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비 내리는 늦은 밤의 추억 이른 아침부터 시원하게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한나절을 넘어가는 정오, 집 근처 개천으로 산책하러 나간다. 연초록의 잎들이 어서 오라며 손짓하다 말고 돌아가라고 손사래를 친다. 장난꾸러기 바람의 변덕을 못 본 척,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자 어느새 다가와 머리카락을 흔들고 얼굴과 귓불을 어루만진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오월의 바람은, 제법 다정하고 살갑다. 달콤한 꽃향기와 풋풋한 풀냄새는 덤이다. 바람 따라 걷다 보니 시선은 어느덧 하늘 끝에 머무른다. 누가 가을하늘의 푸르름이 가장 짙다고 했을까? 반문하고 싶을 만큼 오월의 하늘도 그에 못지않게 짙은 푸르름인데 말이다. 이곳 개천 길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 저장소이다. 사계절을 스무 번도 넘게 보내며 담아둔 대부분은 추억은 아이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이 가장 많다. 가끔 혼자 걸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고, 보고 싶은 엄마와 통화하면서 그리움을 달래기도 했던 길. 또,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동네가 떠나가도록 깔깔거리며 걷기도 했었다. 이별의 아픔을 맞이한 어느 밤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엉엉’울며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공감- 성장 우리들의 겉모습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느새, 40대 중 후반 아줌마의 모습이 되어 있습니다. 변화된 나의 모습을 거울을 보며 가만히 마주합니다. 나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가. 내 마음 안에 있는 내면 아이는 성숙한가. 어른과 아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 어른들이 아이들 보다 감정조절이 가능한 것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만의 결핍이 있고, 그 결핍을 내버려 둔다면 퇴행하여 더 깊은 결핍으로 힘듦을 느끼곤 합니다. 딸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울기만 했던 아이가, 수줍지만 엄마에게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모습, 엄마가 마음 상하지 않게 예쁜 말과 미소로 품에 안겼던 모습, 기분 좋을 때와 속상할 때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려 하는 모습이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그런 성장들은 마음을 헤아려주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도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어렵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내면 아이가 느껴지는 대로 힘들면 징징대고, 불안하면 들뜨고, 즐거우면 혼자 신나서 덩실거리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게 될 때면 실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친
폭싹 속았수다, 숨비소리 제주에 유채꽃이 4월 말에도 예쁘게 피었다. 파종을 늦게 한 때문이라니 살면서 이런 행운이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노랑과 연두색의 유채꽃 들판을 가로지르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말을 타고 유유히 걷는다. 제주에서 자연과 함께 휴식이 있는 선물같은 시간이 된다. 제주 바다는 동해바다에서 느끼는 심오한 깊음과 함께 따뜻한 여성의 숨결로 다가왔다. 바로 해녀박물관을 통해 알게 된 깊은 숨소리, 제주 해녀의 ‘숨비’를 알고 나서이다. ‘숨비’는 해녀들이 ‘물질 후 내뱉는 생존의 숨소리’라고 한다. 그것은 호흡 이상의 숨쉼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인간의 본능적 외침과 세대를 잇는 생존의 소리 같은 것이다. 이처럼 제주 해녀의 숨비 소리는 단순한 호흡만이 아니다. 그들이 깊은 바닷속을 오랜 시간 숨을 참고 물질을 마친 뒤 수면에 올라 내뿜는 거친 숨 가쁨은 현대를 사는 우리네 삶을 향한 의지와 수고에 비교 가능할까? 숨비는 자연과 호흡하며 주고받는 ‘나 여기 살았소!’라 내뱉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호흡이고, 위대한 언어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맨몸으로 잠수하고, 자연의 산물들을 자율 채취하며 조화를 이뤄낸 해녀들이
