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헬렌송귀의 마음요리

  • 등록 2025.02.11 22: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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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감당해 볼게


아내의 모든 일을 알아서 다 챙겨주는 남편이 있다. 결혼 40년을 한결같이 그렇게 그는 아내를 도왔고 그녀도 행복했다.

 

이런 배우자를 만난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할까?

 

이 부부처럼 평생 이렇게 지속 가능한 부부생활을 영위한다면, 서로 행복하고 좋겠으나 산다는 것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 않은 것 같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이해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부부이다.

그러나 부부간에도 힘이 있거나, 강력한 뱃심을 가진 어느 한쪽의 패턴을 따라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이랄까. 그러지 않으려고 애써도 안되면 포기하고 주저앉는다. 특히 가부장적인 사회에 익숙한 밀레니엄 부부에게는 일반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부는 남달랐다. 평생을 남부럽지 않게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 척척 해내는 남편이 자랑스럽고 그 배우자 자신도 즐거웠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 큰 변화가 일어났다. 더 이상 남편이 배우자의 안일한 행동을 참을 수 없어 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을 쏟아냈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스스로 챙기는 것이 기쁨이었던 그가 변심까지 한 것은 서로의 격차이다. 한계를 초월한 배려는 부담이 되고 올무가 되었던 것이다. 비로소 깨달았을 때 아내의 협조가 필요한데 철통같은 아내는 평생을 그렇게 하다가 변심이라며 오히려 무기력감과 우울증세를 보이게 된다.

 

변화무쌍한 세상살이에 부부가 성장과 변화를 꾀한다면 좋을 테지만 한쪽은 성장을, 한쪽은 남편 뒤에 자꾸 숨으려고만 하다가 결국 변곡을 맞는다. 더 이상 터질 것 같은 속내에 배우자는 끝내고 싶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40년 차, 이 부부가 나의 이야기일 수도,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일 수 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부부의 형태로 삶의 패턴을 이어가고 있는가?

건강한 부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부족 추장의 아홉 마리 염소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마리 값밖에 되지 않는 아내인 줄 알면서도 아홉 마리를 준비한 추장의 덕, 말이다. 자신의 능력만큼 베풀 줄 아는 인품으로 자기 가정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는 탁월함이 있다면 그것으로 기여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추장처럼 자신의 격에 맞게 아내를 비싼 값을 치르면서 그에 맞도록 아내가 성장하는 것을 간과하지 않은 점을 명심해 본다.

 

아내 또한 한 마리 분량밖에 되지 않는 자신에게 남편의 바람을 담아 자기를 개발하고 능력을 키우는데 게으르지 않아 바야흐로 아홉 마리 소의 값 이상의 사람이 된다는 소망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선물, 분명히 감사함으로 되돌려 준다면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올 것이다.

 

40년 지기, 아내가 남편의 배려를 기꺼이 그 값에 해당하는 몫으로 감당해 되돌려 줬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받은 선물의 크기가 크면 좋아할 수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부부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받은 만큼 표현하는 것이 좋고, 상호작용은 기쁨이 배가 되게 한다.

 

 

건강한 부부란?

 

서로가 성장하는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출 때 가능하다는 것을 이 부부를 통해 깨닫는다. 한쪽의 배려와 도움이 한없이 필요하거나 희생을 요구할 때도 있다. 하지만 힘이 닿는다면 다시 보상으로 돌려주어, 서로의 자리를 채워가면서 키워가는 부부라면 가능한 일이다.

 

“나 혼자 감당해 볼게!”진작 이런 말로 아내가 남편의 친절을 용기있게 거절했더라면 어땠을까?

 

[PS: 아프리카 한 부족인 토고자 마을의 추장 아들이 신부를 데려온 이야기

- 그 부족의 결혼 풍습은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올 때 그 신부의 가치만큼 암소를 지불한다는 것.

 

그러나 과거 어떤 신부도 암소 아홉 마리라는 대가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

두 마리만 받아도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자기의 신부를 데리고 오는데 무려 9마리의 암소를 대가로 치뤘다. 신랑은 자기 신부의 가치가 암소 9마리 이상이라고 생각했고, 암소 9마리라는 가치를 부여받은 신부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이는 훌륭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암소 9마리는 단순히 많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무한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미일 것이다.]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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