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꺼내 쓰는 시간
3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오늘 날씨는 마치 한겨울이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돌아온 하얀 눈 같습니다. 펑펑 내린 눈 사이로 우산을 쓰고 미끄러운 바닥을 조심조심 걸어보지만, 어느 순간 신발 속으로 차가운 물기가 스며듭니다. 양말이 젖고 발끝이 시려오고 그 찝찝한 감각이 온몸으로 번져가니 불편해집니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습니다. 아, 오늘의 내 마음과 똑 닮았구나!
왜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릴까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구나!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구나! 하고 자연의 흐름을 그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평온할까요. 그런데 눈이 오면 눈이 와서 걱정되고, 더우면 더워서 불안해집니다. 이것은 살아오면서 겪어낸 크고 작은 여러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무거워졌기 때문이겠지요.
피로가 극에 달했을 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저 눕고 싶고 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뿐입니다. 주말 내내 커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조용히 몸을 누였습니다. 그런데 피로가 조금씩 걷히고 나자, 오히려 그 고요한 자리로 생각들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도전해야 할 일, 아직 풀리지 않은 일, 눈앞에 쌓인 현실의 무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기 시작합니다.
그럴 때 저는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종이를 펼쳐 펜을 듭니다. 불안이 깊어질수록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엉켜 생각의 끝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그 덩어리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크게,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것을 종이 위에 그대로 옮겨 적는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무엇인지, 두려움은 어디서 왔는지를 느껴 봅니다. 거칠고 투박하게라도 솔직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막연하고 거대하게만 느껴지던 감정이 하나의 문장으로 단어로 좁혀집니다. 생각이 글자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불안함이 아닙니다. 윤곽이 생기고 이름이 붙고 비로소 내가 마주할 수 있는 크기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잘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요동을 칩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 앞에서 실망하며 불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스스로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듯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나! 그럴 수 있어! 괜찮아! 잘 해결될 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곧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와 불안한 마음 위에 쌓인 먼지를 조용히 걷어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작고 예쁜 꽃씨 하나가 내려앉는 상상도 해봅니다.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좋고 비가 내리면 비가 와서 좋은, 그런 넉넉한 마음은 어쩌면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잠시 조용한 자리에 앉아보세요. 종이 한 장을 꺼내 펜을 들고 이 순간의 마음을 그대로 써 내려가 보면 어떨까요. 갈대 같은 마음이어도 됩니다. 그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그 작은 행위 하나가 자신의 불안을 잠재워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