꽃다발 선물을 오래 간직하려면 연극이 끝나면 마음은 꽃밭이다. 관객들이 전해준 꽃다발로 침대 머리맡을 꾸며놓고, 꽃들이 시들기 전까지 딱 일주일 동안, 내 방도 꽃밭이다. 공연 후의 행복감과 꽃향기에 취해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 달콤하고도 몽롱한 시간은 작지만 소중한 행복이다. 나는 행복한 연극배우다. 어쩌다 보니 마을에서 모집하는 시민연극동아리 <주부연극교실>에 참가하면서부터 활동한 것이 올해 18년이나 되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저 ‘한 번만이라도 무대에서 연극을 해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무대에 서게 될 줄은 꿈도 못 꾸었다. 어쩌면 꿈을 이룬 셈이다. 대부분은 소극장에서 올리는 단편 공연들이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내 모습에 나름 뿌듯함을 느낀다. 게다가 때마다 꼭꼭 찾아와주는 지인들과 팬들의 박수 소리와 꽃다발의 향기는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나만의 행복이다. 처음 몇 년은 함께 공연하는 팀원들도 다 같이 경험도 없이 시작한 아마추어들이었기에 연기도 서툴렀고, 공연하는 내내 우왕좌왕 실수투성이였고,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다 보
- 공감 - 용기 며칠 후면 내 첫 책 '마음아, 아직 힘드니'가 세상에 나옵니다. 책장에 꽂힐 내 이름이 선명한 책을 상상하니 기쁩니다. 반복을 되풀이하며 글을 다듬던 순간들, 마음을 쏟아내던 그 시간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누군가의 손에 들려질 생각에 설레고 두근거립니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내 책이 출간되면 누가 제일 기뻐할까? 그리고 나는, 누구에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을까? 문득 아버지의 미소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어릴 적 시험 점수가 좋았던 날, 작은 상을 받았던 날,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셨지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딸 상 탔어." 하며 자랑을 시작하시던 그 목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런 순간이 아버지의 유일한 낙이라는 것을. 때로는 그 자랑이 싫어서 일부러 안 좋은 소식만 전했던 적도 있었지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 마음이 얼마나 행복하셨을지,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느껴집니다. 아버지가 지금 곁에 계셨다면, 내 책을 들고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까요? 아마도 책을 가슴에 품고 주무셨을 것 같아요. 지인들에게 "우리 딸, 책 출간했어"라고 수줍게, 그러나 자랑스럽게 말씀하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 연수구가 아동 돌봄서비스의 대기 기간을 줄이고 서비스 시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돌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홀로 집에 있던 초등학생의 화재 사망 사고 발생에 따라 방학이나 방과후 아동의 돌봄 공백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구의 선제적 조치다. 특히, 구는 ‘다함께돌봄센터’를 송도 지역 3곳에 새롭게 만들고 권역별로 특색있는 키즈카페를 조성해 촘촘한 돌봄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돌봄서비스 대기 기간 ‘↓’, 서비스 시간 ‘↑’ 우선 구는 아이돌보미 사업 신규 채용자를 늘려 사업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원도심에 비해 아이돌보미 사업의 대기 기간이 길었던 송도동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30여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으며, 송도 지역 돌보미 가능자를 채용 시 우대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시간(연 960시간)을 초과한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최대 80시간까지(1천40시간) 초과 이용 요금을 지원하는 사업인 ‘1040천사 돌봄’ 사업도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 지역 중심의 돌봄체계 구축 및 초등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다함께돌봄센터’도 신규 확충하고, 특히 아동 돌봄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송도 지역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지난 24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경기도 각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일일 여행상품 ‘이지(EG)투어’ 운행을 시작했다. 올해 이지(EG)투어는 경기도의 동서남북 각 권역을 아우르는 총 6개 노선을 운영한다. 우선 수원·용인노선은 전통·한류를 테마로 한국민속촌, 수원 화성, 남문시장을 방문한다. 포천·가평 노선은 힐링·체험을 테마로 아침고요수목원, 농장체험, 포천아트밸리를 경유한다. 농장 체험은 시기에 따라 딸기 또는 사과 농장에 방문한다. 이천·여주 노선은 역사·체험을 주제로 세종대왕릉, 도자예술마을, 남한산성을 경유한다. 중식으로는 이천 쌀밥정식이 제공되며, 도자예술마을에서는 머그컵 그리기 체험이 포함된다. 파주 노선은 DMZ(비무장지대)·평화를 테마로 임진각, 캠프그리브스, 평화DMZ투어(제3땅굴·도라전망대·통일촌)를 방문한다. 