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곳
우리의 시선은 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이 다른 사람을 향해 있을 때면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로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는 사랑이 다시 싹트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시선이 오직 자신에게만 머물기를 바라고 나이가 들면서는 친구, 연인, 지인들에게로 범위는 조금씩 넓어지는 듯합니다.
한부모 가족이 거주하는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날, 복도 끝 계단에 앉아 웅크린 채 울고 있던 10살 된 남자아이를 만났습니다. 작은 어깨가 들썩이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치던 모습이 보였습니다. 조심스럽게 옆에 앉아 귀를 기울이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한 집에서 엄마 아빠와 같이 살고 싶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부모의 이혼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실에 놓인 환경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숨죽인 목소리로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는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났을까요?”그 말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이런 생각을 했겠느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각자의 삶이 더 중요하다며 함께 한 지붕 아래 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시선은 부모를 향해 있고 부모의 시선은 이미 각자의 세계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저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싶고 엄마, 아빠의 환한 미소를 원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잠드는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왕자임을 느끼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어릴 적 부모님께서 바쁘게 일하셔서 학교 행사에 오지 못하셨습니다. 4학년이 되던 해, 방과 후 행사가 있었습니다. 모든 부모님이 오시는 자리라며 꼭 와 달라고 떼를 썼지요. 어머니께서 시간을 내어 학교에 오신 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내 말을 기억하고 계셨구나!’‘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시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아이도 엄마, 아빠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고 있겠지요. 그런데 바람과 달리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느껴져 안쓰러웠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복지관 앞 편의점에 들러, 각자 고른 아이스크림을 나란히 앉아 함께 먹었습니다. 달콤한 맛이 입안으로 스며드니 얼굴에도 미소와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내 복지관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금세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나의 시선은 즐겁고 행복해하는 아이를 향해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우리의 삶은 선택권 없이 시작됩니다. 태어날 가정, 처음 만나는 부모님은 고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운명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누구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낼지,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보듬을지 말입니다.
함께 식사하며 마주하는 눈빛에 남편과 딸에게‘사랑해’라며 미소를 건네봅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를 새삼 느끼는 날이었습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