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around the bush – 빙빙 돌려 말한다
올겨울은 눈이 참 많이 내렸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눈이 잘 오지 않기로 유명해요. 둘째 아이는 7년 차 인생 처음으로 소복이 쌓인 눈을 밟아도 보았답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엄마 손을 꼭 잡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에 쫑긋 귀 기울이며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나 돌았습니다. 시린 바람에 어느새 빨개진 아이의 코끝을 보고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는 말을 하자니, 떼를 쓸 것이 분명했거든요.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답니다. “그만 놀자.”라는 말만은 피해 보려고, 온갖 다른 말들을 이리저리 떠올리며 말이지요.
다른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봐 빙빙 돌려 말한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상대의 마음을 언짢게 하지 않으려는 그 작은 배려가, 어떨 때는 꽁꽁 언 눈도 녹일 듯,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직접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한다”라는 표현을 할 때 쓰는 <Beat around the bush>라는 영어 표현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해요.
<Beat around the bush>는 옛날 귀족들의 사냥 방법에서 유래 되었답니다. 영국에서는 귀족들이 숲속에서 새를 사냥하는 놀이를 즐겼어요. 하지만 새들은 나무와 덤불<bush> 속에 숨어 있어서 쉽게 잡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사냥꾼들이 먼저 막대기로 덤불 주변을 두드리기<beat> 시작했답니다. 놀란 새들이 덤불 밖으로 푸드덕 날아오르면, 바로 그때 귀족들이 활이나 그물로 쉽게 새를 잡을 수 있었지요.
- 덤불 <the bush> 주위를 <around> 치다 <beat>
사냥의 핵심은 “새를 잡는 행위” 아닐까요? 하지만 사냥꾼들은 덤불을 두드리기만 할 뿐, 직접 새를 잡지는 않았어요. 정작 중요한 일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주변을 건드리는 행동만 했지요.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말을 곧바로 하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을 뜻하게 되었답니다.
누군가가 직접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할 때, 우리는 <Don't beat around the bush>라고 말할 수 있어요.
Child : Mom, don’t you feel like eating something yummy today?
(엄마, 오늘 왠지 맛있는 거 먹고 싶지 않아요?)
Mom : Don’t beat around the bush. What do you want?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뭘 먹고 싶은 거야?)
Child : Umm... Maybe something with cheese and yummy..
(음.. 아마 어떤 치즈가 좀 있고 맛있는 거..)
Mom : Just say it. You want pizza, don’t you?
(그냥 말하렴. 너 피자 먹고 싶잖아, 그렇지?)
“엄마, 오늘 저녁에 뭐 먹어요?”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정하는 주방에 있던 엄마에게 다가가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엘리베이터에서 맡았던 피자 냄새가 떠나질 않았지요. 엄마가 볶고 있는 프라이팬 속 채소를 바라보며 정하의 어깨는 축 늘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얼마 전 엄마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죠.
“정하야, 이번 주는 건강한 음식만 먹기로 하자! 기름진 음식을 요 며칠 너무 많이 먹었잖니.”
그 약속을 기억한 정하는 “그래도 피자는 먹고 싶어요!”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또 다른 방법을 떠올렸지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엄마를 바라보며 말을 건넵니다.
"엄마, 혹시 요즘 피자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 아세요?"
엄마는 바쁜 듯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습니다.
"응? 갑자기 피자?"
정하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어요.
"아니… 그러니까, TV에서 봤는데 요즘은 피자에 채소도 많이 들어가고, 치즈도 몸에 좋은 걸 쓰고… 건강한 피자도 있다면서요?“
엄마는 가스 불을 끄고는 조용히 정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지요. “너 혹시 지금 피자 먹고 싶어서 말 돌리는 거야?“
두 눈이 동그래진 정하, 그 귀여운 눈은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아… 아니에요! 그냥, 건강한 음식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때다 싶은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이런 걸 영어로 <Beat around the bush>라고 하는 거야.”
엄마는 의아해하는 정하 곁으로 와 식탁 의자에 앉으며 설명해 주었습니다. 젓가락을 집어 들고는 무언가를 툭툭 치는 흉내를 내며 말이지요.
“옛날에 귀족들이 동물 사냥을 할 때, 사냥꾼들이 이렇게 덤불 주위를 막 두드렸어. 덤불에 숨어 있는 새들을 나오게 해서, 귀족들이 쉽게 새를 잡게 하려고 말이야.
사냥꾼들은 동물을 잡았을까? 아니, 사냥은 하지 않고 그저 덤불만 두드렸어. 우리 귀염둥이 정하가 피자가 먹고 싶은데, 그 말은 쏙 빼고 빙빙 돌려서 건강한 피자 타령만 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 그러니까 사냥꾼들이 사냥은 안 하고 <Beat around the bush>만 한 것처럼, 저는 계속 건강한 피자만 툭툭 치고 있었네요? Beat around the PIZZA!”
능글맞은 정하의 모습에 엄마는 깔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가 볶은 저 채소로 지금 바로 건강한 피자 한 판 만들어 볼까? 냉장고에 치즈도 있고, 또띠아도 있거든.”
생각지도 못한 엄마의 제안에 정하는 의자에서 춤을 추며 기뻐했습니다.
“벌써 침이 고여요!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더 빨리 말할 걸 그랬어요. 엄마, 다음번에는 <Beat around the bush>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게요! 아싸, 피자다!”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는 약속도 지키고,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지혜로운 방법까지 배운 정하, 오늘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답니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군침 도는 피자까지 먹을 수 있게 되어서 말이지요.
김채원 작가
하루하루 만족하는 하루, 소확행을 그리며 영어를 가르치는 원장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초콜릿영어학원 원장
TBN "교통사고 유자녀 행복한 멘토만들기"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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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