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의 마음길

눈을 감아야 보여요


 

옛날 추억은요. 눈을 감아야 뚜렷하게 보여요.

어릴 적 살던 동네도 재개발되어 높은 아파트로 새로운 동네가 되었죠.

그때 그 길을 찾아가도 추억의 옛길은 볼 수 없어요.

그곳은 눈을 감아야 어릴 적 풍경들이 펼쳐지죠.

 

어느 추운 겨울날 어머니께서 겨울 코트를 여러 벌 사주시는 거예요. 너무 행복했어요. 예쁜 새 옷을 2~3벌 사주시니 얼마나 좋았게요. 생글생글 웃으며 좋아하는 나를 보며 말씀하셨어요. “엄마가 없으면 네가 아빠랑 동생 잘 챙겨” 어머니는 아셨나 봐요. 자신의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어린 나이였지만 그 말은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어요. 풀어내지 못한 현실의 벽에서 나 혼자 심각, 예민해졌고 마음은 항상 무거웠죠.

 

지금의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어머니의 나이를 지나 보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어린 나에겐, 그 말의 무게는 너무 버겁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어머니의 인생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화병이 심했게요. 몸, 마음도 고생이 많았겠지요. 저의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고 삶에 무게를 잘 버텨내셨어요. 1초라도 삶과 연결되기 위해 목숨을 다하는 순간까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부모 없이 살아갈 삼 남매를 걱정하셨죠. “먹고 살기 위해 버텼는데, 이제 살만하니 죽는 날 왔네.” “꿈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지금부터 시작인 내 인생 왜 이래”하시며 아버지께서는 삼 남매를 향해 “너희들은 내 인생보다는 낫잖아! 아버지 없어도 꼭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하셨어요.

 

평범하게 잘 산다는 것은요.

현실 세계에서는 제일 어려운 일일 수도 있어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만만하지 않은 곳이죠.

 

세월이 많이 흘러 함께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 내 곁을 지키고 있다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고 행운일 수 있지요.

 

저는요. 꿈속에서 어른들을 만나요.

꿈에서 할머니 혹은 아버지께서 등장하면요.

나 보란 듯이 잘살아가고 있고 잘 해내고 있다고 자랑해요.

 

한번은 할머니께서 꿈에 나오셔서,

“너희들 사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좀 더 열심히 살아”이래요.

꿈에서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할머니 기준에서 보면 안 돼”

크게 소리 내며 깬 적도 있어요.

 

어른들 만나게 되면 얼마나 고자질할 이야기가 많고

칭찬받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요.

 

‘다 받기만을 바라왔었던 난,

그대 소중함을 이제야 알죠.’

 

말 안 해도 나의 옛 모습들을 다 알고 있는 사람

조건 없이 사랑하고 믿어주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

나의 작은 이야기도 좋아서 덩실거리며 남에게 자랑하는 사람

진심으로 위해주고 아껴주는 사람

때로는 눈치 없이 내 마음대로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

부모님이 그리운 날이에요.


스승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제자님

공기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곧 행복이지요.

 

넓고 높은 산을 건너가는 것이 삶의 여정이라면

빨리 지나가야 할 과정이 아니라, 천천히 재밌게

바람, 소나기도 맞고, 자연, 동물, 곤충과 친구가 되어 보세요.

 

넓고 높은 산이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았지요.

낮잠도 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사계절 온도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하루하루가 되셨으며 좋겠어요.”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