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는 한철 “과메기 좋아해?” 오랜만에 횟집에서 만난 선배가 묻는다. “싫어하진 않아요.” 라고 대답했지만, 여동생이 화장실에 간 동안이라 먼저 시킨 안주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내 표정을 살피던 선배는 일단 주문하고 동생이 오면 좋아하는 걸 하나 더 시키자며 과메기 한 세트를 주문했다. 과메기는 한철이라 이때가 아니면 언제 먹냐며 넉살이다. 과메기를 처음 먹어 본 건 5년 전이었다. 연극공연을 준비하면서 함께 작업했던 연출 선생님이 무척 좋아하던 음식이었다. 매일 있는 연습 때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즐기셨던 애주가였는데 음식 솜씨도 꽤 좋았다. 그런 그는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철마다 별미 음식을 손수 만들어 오시곤 했다. 매년 과메기 먹는 날을 정해서 각자 한가지씩 곁들여 먹을 쌈이나 야채를 가져와 어울리던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 뵐 수 없기에 더욱 아쉽다. 과메기는 11월부터 1월까지가 제철이다. 구전에 의하면 한양에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가 먹을 것이 없어 소나무 가지에 꿰어져 있던 말린 물고기를 먹었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의 수군에서는 전투가 없을 때 고기잡이에
꽃이 되어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6학년 청소년과 함께 하는 푸드표현예술 활동은 자존감 회복과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여섯 번의 만남과 푸드표현 예술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 프로그램의 첫 만남에서 특별히 관심을 끈 한 학생이 있었다.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청소년을 둔 부모나 주 양육자라면 그 학생에게 훈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해보면서 이제부터 그 학생, ‘봄’이 이야기를 해본다. ‘봄’이는 첫 시간에 은유적 별칭으로 ‘없음’이라고 펜으로 가느다랗게 썼다. 긍정적 단어를 권하자 ‘망함’이라고 썼다. 첫 만남에서 아이들과 신뢰감을 구축하는 라포 형성은 봄이가 지은 ‘없음’과 ‘망함’의 결정을 적극 수용하고 한편으로 심리적인 방어기제는 어떤 것일까를 고려한다. “내 별명은 ‘망함’이야.”라고 짧게 소개하고 끝냈다. 녀석의 뚝심이 맘에 들었다. 이어서 꼬깔콘 빨리 끼우기는 순발력과 사고의 유연성으로 소중한 자기 몸을 탐색해본다. 울퉁불퉁하게 제멋대로 생긴 꼬깔콘은 마음 대로 통제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어서 매체를 어떻게 조절하고 연결하는지 관찰한다. 성장하면서 접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이
Under the Weather – 몸이 좋지 않은 비가 오면 몸이 찌뿌둥하다고 하지요. 어르신들께서 “허리가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보다.” 이런 말씀을 종종 하십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합니다만, 장마가 길어질 때는 왠지 기분이 살짝 울적해지기도 해요. 이렇게 날씨로 인해 우리의 몸이나 감정의 상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under the weather> 은 “날씨 아래에서”라는 의미로, 18세기에 <under the weather bow>라는 표현으로 먼저 쓰였다고 합니다. 배의 갑판을 의미하는 <bow> 라는 단어를 볼 때, 이 표현이 바다 생활을 하는 선원들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날이 좋지 않거나 폭풍우를 만나면 파도에 배가 심하게 흔들리지요. 이때 선원들은 극심한 멀미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배에서 가장 덜 흔들리는 곳이 갑판<bow>이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진 선원들은 갑판 아래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고 해요. - 날씨<weather>로 인해 갑판<bow> 아래에<under> 있는 것 이렇게 <under the weathe
나를 성장시키는 인맥 관리의 기술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나 직장, 취미 활동을 통해 맺어지는 새로운 인연들은 한때나마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과 에너지를 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그 관계들이 모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맥의 숫자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삶에 진정한 가치를 더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히 관계의 폭을 넓히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인맥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넓은 네트워크 안에는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인생의 멘토 같은 존재, 즉 귀인이 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조언자나 지지자가 되어, 어려운 순간에 길잡이가 되어주거나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다. 반면, 겉으로는 인맥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관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관계는 그저 수적으로만 인맥을 채우며 나에게 소모적인 영향을 미칠 뿐,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는 않는다. 이제는 무작정 사람
감정에 단어를 붙여 묘사해봐요 번아웃(burn-out) 상태가 오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요. 그때, 우리는 쉼이나,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충전하며 탈출구를 찾죠. 저는 몸과 마음이 힘들면 ‘멍’해져요. 그리고 올라오는 여러 감정을 억누르기만 했더니, 감정들이 그 자리에서 계속 커져 큰 덩어리가 되었어요. 결국, 부정적인 감정은 나의 마음 한가운데, 크게 자리 잡게 되었고, 감정을 파악하고, 조절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내 안에 있는 감정에 대해서 잘 살펴봐야 해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단어를 붙이고, 분리를 시켜야 하죠. 부정적인 감정이, 앞에 크게 자리 잡고, 버티고 있으면, 이유 없이 습관처럼 기분이 우울해져요. 우울한 감정이 느껴질 때, 모호한 표현으로 감정을 묻어버리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름을 붙여, 감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해야 해요. 그리고, 나와의 감정 대화로 감정을 이해해 주며, 달래고 다독여 부정적인 감정은 녹여서 내 마음에서 빼내는 거지요.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답답하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요. 이건 어떤 감정이지? 내 마음을 살펴보면요. '아, 이건 외로운 감정에서 밀려
