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쉬고 싶다. 진짜 제대로 쉬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5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많은 일을 해왔는데 쉬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게 될 줄이야. 아마도 진짜 제대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기 때문인가 보다. 고민하는 김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겠다.
쉼이란 무엇일까? 그의 사전적 의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이다.
먼저 하던 일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런데 머리가 쉬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멈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을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까? 생각해 봐도 통 모르겠다. 너무 많은 생각이 뒤엉켜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면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실타래를 찬찬히 풀어 가면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심호흡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갑자기 가슴이 뛴다. 처음 하는 일을 마주할 때처럼 긴장되고 설렌다. 재미있을 것도 같다. 쉬고 싶었는데 제대로 쉬려니 또 일이 하나 생긴 셈이다.
내가 제대로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며칠 전 일이다. 함께 연극 활동하던 후배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여러 가지 부업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과 연극, 등의 취미생활까지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건강했던 친구였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어 병원에 누워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구급차에 실려 가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함께 연극연습을 했었는데, 연습 후에 저녁 먹으며 나누었던 얘기가 생각난다. 직장생활 할 때보다 바쁘긴 해도,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내는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최근 들어 시간이 없다 보니 거의 매일, 저녁마다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더니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병명은 뇌혈관 협착증. 후배는 며칠 동안 어지러움을 동반한 두통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결국 극심한 어지럼증으로 119를 찾았다고 한다.
뇌혈관 협착증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동맥이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몸의 동맥은 혈액을 뇌로 보내는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 도로가 좁아지면 뇌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부족해지므로 문제가 생긴다. 그 결과 뇌졸중 같은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주로 두통, 어지러움, 시야 장애, 말더듬증, 근육 약화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이때는 즉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더 큰 사고를 면할 수 있다. 대체로 일상적인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예방하는 생활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흡연이나 과음은 피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과 고기류보다는 생선, 채소, 과일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라고 한다.
게다가 친한 언니가 지난주에 3박 4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그중에 하루 동안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MRI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언니는 6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인데 처음 겪어본 일이라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무서웠다고 했다. 다행히 뇌 속의 해마가 일시적으로 기능을 멈추는 노화 현상 중 하나일 뿐이라 꾸준히 관리하면 건강상 큰 문제는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한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다가온 건강상의 변화가 이젠 남의 일 같지 않다.
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오늘따라 감기 기운인지 머리가 맑지 않고 지끈거리면서 아프다. 어쩌면 쉼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심장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차가워진 마음 사이로 지난날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내쉬고 나에게 말을 걸어본다.
“하던 일을 잠깐 멈추자, 그리고 제발 좀 쉬자”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