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첫 경험
“안녕하세요? 라떼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드디어 라이브 판매방송을 시작합니다. 요즘 너무 덥죠? 그래서 시원하게 신으시라고 여성분들을 위한 여름샌들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라이브 방송 홍보를 위한 예고편 영상을 찍고 있었다. 라이브 판매방송은 실시간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생방송 중 많은 사람이 접속할 수 있도록 미리 안내 영상을 ‘업로드’해야 한다. 처음엔 머릿속에 있는 말들이 술술 나오리라 생각하고 핸드폰으로 그냥 찍었다. 그런데 자꾸 말이 꼬이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핸드폰 녹화 정지 버튼을 눌렀다.
우선 ‘안내 멘트’를 노트에 꼼꼼하게 쓰고 실제 방송하는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읽었다. 다음엔 노트를 보지 않고, 입에서 술술 나올 때까지 계속 연습했다. 마지막으로 크게 심호흡하고 읊어 보니 완벽했다. 다시 녹화 시작 버튼을 눌러 영상을 찍는데 또 틀리고 말았다. ‘첫술에 배부르랴?’ 이 방법 역시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자신감이 생겼다. 만약을 대비해 노트를 핸드폰 뒤쪽에 세워 두었다. 녹화 중에 말이 막히면 슬쩍 훔쳐보며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꼼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만든 ‘라이브 방송 판매 안내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게시했다. 그런데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평소에 일상적인 영상을 게시했을 때보다. ‘좋아요’와 ‘하트’ 개수가 너무 적어서 실망스러웠다. 원인 분석이 필요했다.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니 SNS 계정을 통한 수익 활동의 가장 기본 조건은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없이 상거래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상법이나 소득세법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정식으로 상품 판매 허가가 있는 회사를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문제없지만, 그래도 법적인 부분은 민감하므로 세세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품 판매에 관련된 말이 있는 영상이나 해시태그 등은 알고리즘이 노출 빈도를 제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공부하면서 차차 보완해 나가야겠다.
이틀 후, 드디어 라이브 방송을 위해 소속 회사의 물류창고에 도착했다. 방송은 11시에 시작이지만 우리는 10시에 도착했다. 오늘은 J님과 동행했다. 장소는 경기 북부 신도시에 새로 지어진 커다란 고층 건물의 6층에 있는 물류창고다. 대략 30평 정도로 보이는 창고에는 꽤 길고 높은 상품 진열대 다섯 개가 있고 그중 하나의 진열대에 신발 상자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상자 앞에는 샘플용 신발들이 저마다 자신이 최고라는 듯 뽐내며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J와 나는 이곳이 배경으로 보이도록 삼각대를 세우고 핸드폰을 고정했다.
오늘의 목표는 여름샌들 다섯 켤레를 판매하는 것이다. 긴장을 풀려고 어깨를 쫙 펴보았다. 연습한 대로 상품 설명도 해 보고, 디자인 별로 번호표를 붙여 놓았다. 오늘은 특별히 옷차림에도 신경을 썼다. 시원한 소재의 흰 블라우스와 무릎까지 오는 블링블링한 ‘스커트’를 입었다. 방송 중에 신발 신은 모습이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 라방은 ‘인스타그램’에서 하기로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리허 설을 시작했다.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했다. 지난 며칠간 기존 ‘셀러’들이 진행하는 방송과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고 왔지만, 제대로 준비 못 하고 시험장에 온 것처럼 긴장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핸드폰 속 우리의 모습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러워 보였다.
리허 설을 마치니 방송 10분 전, 화장실도 다녀오고, 좀 더 화사해 보이도록 메이크업도 손 보고, 크게 웃으며 얼굴 근육도 풀어 주었다. 그리고 가까운 지인 두 사람에게 연락해 라이브 방송 중에 접속해서 댓글도 쓰고 호응해 달라고 부탁했다. 첫 방송부터 아무도 안 보는 사태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11시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라떼’입니다. 드디어 ‘라떼’의 첫 번째 라이브 판매방송을 시작합니다. 요즘 너무 덥죠? 그래서 시원하게 신으시라고 여성분들을 위한 여름샌들을 준비했습니다. 어머나 ‘카라’님 감사합니다. 어떤 모델을 원하시나요? 네, 감사합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정신없이 한 시간이 흘러 첫 방송은 그런대로 잘 진행되었다. 그 결과로 샌들 세 켤레를 팔았다. 다섯 켤레를 팔려던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나에게 조용히 말해본다. “수고했어. 라떼, 다음엔 또 무엇을 팔아볼래?”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