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과 실력,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종종 고민에 빠진다. 성공을 위해 인맥이 중요한가, 아니면 실력이 더 중요한가.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사회 전반에서 인맥이 기회를 결정하는 듯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었고, 능력보다 관계가 앞서는 현실에 대한 불만도 늘 존재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요즘은 ‘네트워크보다는 실력’이라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우리는 이제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인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일까.
과거와 달리 인맥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특정 학교나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고,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무조건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기업 채용 방식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연하다. 과거에는 연고를 기반으로 한 채용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의 출신보다는 직무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특히 IT, 금융, 컨설팅 업계에서는 데이터 기반 평가가 보편화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인맥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단순한 연줄이 아니라,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처럼 혈연이나 학연을 기반으로 한 인맥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이다. 흔히 스타트업 업계를 보면, 성공적인 창업자들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투자 유치를 위한 과정에서 신뢰할 만한 추천을 받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사업 계획서보다 창업자의 평판과 네트워크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내부에서도 네트워크의 힘은 여전히 작용한다. 실적이 뛰어난 직원이라도 조직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하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거나, 승진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 신뢰와 협업 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평가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따르면, 경영진의 85%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존 네트워크의 조언을 참고한다고 한다. 이처럼 실력과 네트워크는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작용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통해 신뢰를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가 핵심이다. 과거처럼 형식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평판 자본(Reputational Capital)’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누구를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신뢰받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연고보다 성과와 신뢰도를 더욱 중요하게 본다. 특히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평판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는, 단순한 인맥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연과 지연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전문성을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특정한 조직에 속하지 않아도 실력을 증명할 기회가 많아졌고,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성공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과거처럼 누군가를 통해 기회를 얻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지만, 오롯이 개인의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시대도 아니다. 실력을 쌓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성공의 방식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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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