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자기돌봄의 시작


누구에게나 역경의 시기가 있다. 평범하게 그럭저럭 잘 흘러가던 나의 삶에도 어느 날 갑자기 역경이 닥쳤다.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 고난 앞에 그저 무릎 꿇고 맨몸으로 버텨야 했던 그 시기를 생각하면 아프고 외롭고 슬프다. 이제 서서히 원래의 평범한 일상을 찾기 시작하면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이전과는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삶을 살자. 그 시작 점에서 자기돌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나뿐 아니라 주변에 많은 이들도 자기돌봄, self-care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자기돌봄, 나는 잘하고 있나?

 

스마트 폰이 개인의 필수품이 된 후부터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핸드폰과 함께 보낸다. 요즘은 다양한 자기관리에 도움을 주는 ‘App.(앱, 어플)’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니,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또, 이를 잘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서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특별하고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다. 그들은 그 특별함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비법을 자랑하듯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평범한 나의 일상은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순간이 많다.

 

세계 보건 기구에서는 이미 1998년에 자기돌봄이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스스로 실천하는 것, 또 적절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운동과 여가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과 같은 생활방식, 청결한 주변 환경을 유지하고 적절한 문화생활과 사회생활, 경제생활,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돌봄이란 건강과 웰빙을 증진 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이며 전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기돌봄은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책상이나 침대를 정리한다거나, 건강을 생각해서 물을 자주 마시거나 과일을 먹는다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는 것도 자기관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기를 쓰거나 낙서를 하는 것, 특히, 자기의 생각을 긍정적인 확언의 말로 쓰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추천하기도 한다.

 

 

자기돌봄은 크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영적 자기돌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체적 자기돌봄에는 건강관리를 위한 음식, 운동, 휴식에 관한 방법이 있고, 독서, 글쓰기, 생활계획 등이 있다. 또, 시각화 기법, 새로운 지식에 대한 학습도 있고, 대인관계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내면의 안정을 키우는 것, 봉사활동 등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정신적인 자기돌봄이라고 한다. 또, 자신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확신하는 것, 명상을 통해 마음에 고요함을 느끼는 것, 자연과 함께하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정서적 자기돌봄이며, 자신의 의미를 확장하여 더 큰 의미나 존재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이나 만족감을 얻는 영적 자기돌봄도 있다.

 

나는 이제 그 첫걸음을 시작했다. 매주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생각하려면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은 예전에 살던 동네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개천 길을 따라 30분 거리를 걷는다. 매일 같은 길이지만 날씨에 따라 다양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은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도 보이고, 개천 길 언덕에 서 있는 도로의 가로수인 플라터너스 나무의 알록달록한 잎들이 떨어지는 풍경이 절경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하루의 피로가 말끔하게 씻기는 시간이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 놓는다. 중요한 전화는 정시에 한 번씩 확인하고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연락은 받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혼자만의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메모한다. 그리고 꼭 책상 정리를 한 후에 저녁을 먹는다. 다음 주 저녁에는 옷장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 방법은 내가 찾은 방법일 뿐이다. 더 이상 남에게 자랑할 만큼 훌륭하고 멋진 삶을 살기보다는 그저 평범하게, 나를 위한 편안한 삶으로 일상을 바꿔 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자기돌봄에 중요성을 배워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챙김을 미덕이라고 배우며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힘이 있어야 남을 챙기기도 하고,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한 걸음씩 시작해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돌봄의 일상이 되어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