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친절-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임신 중 산부인과 진료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간호사가 환자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아기 엄마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백일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아기를 달래고 있었고 진료실로 들어갈 때, 잠시 아기를 맡길 곳을 찾는 듯 보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먼저 진료받았고, 간호사는 또다시 몇 차례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옆에 계시던 한 아주머니가 조용히 다가와 말씀하셨습니다. "아기 봐주실 분이 없으신가 봐요? 진료받으시는 동안 제가 안고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진료 보고 나오세요." 그제야 그녀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낯선 아주머니께 맡기고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13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녀에게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걸까요? 간호사에게 잠깐이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을까요? 그리고 아무리 선한 마음을 받았다 하더라도 백일도 안된 아기를 낯선 이에게 맡기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이었을까요?
세월이 흐르면서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구나! 저 사람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렇게 각자의 무게를 지고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언제나.
플라톤 (Plato)
그날 이후로 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누군가 서툴러 보이거나 힘들어 보일 때, 쉽게 판단하기보다 ‘사정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힘들 때 다정하게 ‘괜찮아?’라며 먼저 안부를 건네주셨던 분들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의 작은 배려와 친절이 제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13년 전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만난 그 아주머니처럼, 때로는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 젊은 엄마가 무사히 진료를 마치고 아기를 다시 안았을 때의 안도한 표정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문득 그녀를 떠올리며, 오늘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저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찬 바람 부는 오늘, 우리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몸과 마음이 평안하기를.‘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우리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고,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