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원의 초콜릿 영어칼럼

  • 등록 2025.02.07 11: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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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he hook – 위기를 모면한다


낚싯바늘에서 운 좋게 빠져나온 물고기처럼, 우리도 가끔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때가 있습니다. 깜빡 잠이 들어 친구와 한 약속 시간을 놓쳐버렸는데 친구가 먼저 남겨놓은 취소 문자를 발견했을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해서 발을 동동 굴리다가 우회도로를 발견해서 쉽게 빠져나왔을 때도 있을지요?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아마 가슴을 쓸어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겁니다.

 

명절 음식 할 생각을 하니 벌써 몸이 천근만근인데, 시어머니께서 미리 다 준비해 놓았으니 천천히 오라 하시면 어떨까요?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말할 수 있는 안도의 영어 표현을 오늘 알려드리려고 해요.

 

<Off the hook>이라는 표현은 “낚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옛날부터 낚시할 때, 사람들은 낚싯대 끝에 바늘 <hook>을 달았어요. 거기에 미끼를 끼워서 물고기를 유인하지요.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걸리게 되고 도망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때때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낚싯바늘에서 빠져나와, 다시 자유롭게 물속으로 도망치는 일도 있습니다. 그날 저녁 식탁에 올려지는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게 된 것이지요.

 

- 낚싯바늘에서 <the hook> 벗어나다 <off>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위험하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off the hook>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숙제해오지 않은 날 선생님께서 숙제 검사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수업 마치는 종이 울려 위기에서 벗어나는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표현이에요.

 

현지에서도 <off the hook> 는 “곤경에서 벗어난다”, “책임에서 벗어난다”, “위기를 모면한다”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자주 쓰입니다.

 

 

Mom: Did you bring your umbrella? It’s raining!

(우산 챙겼니? 비가 오네!)

 

Child: Oh no! I left it at home!

(앗, 안돼! 저 집에 두고 왔어요!)

 

Mom: Lucky you, the school has extra umbrellas.

(운 좋게도, 학교에 여분의 우산이 있다고 하네.)

 

Child: Phew! I’m off the hook!

(휴! 위기는 모면했네요!)

 

 

햇살이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어느 토요일 아침, 정하는 기지개를 켜며 방안에서 꾸물꾸물 나왔습니다.

 

“아, 드디어 주말이다! 오늘은 온종일 쉬는 날!”

 

주방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던 엄마는 정하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약속, 알지? 숙제 먼저 끝내고 노는 거, 잊지 말자!”

 

“네에!” 정하는 힘차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사실 TV를 먼저 보고 싶었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엄마가 설거지하는 동안, 방 안으로 들어가 몰래 TV를 켰어요.

 

주방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며, 리모컨을 꼭 쥔 채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고, 정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TV 속으로 빠져들었답니다.

 

그때였어요.

“정하야, 숙제 시작했어?”

엄마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왔습니다. 정하는 깜짝 놀라, 번개처럼 리모컨을 눌러 TV를 껐어요. 그리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숙제하는 척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잠시 후,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어요.

“혹시, 방금 TV 봤어?”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 듯 정하의 눈동자는 흔들렸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아니요!”라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뭔가 결심한 듯 깊이 숨을 들이쉬었지요.

“네…. 사실은 조금 봤어요. 혼날까 봐 말 안 하려고 했어요. 미안해요, 엄마.”

 

엄마는 따뜻한 눈빛으로 답을 기다리는 정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정말 잘했어. 정하야, 엄마가 늘 말했지? 솔직하게 말하면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이번엔 여기서 그냥 넘어가 줄게!”

 

정하는 깜짝 놀라 토끼 눈을 하며 물었어요. “정말요? 약속도 안 지켰는데…. 혼나지 않아요?”

 

엄마는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니? <Off the Hook>이라고 해.”

정하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엄마는 손가락을 낚싯바늘처럼 구부려 보이며 설명해 주셨어요.

“낚싯바늘을 영어로, <hook> 라고 해. 이걸 한번 물면 물고기는 바늘에 걸려서 도망칠 수가 없어. 그런데 가끔 운 좋게도 낚싯바늘에서 빠져나와 위기를 벗어날 때도 있어. 이런 걸 <Off the hook>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조금 전의 너처럼, 잘못은 했지만 솔직하게 인정해서 혼나지 않을 때 <Off the hook>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야. 곤경에서 벗어나는 거지!”

 

정하는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의 말을 들었습니다.

“엄마, 그러면 저는 오늘 정말 운 좋은 물고기네요!”

 

아이의 너무나 귀여운 표현에 엄마는 웃음을 가득 지으며 답했어요.

“맞아, 하지만 다음번엔 처음부터 약속을 잘 지키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정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다음부터는 <Off the hook>이 필요 없는, 착한 아이가 될게요!”

 


 

김채원 작가

하루하루 만족하는 하루, 소확행을 그리며 영어를 가르치는 원장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초콜릿영어학원 원장
TBN "교통사고 유자녀 행복한 멘토만들기" 멘토
EVT 영어보컬트레이너
세바시대학 무대 3회
미국 WVC TESOL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연락처 : 053-981-1255)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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