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에 자리 잡은 ‘공무직(무기계약직)’과 기존 ‘일반직’ 간의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함에도 복리후생비나 수당 등에서 차등을 두는 관행에 대해,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로 보아 위법하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공무직이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비교대상성이 부정되어 근기법 제6조 위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케이스가 전원합의체 판례로 존재합니다.)이제 공공기관장들은 단순히 예산 지침의 한계를 핑계 대며 방치해 온 차별적 요인들이 거대한 소송 리스크와 조직 분열의 화근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공무직 차별 해소의 패러다임은 사후적인 법적 분쟁 대응에서, 조직의 통합을 이루는 ‘선제적 상생 구조 구축’으로 전면 전환되어야 한다.
법적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장 먼저 도려내야 할 지점은 ‘업무의 실질적 유사성과 복리후생의 목적’을 재점검하는 것이다. 명절휴가비, 식대, 복지포인트 등 업무의 성격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항목에서조차 격차를 두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 간주될 확률이 매우 높다. 예산의 제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분의 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향후 일시에 청구되는 막대한 규모의 임금 소송 비용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관장의 리더십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경영책임자의 리스크 관리는 예산의 한계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복리후생 격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에서 증명된다.
이와 함께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구성원 간의 노노(勞勞) 갈등을 예방하는 ‘상호 존중의 조직문화 형성’이다. 공무직 처우 개선 과정에서 기존 일반직 구성원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며 반발하는 경우가 현장에서 자주 발생한다. 경영진은 위에서 아래로 지침을 강제하기보다, 일반직과 공무직 양측의 목소리를 고루 수렴할 수 있는 ‘통합 노사 협의체’를 활성화해야 한다. 공무직의 처우 개선이 일반직의 몫을 빼앗아 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 투자임을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소통 프로세스가 가동되어야 한다.
나아가 임시방편식 처우 개선을 넘어 ‘공무직 독자적인 인사관리(HR) 체계의 완결성 확보’로 구조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일반직과의 동일 직급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해법은 일반직과 공무직의 직무 경계를 명확히 분리하되, 공무직 내부에서도 숙련도와 책임의 무게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체 직급 체계 및 승진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 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경력이 쌓이면 그에 걸맞은 대우와 직함이 보장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 공무직 근로자들은 2등 시민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 조직의 당당한 주역이 된다.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한 솔루션의 본질은 ‘단순한 시혜적 조치가 아닌 조직 통합의 경영 전략’에 있다. 계약서상의 문구나 예산 가이드라인은 법적 소송에서 기관을 온전히 방어해주지 못한다. 아무리 예산이 부족해도 내부 구성원 간의 격차를 묵인하고 갈등을 방치한다면, 그 공공기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현명한 경영자라면 이제 노동청 진정이나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당장 전문가와 함께 우리 기관의 임금 대장과 복리후생 규정을 정밀 진단하고 차별적 요소를 걷어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공정하고 상생하는 일터만이 공공기관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가장 튼튼한 방패다.

김천수 대표 노무사 (제일인사노무법인)
○ 제2회 공인노무사 시험합격 (1989)
○ 연세대 법학과 졸업
○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서울시립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박사)
○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문관 역임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역임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위지도자과정(30기)
○ 국무총리 표창(2003)
○ 저서 「노사협상 전략과 쟁점」 외 다수
○ 다수 공,사기업 및 노동조합 노무 고문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