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를 읽었습니다
얼마 전,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는 연락이 아는 동생으로부터 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빅3라고 불리는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은 3개월 후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수술은 잘 마치고 현재 힘겨운 항암치료 중에 있습니다. 늘 밝고 긍정적이고 무엇이든 나누기를 좋아하는 후배여서 아끼고, 미처 제가 마음을 쓸 수 없는 부분까지 살피는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오히려 더 힘들게 할 거 같아서 그저 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섣부른 위로가 더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습니다. 대신 후배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 권이 떠 올랐습니다.
혹시 병원에서 ‘언어 처방전’을 받아 본 적이 있나요? 소개해 드릴 책은 ‘암철학 외래’에서 언어 처방을 하는 병리학과 의사인 ‘히노 오키오’가 쓴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입니다. 저자의 ‘암철학 외래’는 의사와 환자의 입장을 넘어 삶과 죽음을 함께 생각하는 공간입니다. 또한 해결되지 않는 괴로움을 대화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이기도 하지요.
저자의 ‘언어 처방’은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삶의 본질과 마주하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말입니다. 의사는 삶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주는 언어를 찾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먼저 중요하다고 합니다. 위로의 말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습니다.
‘히노 오키오’가 사용하는 언어 처방의 방법은 위대한 현인들의 말을 나의 말로 바꿔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틴 루터의 말을,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라고 바꾼 것처럼요.
이 책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질문을 합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어느 것 하나 쉽게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과 함께 저 자신만의 답을 탐색해봅니다. 그 가운데 제가 찾을 수 있었던 답 중 하나는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지금 여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생명이라는 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고,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보내야 하는 까닭입니다.
여럿이 같은 책을 읽어도 현재 처한 환경이나 상황, 고민에 따라 책이 다르게 보인다고 합니다. 언어 처방이라는 것은 결국 좋은 말을 하고, 유익한 말을 듣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사색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찾고, 인생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제공하며 더 나은 삶에 대해 말합니다.
“생명은 그 누구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늘에서 잠시 받은 것입니다. 내 것이 아니기에 소중히 여겨야 할 뿐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날 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 내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게 됩니다.” (74쪽)
여러분이 생각하는 더 나은 삶은 어떤 삶인가요? 저는 힘든 시간을 무사히 잘 극복한 동생과 멋진 카페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날을 기다리며, 하루를 마무리하렵니다.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