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돌아보는 시간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한 해 동안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또 어떤 관계를 잃었는지 점검해보는 것은 삶을 정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많은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관계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삶이 복잡해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피로감에 시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은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인맥 관리’라는 말을 쓴다. 성공을 위한 전략처럼 들리지만, 그 핵심은 단순하다. 관계를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고, 소중한 관계에는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 그리고 불필요하거나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는 정리할 줄 아는 용기다. 연말은 이를 실천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관계를 정리할 때 필요한 용기
누군가와 멀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과거에 소중했던 사람일수록 그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어렵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영원할 필요는 없다.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 변화를 동반한다. 서로의 성장 속도가 다르거나, 가치관이 충돌하거나, 더 이상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순간에 용기 있게 관계를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관계를 정리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더 이상 서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뿐이다. 오히려 과거에 대한 감사함을 간직하며 정리하는 관계는 나와 상대방 모두를 자유롭게 한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거리를 두는 것이 죄책감이 아니라 성숙함의 표현임을 기억하자.
소중한 관계는 노력으로 유지된다
반대로, 유지하고 싶은 관계라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당연히 나를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관계란 무심히 두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작은 안부 인사, 가끔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관계를 유지하는 큰 힘이 된다.
올해 한 친구가 큰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 일이 있었다.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바쁜 와중에 그 친구의 안부를 물었고, 평소보다 조금 더 긴 대화를 나눴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 진심이 담긴 관심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관계란 결국 사소한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 자신도 돌아보는 시간
관계를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늘 타인의 행동에만 신경을 쓰지만, 사실 좋은 관계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이 나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오히려 불편함을 주는 사람인지 되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관계의 질은 결국 내가 얼마나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인가에 달려 있다.
올해 나는 과연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가족이었는가? 나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자기 성찰이 있어야만 앞으로의 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새해를 준비하며
다가오는 새해, 어떤 관계를 더 깊이 발전시키고 싶고, 어떤 관계는 뒤로 물러서야 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중요한 기회다. 모든 관계를 붙잡으려 하기보다는,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겠다고 다짐해보자.
연말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보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꾸준히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해에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모든 관계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 자신이 관계의 중심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