋아하던 정하의 말에 엄마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 얼른 쇼핑 끝내고, 우리 맛있는 돈가스 먹으러 가자!”
누나의 반짝 제안에 신이 난 정우가 폴짝폴짝 뛰었어요.
“맞아요! 빨리 고를게요! 엄마가 <Run out of steam>하지 않게요!”
방학 동안의 힘들었지만 소중하게 남았던 ‘기차 책’의 추억이, 오늘의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은 또 다른 추억으로 가는 디딤돌이 된다는 말처럼요.
“Like a steam engine, a man must rest and refuel, or he will run out of steam and stop.”
(증기 기관차처럼 사람도 휴식을 취하고 연료를 공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증기가 고갈되어 멈출 것입니다.)
- Theodore Roosevelt (Former U.S. President)
김채원 작가
하루하루 만족하는 하루, 소확행을 그리며 영어를 가르치는 원장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초콜릿영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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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