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주의 행복한 이별

까치와 나무, 그리고 행복의 조건


늦은 출근을 했습니다. 이미 도로는 차로 가득하고 느리게 움직입니다. 신호대기를 위해 멈춰 선 후 무심하게 주변을 둘러봅니다. 차도 건너편 마른 잔디밭 위에, 앙상한 가지를 부챗살처럼 펼친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텅 빈 나뭇가지들 사이로 새 두 마리도 보이고요. 서로 다른 가지 위에 앉아있어서, ‘쟤네 둘은 서로 친하지 않나 봐.’라며 조용히 혼잣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걸까요? 제 생각이 틀렸다며 보란 듯이 함께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한 쌍이 날아와 나뭇가지를 차지합니다. 하얀 가슴을 내밀고 긴 꼬리를 뽐내는 것을 보니 까치인 거 같습니다. 아마 그 나무에서 새들은 잠시 쉬어가려나 봅니다.

 

사실 저는 얼마 전 SNS에 올려진 ‘행복의 조건 6가지’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3가지나 5가지처럼 딱 떨어지지 않고 6가지라서 더 시선이 갔습니다. 글 쓴 분이 생각하는 첫 번째는 ‘친구가 있다’였고, 여섯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였습니다. 우정으로 시작하고 사랑으로 마무리한 그 글을 예전에는 흘려 읽었습니다. 그런데 까치와 나무의 모습이, 행복에 필요한 조건에 대한 그 글의 처음과 마지막을 그려내듯 보이는 겁니다. 사랑하는 까치와 친구인 나무의 행복한 서사로 제 맘대로 각색해버린 거죠.

 

조금 더 솔직한 저의 마음을 이야기해 드릴까요?

처음, 신호등 앞에서 나무를 보았을 때는 춥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주변은 황량한데 덩그러니 서 있는 마른 나무에 서글픈 저의 마음이 투영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까치들이 나무에 깃들면서 그곳의 풍경이 바뀌었고, 이를 바라보는 제 심상도 변했습니다. 을씨년스럽던 마음에 간질간질하고 말랑말랑한 기운이 번졌습니다. 까치들은 다정했고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품을 허락해 준 나무는 든든했습니다.어쩌면 까치들과 나무는 아무 사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우연히 두 마리씩 함께 날았던 거고, 공교롭게도 그곳에 나무가 서 있던 거겠죠. 그 모습이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로 저에게 다가온 건, 올해를 의미 있게 마감하라는 신의 선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라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니 저에게 행복한 순간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눈 고마운 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위로가 되고, 나를 성장하게 이끌어 주었던 사람들….

 

올해가 손으로 꼽을 만큼의 시간으로 남았습니다. 고맙고 소중한 그들에게 어떻게 저의 마음을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됩니다.

 

크리스마스 카드에 마음을 꾹꾹 눌러 글로 담아볼까? 크진 않지만, 곁에 두고 나를 기억해 줄 귀여운 선물을 준비해 볼까? 선물을 펼쳐보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미소 짓기도 합니다. 비록 값비싼 명품은 아닐지라도, 따뜻한 내 마음이 전해질 수 있는 그런 선물로 함께 보낼 시간을 준비해 보려 합니다.


 

박명주 작가

 

· 인공신장실 간호사

· 2025년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 한국작가강사협회 정회원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