김포 노선은 평화·먹거리를 테마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김포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한옥마을을 방문한다. 고추장 만들기 체험 후 직접 만든 고추장을 올린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원·화성·광명 노선은 해상·핫플레이스를 테마로 탄도항 서해랑케이블카, 수원 스타필드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서영대학교, 서정대학교(한국리빌딩협회)와 협력해 ‘전기자동차 정비’, ‘전기에너지’, ‘스마트제조’ 분야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은 전기자동차,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로봇,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등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수료 후에는 관련 기업과의 취업 연계를 지원한다. 교육은 선정심사를 통해 선정된 시흥, 양주, 파주 지역 대학에서 5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미취업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접수는 지난 14일부터 5월 9일 오후 1시까지 경기도일자리재단 잡아바 어플라이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교육생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된다. 재단은 지난해 경기도기술학교 미래성장취업전환 과정을 통해 총 864명의 신규자 및 재직자 교육을 진행했고,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총 743명이 참여했다. 이번 교육 또한 청년과 구직자들에게 실무 역량을 갖출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숙련된 인재 확보의 기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 경기도가 도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11월까지 찾아가는 동물복지교육을 실시한다. 이번 교육은 경기도 주민참여 민관협치형 사업으로 선정되어, 자아형성단계인 초등학생에게 생명존중과 동물복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은 신청 학교를 방문해 특강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여를 원하는 학교는 전화(031-542-0996) 또는 카카오톡 채널(경기도 초등학생 동물복지교육)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교육은 ▲생명인식 교육 ▲반려동물 특성 교육 ▲공존교육 3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초등학생들이 동물복지의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시청각 자료 등을 활용한 이론교육과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체험이 결합된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생명인식 교육은 인간과 동물이 모두 생명임을 인지하고, 동물의 심장박동을 느껴보는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반려동물 특성 교육에서는 반려동물과 인사하는 체험을 통해 신체적 특징과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동물을 대하는 방법과 이해 및 예절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공존 교육에서는 사회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동물들과 동물과 관
대한민국경제신문 관리자 기자 | “낙화봉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른 불꽃이 세종시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모습을 마음속 오래 간직할 것 같습니다.” 2025 세종낙화축제를 찾은 10만 5,000여 명의 방문객들은 1만여 개의 낙화봉에서 흩날리는 케이(K)-불꽃놀이 낙화를 감상하며 올해 품었던 소망을 다시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종시와 불교낙화법보존회가 지난 26일 세종중앙·호수공원 일원에서 개최한 2025 세종낙화축제는 낙화의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운영해 방문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올해는 지난해 중앙공원에서 일직선으로 250m를 따라 심어진 나무를 활용해 낙화를 연출했던 것과 달리 호수·중앙공원으로 장소를 분산해 산책하듯 낙화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 낙화는 약 2시간 동안 천천히 타며 세종의 밤하늘을 빛냈다. 방문객들은 불꽃을 태우며 부정한 기운을 물리치고 안전과 행복을 기원하는 낙화(落火)에 담긴 의미처럼 불꽃을 바라보며 서로의 행복과 소망을 되새겼다. 조용히 타닥타닥 타는 낙화를 감상하면서 감미로운 노래를 배경으로 ‘불멍’할 수 있는 힐링존도 인기를 끌었다. 가족, 연인 등 방문객들은 잔디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