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좌충우돌 인생 3막

별사탕보다 더 달콤한 아빠의 기억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구별에 모여 사는 50억 사람들 이야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하나하나의 생이 제각기 다르기에 특별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감성은 비슷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 많은 사람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산다면 인생, 정말 재미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가 수천 년이 더 흘러도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싶을 만큼 좋은 친구가 생긴다면,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혹시, 마음속에 ‘꽁꽁’ 숨겨 둔 소중한 물건이 있니?”

“나는 별사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예쁜 추억이 있지”

 

나의 어릴 적 기억 속에는 예쁜 별사탕이 있습니다. 너무나 소중해서 마음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둔 ‘별사탕 추억’은 그다지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다섯 살 무렵, 아빠는 마을 지구대로 방위를 다니셨습니다. 아침마다 아빠는 출근하면서 내 볼에 ‘뽀뽀’를 해 주셨고, 퇴근하시면 손에 건빵 한 봉지를 쥐어주셨습니다. 엄마와 나는 저수지 뚝방 끝까지 군복을 입은 아빠를 따라가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빠의 하루는 길었던 것 같아요. 기다리는 나의 하루도 너무 길었던 걸 생각하면 말이죠. 그런 이유로 수입이 없었던 아빠는 가축 농사를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개, 닭, 오리, 토끼, 돼지를 키우면서 여동생과 할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그럭저럭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가져온 건빵의 포장이 달라졌습니다. 그전까지는 황토색이었던 건빵 봉지에 분홍색과 연두색, 파란색 등으로 별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아빠가 포장을 뜯어준 건빵을 들여다보고 신기해하던 저는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건빵 사이사이마다 분홍, 파랑, 연두, 하얀색의 별사탕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제품 ‘별사탕 건빵’이었던 것이었지요. 나는 스르르 녹는 그 달콤한 맛에 빠져 별사탕만 골라 먹었습니다. 아빠는 그런 내가 참 많이도 사랑스러웠나 봅니다. 하나씩 골라 먹을 때마다 별사탕 색깔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 주셨습니다.

 

그 후, 나는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면서 별사탕도 함께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토록 고마운 아빠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채셨는지 팁을 주셨습니다.

 

“토끼가 포동포동 살이 쪄서 얼른 크면 새끼를 낳게 될거야. 그러면 그 새끼 팔아서 아빠 좋아하는 호빵도 사고, 할머니 담배도 살 수 있단다.”

 

그날부터 나는 집 근처 들녘으로 토끼풀을 뜯으러 다녔습니다. 엄마는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를 주셨고 나는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날 때까지 바구니에 토끼풀을 가득 채워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얼마 후, 그토록 기다리던 토끼 새끼 여덟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오일장에 엄마, 아빠를 따라나선 저는 “토끼 사세요”를 외치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날, 어린 장사꾼은 너무 피곤했는지 아빠 등에 업혀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보니 머리맡에는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빠의 선물이었습니다. 색깔을 배우며 행복해하던 제 모습이 무척 좋으셨나 봅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와 오리, 토끼를 그렸고, 군복 차림의 아빠, 돼지에게 밥을 주는 할머니, 잠든 아기를 업고 냇가에서 빨래하는 엄마도 그렸습니다. 아빠는 저의 그림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할머니와 엄마도 그림을 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후, 나는 그 즐거움에 빠져 많은 시간을 그림을 그리며 보냈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각종 미술대회에 나가 상도 받으며 화가의 꿈을 키웠고, 어른이 되어서는 만화영화를 제작하는 회사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별사탕 추억은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아빠와의 추억, 별사탕을 먹으며 느꼈던 달콤함과 함께 아빠의 품에 안겼을 때의 포근함까지 생생한 그 기억을 저는 마음속 ‘행복 상자’속에 ‘꽁꽁’ 숨겨두었습니다.

 

오늘따라 하늘에 계신 아빠가 무척 그립습니다.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