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영의 마음공감

  • 등록 2025.03.04 14:24:42
크게보기

부부싸움, 결국 ‘가치관’의 충돌이다


부부는 매일같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 아무 갈등 없이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싸움의 원인을 곱씹어보면, 의외로 ‘정말 중요한 문제’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이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 남편과 다퉜다. 우리 부부는 옷장을 나눠서 쓰고 있다. 나는 내 옷을 걸어두는 공간이 따로 있고,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남편이 자꾸 내 공간에 자신의 옷을 걸어두기 시작했다. 한두 번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반복되다 보니 점점 신경이 쓰였다.

 

어느 날 보니 내 옷이 한쪽으로 밀려 있고, 남편의 옷들이 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순간 화가 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강한 어조로 불만을 터뜨렸고, 남편도 똑같이 단호하게 맞섰다.

 

싸움의 본질은 ‘행동’이 아니라 ‘가치관의 충돌’

 

싸움이 끝난 후, 왜 이렇게 감정이 격해졌는지 돌이켜보았다. 우리는 단순히 ‘옷거는 자리’ 때문에 싸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하지 말라고 한 걸 계속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고, 남편은 ‘내가 소리를 높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남편은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왜 내 말을 무시하지?’라고 받아들였다. 싸움의 본질은 작은 행동이 아니라 ‘서로가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부딪칠 때 벌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부부 싸움은 ‘극도로 안 맞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단순히 성격 차이 때문이 아니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극도로 안 맞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는 수많은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문제는 서로 너무 다르게 생각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어떤 사람은 집 안에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어떤 사람은 ‘대충 둬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식사 후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한 번에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이가 처음엔 사소해 보이지만, 매일 쌓이면 ‘왜 이렇게 신경질적이야?’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라는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특히 싸움은 ‘나는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순간’에 격렬해진다. 한쪽은 진지하게 여기는 문제를 다른 쪽이 사소하게 받아들일 때, 그 차이가 결국 상처가 된다.

 

싸움을 줄이기 위한 방법

 

이런 문제는 단순한 습관의 차이를 넘어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부딪칠 때 더 심각해진다. 정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단순히 ‘깨끗함’ 때문이 아니라, ‘내 공간을 존중받고 싶다’는 감정을 갖고 있다. 반대로, 상대방은 ‘너무 딱딱한 규칙 없이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가치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부부가 충돌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을 한쪽의 기준에 맞출 수는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협점 찾기와 우선순위 정리다.

 

모든 행동이 다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만큼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있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 ‘극도로 싫어하는 행동’을 리스트업하고, 적어도 그것만큼은 지켜주기로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부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이 부분만큼은 서로 배려해 주자’는 합의가 필요하다.

 

감정이 아닌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표현 방식도 중요하다. ‘왜 자꾸 이러냐고 했지?!’라고 감정적으로 터뜨리면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대신 ‘이게 반복되니까 내가 이런 기분이 들어’라고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말하면, 상대방이 더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한 번 싸움이 시작되면, 종종 본질을 벗어나 과거의 잘못까지 끌어오며 싸우게 된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으려면 감정이 아니라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야 한다. ‘당신이 왜 이걸 못해?’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어때?’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부부는 ‘타협하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

 

완벽하게 맞는 부부는 없다. 우리가 일상의 사소한 행동으로 싸우는 이유는 결국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관계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타협이 가능한가’에 대한 합의다.

 

앞으로도 남편과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서로 배려해 주자’는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다면, 그 차이가 갈등이 아니라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eduladder@naver.com
Copyright @대한민국경제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