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헬렌송귀의 마음요리

  • 등록 2025.02.07 11: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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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한마디 - 소통하는 가족의 온도


"여보야, 맛있게 잘 먹었어, 고마워요."

 

여러분은 식사 후 이런 말을 자주 하시나요? 우리는 식탁 앞에서 감사합니다. 농부가 땀 흘린 노고를, 가족을 위해 애쓴 가장에게, 정성껏 밥상을 차린 주부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감사 표현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 간의 대화 방식은 부모의 영향, 가정 분위기, 성격 차이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하며, 특히 형제자매 간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는데도 감사 표현이 익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그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더욱 나은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설 명절에 형님댁에서 모였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여보야, 잘 먹었어, 고마워요!"라는 명쾌한 소리가 들립니다. 시숙님께서 밥상 인사로 화답하십니다. 그 얼굴에는 마치 젖먹이의 충만함,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었어요. 반사적으로 저는 남편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나, 같은 형제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담?” 그의 표정은 시숙님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저는 "밥 잘 먹었어, 수고했어"라는 말을 꼭 듣고 싶었거든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너무 감격하는 모습에 형님은 한마디 더 하십니다. “아휴, 저 이는 식당에 가서도 저렇게 큰 소리로 ‘고맙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야!” 그러면 주위 사람들도 한마디 하지, “어쩜! 저렇게 찰떡 부부래?”라며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형제간에 감사 표현의 차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가정 내 환경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부모가 평소 "고맙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 가정의 자녀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익히지만, 부모가 무뚝뚝한 스타일이라면 형제자매 간에도 이러한 방식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출생 순서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첫째는 책임감이 강하고 부모의 기대를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사 표현을 배우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막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성장하며 자주 표현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경우가 많아 감사 인사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숙님께 "어떻게 그렇게 감사 표현을 잘하세요?"라고 제가 여쭸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내 앞에 밥상을 차려줄 사람이 없으면 이렇게 기분 좋게 먹을 수 없지요. 안사람의 수고가 대단하지."라고 하셨습니다. 제 남편은 “당연한 걸 왜?” 여전히 이런 표정입니다. 화살이 돌아올까 봐 방어 태세까지.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나게 할까요?“

 

'당연함'과 '고마움'의 차이가 아닐까요? 이는 소통에 있어 엄청난 온도 차이를 만듭니다. 감사 표현이 익숙한 가정에서는 서로의 노력에 대가를 인정하고 존중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는 오히려 서운함이 쌓이고 오해의 소지가 큽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이런 분위기는 가족 간의 유대감이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감사 표현을 잘할 수 있을까요?

 

하나, 사소한 일에도 "고마워"라고 말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물 한 잔에도, 리모컨을 건넬 때도 감사의 표현을 해봅니다. 익숙하지 않으니 어색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밝은 표정의 눈 맞춤 인사만 시작해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둘, 하루나 한 주 동안 감사했던 일을 짧게나마 기록하는 감사일기를 써봅니다. 말이 어렵다면, 짧은 메모나 문자 메시지로 감사를 전합니다. 글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면 표현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조금씩 익숙해져서 상대에게 감사 인사를 듣게 되면 "별말씀을요"라고 겸손해하거나 당연하게 넘기지 않습니다. 이때는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요"라고 감사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반응하면 자연스러워질 것입니다.

 

형제자매 간의 소통 방식은 단순히 유전적 성격 차이가 아니라, 자라온 환경, 심리적 이유 그리고 소통 패턴의 영향을 받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감사 표현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가정은 유대감이 더 강해지고 갈등이 줄어들며 관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이 사소한 한마디로 가정의 분위기가 바뀌고, 형제자매 간에도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해 갈 것입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큰 소리로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외칩니다.

 

먼저 시작한 나의 사소한 한마디가 메아리 되어, 소통하는 가족으로 가정의 온도가 바뀌는 묘약이 될 것을 믿어봅니다.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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