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그녀들의 주책쌀롱


 

‘당신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안산 단원FM. 짠짜라잔짠 짜라라라, 짠짜라잔짠 짜라라라, 동네 문화 교육, 동네 맛집, 동네 사람, 떠도는 소문까지 싹 다 풀어 놓는 <그녀들의 주책쌀롱>입니다. 안녕 하세요? ’라떼‘입니다.’ 올해 3월부터 단원FM에서 <그녀들의 주책쌀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짱이’님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라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나의 두 번째 캐릭터, 즉 ‘부캐’ 이름이다.

 

 

단원FM은 경기도 안산지역의 시민 라디오 방송국이다. ‘공동체 라디오’로 승인된 지는 3년 되었다. 공동체 라디오는 시·군·구 등 소규모 지역에서 FM 주파수 대역으로 방송하는 비영리 라디오 방송국이다. 시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제작진들은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한다. 그동안은 유튜브로만 방송하다가 지난 2월 23일 스튜디오에 송신기를 설치하고 88.7MHz에서 본격적인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지역은 단원구 원곡동, 신길동, 선부동, 원시동 등 4개 동이다. 시민들의 꾸준한 후원과 진행자들의 애정 어린 봉사 정신으로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연극으로 16년째 활동 중인 <극단 유혹>은 단원FM에서 <U-혹하는 낭독극장>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2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꽤 인기가 있다. <극단 유혹>의 단장님은 내가 대표로 있는 <시니어 극단 울림>의 회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2023년 6월에 팀원들과 함께 낭독극을 한번 해 달라고 제의해 온 것이다. 우리팀은 2023년 활동을 희곡읽기로 하고 있었기에 낭독극 체험은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원들도 무척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연습했고, 녹음까지 무사히 마쳤다. 게다가 방송 조회 수가 꽤 많이 나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인연으로 2023년 12월 단원FM 송년회에 초대받았다. 그날, 그곳에 모인 라디오 제작진들과 진행자들의 열정은 열악한 방송 스튜디오를 훈훈하게 달구었고, 그들에게 매료된 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혼자 하기에는 자신이 없어 주변에 나와 같은 생각인 사람을 찾아다녔다.

 

원래 <그녀들의 주책쌀롱>은 2023년에 <극단 울림>의 회원 중에서 나와 동갑인 친구들과 함께했던, Off-line Talk Concent의 제목이다. 70년 개띠 여자친구 셋은 지인들을 초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노래하고, 게임도 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로 생애 첫 무대를 가졌었다. 우리는 제2회 <그녀들의 주책쌀롱>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고, 마침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나 외에 두 친구는 매월 2회씩 프로그램 기획 회의와 녹음에 편집까지 해야 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고, 결국 나는 무조건 한다는 ‘짱이’님과 먼저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정식 개국과 함께 바로 첫 녹음 대본을 썼다.

 

1회 방송은 개띠 친구들이 오늘의 손님으로 출연해 도움을 줬다. <그녀들의 주책쌀롱>에 대한 사연과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게 된 동기, 그리고 앞으로 이런저런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등등, 역시 함께 연극팀에서 활동했던 세월이 있기에 서로서로 눈치껏 척척 합이 잘 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송 후에 피드백이 확실했다. 방송 송출 시간이 목요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인데 그 시간에 듣기에는 목소리의 톤이 너무 높아 과하게 주책스럽다. 조금 더 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좋을 것 같다. 노래 선곡이 일관성이 없다. 매회 주제를 정하고 노래 선곡이나 이야기도 통일감이 있어야 한다. 등등 친구들의 조언은 사랑의 회초리처럼 아프지만 참 고마웠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녀들의 주책쌀롱>은 벌써 12회까지 방송되었다. 좌충우돌 나의 인생 3막과 함께 행보를 같이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프로그램 녹음을 위한 준비도 글쓰기와 같은 점이 많다. 이번엔 어떤 주제로 할지 주제를 정해야 하고, 이번 주 지역 소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료 조사도 해야 하고, 어느 분을 손님으로 초대할지 섭외하고 녹음 일정도 맞춰야 하고, 또 손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의논해야 하고, 노래 선곡은 어떤 분위기에 맞춰야 할지, 등등 의외로 할 일이 많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더 좋다. 함께 진행하는 ‘짱이’님이 있어 무척 든든하다. 또 마음도 잘 맞고 일머리도 잘 맞으니 아직 까지는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잘 꾸려가고 있다.

 

이렇게 나의 인생 3막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만 품어 왔던 꿈을 하나, 둘씩 현실로 구현해 가면서 더 멋지게 가꾸어 가는 중이다. 인생 2막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아이가 아프거나, 친정엄마의 갑작스러운 수술, 남편의 반대, 주변의 시선, 엄마로서, 주부로서의 할 일 등, 외면할 수 없는 핑계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의 선택이 우선이다. 그동안 열심히 잘해 왔기에 이젠 때가 됐으니 뭐든 해보라고 응원하고 싶다. ‘화이팅~! 라떼’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