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와 미각
누군가는 민트 초코를 사랑하고, 누군가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고수를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한 입만 먹어도 비누 맛이 난다고 고개를 젓는다. 미각이란 단순한 취향이지만, 때로는 강한 감정까지 동반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른 맛을 좋아하고, 어떤 맛은 거부감이 들까? 단순히 타고난 신경세포의 차이일까, 아니면 경험과 문화가 만들어낸 차이일까?
호불호는 단순한 미각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맛의 취향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문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알 수 있다.
미각은 경험이 만든다
맛의 취향은 타고나는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미각은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맛은 편안함을 주고, 처음 접하는 맛은 낯설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처음 먹을 때는 부담스럽지만, 익숙해지면 중독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커피나 와인처럼 처음에는 쓴맛이 강한 음식도, 여러 번 마시면서 풍미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이 다른 이유는, 그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어떤 음식을 경험하며 자라왔는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미각이 이렇게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맛보지 않은 수많은 ‘좋아할 수도 있는 맛’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불호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사람들은 취향을 쉽게 단정 짓는다. “나는 이 맛을 싫어해.” “이건 절대 못 먹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 거부감을 느꼈던 경우가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관계도 그렇다.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관계가 있다. 반대로, 처음에는 쉽게 다가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멀어지는 관계도 있다.
호불호는 단순한 ‘좋고 싫음’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취향이 있을 뿐
누군가는 달콤한 맛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짠맛을 선호한다. 어떤 사람은 강한 향신료를 즐기고, 어떤 사람은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 이처럼 미각에는 정답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취향을 두고 옳고 그름을 나누려고 한다. 민트 초코를 두고 ‘민초단 vs. 반민초단’이 나뉘듯, 마치 취향이 하나의 신념처럼 작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이 그렇듯,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도 단 하나의 정답으로 나뉠 수는 없다.
맛이 그렇듯, 세상도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잃어버린다. 조금 낯선 맛이라도 몇 번 더 경험해 보면 의외로 좋아질 수도 있다. 조금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 예상보다 더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맞고 틀림’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닐까.
맛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맛이란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매 순간 취향과 호불호를 통해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다시 한 번 열린 마음으로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음식도, 관계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맛을 받아들이는 만큼, 우리의 세상도 더 넓어진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