행복을 먹는 아이 8월의 무더운 여름 방학 날, 긴급 보육으로 6살 유아 한 명, 진아가 등원했다. 진아와 나는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노래를 부르며 징가 탑 쌓기 놀이와 역할을 바꿔가며 소꿉놀이에 몰입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더운 여름 기운을 식히려고 냉장고 앞을 서성거리던 나는 시원한 자연 장난감이 생각이 나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하얀 두부 한 모가 맨 앞에 자리하고 있어 꺼내 접시에 담았다. 그 뽀얀 물체를 손 위에 올려놓으니 두부의 물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자연 장난감으로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는 촉감이 손안에서 마음대로 변형하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하는 푸드표현 놀이 경험이 있던 진아는 그 놀이가 연상되는지 내게로 다가와 흥미를 보인다. 둘은 손을 깨끗이 씻고 두부를 반 모씩 나눠 각자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눌러 봐도 돼요?” “그럼, 물론이지”. 진아는 시원하다며 꾹꾹 눌러 요리조리 보다가 부스러뜨리고 으깨며 논다. 흘러내리는 물기를 빼주려고 고사리 손 위에 내 손을 포갠다. 두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에 오줌 같다며 깔깔대고 웃다가. “누구 오줌이야?” 이구동성으로 박장대소한다. 두부를 꾹꾹 눌러대며 보슬보슬 해질 때까지 손으
Out of the blue - 뜻밖에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불쑥불쑥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우울한 하루를 보내던 중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접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땐 평온한 하루를 뒤흔들어 놓는 당황스러운 일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묘사하는 <a bolt out of the blue>라는 오래된 표현이 있습니다. <blue>는 파란색인데, 비가 전혀 올 것 같지 않은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파란 하늘을 의미해요. - 맑고 파란 하늘 <blue>에서 뿜어져 나온 <out of> 천둥번개 <bolt> 맑고 파란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는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묘사하지요. 비슷한 의미의 <suddenly>보다 다채롭고 더 시적인 표현 같기도 하지만, 완전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훨씬 더 강하게 표현하는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a bolt>라는 단어가 생략되고 <out of the blue>라는 표현으로 사람들은 예고 없이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말할 때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Child – Will we
소유욕과 질투, 그 끝없는 이야기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있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모임에서 빼놓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 이성에게 갑자기 관심을 가지며 다가가는 친구가 있더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들 말이다. 당혹스럽고 황당한 순간, 우리는 종종 자책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남들로 하여금 질투를 유발하는 요소라도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은 결국 관계를 이어가는 우리 모두가 어느 순간, 크든 작든 느껴왔던 질투와 소유욕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생각해보면 나의 학창 시절에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친구가, 내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하면 갑자기 그 사람에게 접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친구는 마치 내가 가진 것이라면 자기도 가져야 한다는 듯 행동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 감정의 정체가 소유욕과 질투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씁쓸함만 남았다. 내가 가진 것이라면 자기 것처럼 가지려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처럼 여겼으니 말이다. 철없는 어린 시절의 이야
교통사고 후 한방치료의 필요성에 대하여 교통사고는 일반적인 타박상이나 염좌와 다르게 다양한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후유증은 일반적으로 바로 통증으로 발현되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통, 근육통 등의 후유증을 유발하는데, 한방치료는 이러한 후유증을 완화하고 신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방치료의 주요 장점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통증 완화 및 신경계 및 근육 회복에 효과적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통증입니다.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 다양한 통증은 사고 후 신경계와 근육의 미세손상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한방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인 침술은 미세손상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보입니다. 침술은 인체의 경혈을 자극해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염증을 줄여줍니다. 또한 신경계의 손상을 회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교통사고 후 침술 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빠르게 개선되고, 일상 생활로의 복귀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체력 증진 및 장기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다. 사고 당시의 충격은 신체 전반의 기능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으로 경추의 편타성
솔직하게 말해봐요 5학년 딸아이, 은서가 속상해해요. “엄마 나를 많이 좋아해 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나랑 많이 달라! 그래서 많이 불편해. 내가 싫다고 하는 데도 내 말을 존중 안 해줘“ 그러고 보니 딸아이 친구를 만나 본 적이 있어요. “이모 은서도 화를 내나요? 화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잘못한 일도 자기가 잘못했다고 먼저 사과해요.” “은서도 화를 내지. 친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데”라고 대화를 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딸!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해. 마음 이야기를 표현해 낼 줄 알아야 하고, 친구와 불편한 상황이더라도 잘못한 일이 없을 때는, 미안하다가 아니라,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제가 5학년 때 있었던 일이에요. 예쁘고 인기도 많고, 자유롭게 자기를 잘 표현하는 친구와 집 방향이 같아, 등하교도 함께 하며 절친이 되었어요. 교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반장이 내 곁에 오더니, “너 진영이 그림자야,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것 같아” 다른 친구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다는 건 정말 충격이었어요. 배려했던 나의 태도가 그냥 끌려다니는 듯 보였나 봐요. 그날 이후로 저는 달라졌어요. 마음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