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먼저 떠오르는 말은 ‘따듯한 사람’이다. 의외로 일상에서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은데, 아주 사소한 일에서 찾을 수 있다. 따듯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그러한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다 보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기분이 밝아진다. 그렇게 따스함이 넘치는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환하게 미소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따듯한 사람’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진정 따듯한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세상을 따듯하게 만드는 일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니 한사람이 떠오른다. 지인 중, 지역문학회에서 함께 하며 친해진 친구 같은 언니가 있다. 그분은 70대 초반인데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몰라 나에게 부탁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분의 나이와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에 감동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는데, 가끔 한글 프로그램으로 ‘문서 작성법’이나 카페에 ‘업로드’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분은 정말 고마워하셨고, 내가 하는 연극공연도 매번 보러 오실 만큼 관심을 많이 보여주셨다. 그때부터 나를 정말 예뻐해 주시는 열혈 팬이 되셨다.
내가 그분을 진정 따듯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분이 하는 활동 중에 매달 지역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 한 분께 손 편지를 쓰는 ‘정담은 손 편지’라는 봉사활동이 있는데, 7년째 꾸준히 해 오고 계신다. 나도 2년 정도 손 편지 활동에 참여해 봤는데, 막상 해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작 한 달에 한 번 이었는데. 손 편지쓰기가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그 활동을 7년이나 꾸준히 해오다니 대단한 열정과 뚝심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그분은 매달 요양원 어르신에게 편지를 쓰다 보니 자기 어머님께 한 번도 편지를 쓴 적이 없어 너무 죄송했다고 한다. 그 후, 3년째부터는 어머님께도 편지를 함께 써서 보내면서 정말 뿌듯하다고 하셨다. 올해엔 그 공로를 기리고자 문학회에서 마련한 ‘여울상’을 수상하신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축하드리고 싶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다음 떠오르는 말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나는 이미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사는 것 같다.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게 참 많기 때문이다. 좋다는 느낌으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것이 많으니,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경험해 보고, 시도해보고, 그 느낌을 경험치로 획득하고픈 열망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것들이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이유는 재미있어서이다. 나는 새로운 시도 할 때마다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해보는 편이다. 재미 속에 열정이 들어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계속 재미있게 살고 싶다.
특히 요즘 들어 새롭게 재미 붙인 일이 있다. 일상을 새롭게 바꾸는 일이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꽤 오랫동안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두 아들을 키우며 나만의 일상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과거는 비우고, 오직 나만을 위한 일상으로 채우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완벽한 나만의 하루를 살기에는 풀어나가야 할 고리들이 많다. 부모님이 아프시면 돌봐 드려야 하고, 이미 성인이 된 아이들이지만 아직 신경 쓸 일들이 남아있고, 모임에서 맡은 역할의 책임이 있기에 적절하게 잘 조절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종합해보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매 순간 나를 알아차리고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잘 가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관계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하고 자책하면서 자신을 미워하기도 했지만, 나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입장의 차이인 경우가 많았기에 자책 보다는 위로를 하고 싶다. 가끔은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나로 인해 따듯해지는 때가 있으면 참 좋겠다.
따듯한 기운은 주변으로 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