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 눈물 울어야 할 때 참는 것은, 비를 멈추고 구름에게 울라고 하는 것과 같다. - 파울로 코엘료 - 글을 쓰게 되면서, 슬픈 추억에 머무는 시간은 그 시절의 감정이 생생히 떠올라 눈물이 흐르곤 합니다. 그럴 때 가족은 웃었다가 울먹이는 저를 보며 어리둥절해했지만, 그런 일도 반복되면서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결혼 후 처음 살게 된 집에서 임신 후 아기를 낳고 분주하게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런 저의 일상에 앞집 아주머니는 지금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입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먼저 우리 집 벨을 누르며 “누가 이사 왔는지 궁금해서 인사하러 왔어요.”라며 반겨주셨던 분. 아파트 같은 층에 마주 보고 두 집이 있다 보니 먼저 인사를 건네주신 아주머니가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나가다 마주칠 때면 따뜻한 말씀도 해주시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 날에는 “가수 시켜도 되겠다.”라며 다정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앞집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인사를 나누고 지나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앞집은 이사하고 이미 빈집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
장례희망 어느새 하늘은 높아지고 단풍을 기다리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가 되면 더 많은 부고 소식이 전해집니다. 대부분은 가벼운 감기 몸살 정도로 지나가는데 미처 그 변화의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장례식장에 가 보면 준비된 이별도 보이고, 준비되지 않은 이별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다녀온 장례식장에는 40대 초반인 고인의 아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울먹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버지... 아픈 데도 없었는데... 약도 고혈압 약밖에... 그런데 깨워도...” 자꾸 끊어지는 말 속에서 갑작스러운 이별의 충격과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고인의 아내나 다른 자녀는 슬픈 기색만 있을 뿐이었는데 그분만 유독 울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각별했을 거라는 추측만 할 따름입니다. 혹시 악동뮤지션이라고 남매로 구성된 듀엣 그룹을 아시나요? 보통 ‘악뮤’라고 줄여서 부르고 있습니다. 멤버 가운데 오빠인 이찬혁 군이 만들고 부른 노래 가운데 ‘장례희망’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화자는 고인이 된 자신입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크지만 재치있고 경쾌한 곡입니다. 처음 이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를 읽었습니다 얼마 전,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는 연락이 아는 동생으로부터 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빅3라고 불리는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은 3개월 후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수술은 잘 마치고 현재 힘겨운 항암치료 중에 있습니다. 늘 밝고 긍정적이고 무엇이든 나누기를 좋아하는 후배여서 아끼고, 미처 제가 마음을 쓸 수 없는 부분까지 살피는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오히려 더 힘들게 할 거 같아서 그저 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섣부른 위로가 더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습니다. 대신 후배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 권이 떠 올랐습니다. 혹시 병원에서 ‘언어 처방전’을 받아 본 적이 있나요? 소개해 드릴 책은 ‘암철학 외래’에서 언어 처방을 하는 병리학과 의사인 ‘히노 오키오’가 쓴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입니다. 저자의 ‘암철학 외래’는 의사와 환자의 입장을 넘어 삶과 죽음을 함께 생각하는 공간입니다. 또한 해결되지 않는 괴로움을 대화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정(情)이라는 이름의 압박 추석은 언제부터 ‘부담’이 되었을까. 한가위를 앞두고 사람들은 고향 가는 길을 계산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준비하며 명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설렘보다 피로가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情)을 나누는 명절이라지만, 그 정이 때로는 관계의 의무가 되고, 감정의 짐이 되기도 한다. 명절이 되면 반복되는 인사와 잔소리, 끝나지 않는 식사 준비와 방문 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는 무언의 강요를 느낀다. 가족은 원래 그런 거라며 서로의 말과 행동을 용인하고, 사소한 감정은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분위기.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많은 갈등이 싹튼다. 정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유독 신성시된다. 따뜻하고 끈끈하며, 무엇보다 ‘관계’를 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미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관계가 깊다는 이유로 개인의 경계를 무시하는 순간, 정은 쉽게 압박으로 바뀐다. ‘오랜만인데 좀 참아’, ‘가족끼리 왜 그래’, ‘우리 때는 말이야’라는 말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말처럼 보이지만, 실은 감정을 침묵시키는 도구가 된다. 명절에 모인 가족 사이에서 가장 흔한 갈등은 ‘관계의 거리
공감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걱정과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서로의 잘못된 해석으로 오해가 되기도 합니다. 비 내리는 날, 산책하는 길은 고요해서 빗소리마저 힐링 되어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불안한 마음, 머리 아픈 고민은 내리는 비와 함께 흘려보내고 마음을 빗소리에 기대어 봅니다. 나에게 놓인 환경, 잘못된 판단에 대한 죄책감들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초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숨이 막히고 답답함에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나이대에 맞는 고민, 딸은 말합니다. “엄마, 나 키 크고 싶어. 친구들은 다들 키가 커, 키는 유전이래”라며 딸은 고민하고 걱정합니다. 엄마인 제가 볼 때는 성장할수록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용기, 인내가 필요해 보입니다. 곁에서 보는 지인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는 어려워지지만, 다들 열심히 해. 그래서 느긋하게 있으면 안 돼. 공부 잘할 수 있도록 챙겨줘.” 달라지는 환경에 의해 마음이 요동치고 혼란스러움에 허우적거릴 때,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도움의 손을 내미는 딸이 보였습니다. 두려움은 마음의 그림자일 뿐, 행동으로 빛을 비추면 사라진다. -마르틴 루터 킹
우리는 마지막 장면을 기억한다 한 관계의 평가는 언제 결정될까. 누군가는 오랜 시간의 신뢰를 근거로 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실망을 끌어와 그 관계를 단정 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사람은 그 관계의 ‘마지막 순간’에 경험한 감정을 기준으로 전체를 판단한다고 말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최종 인상 효과(Recency Effect)’라고 부른다. 독일의 심리학자 허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1885년 기억 실험을 통해 처음 이 개념을 정리했다. 그는 무의미한 음절 목록을 피험자에게 제시한 뒤 어떤 순서의 단어를 더 잘 기억하는지를 측정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목록의 앞과 뒤, 특히 마지막 항목을 유독 잘 기억했다. 즉 기억은 순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끝에 배치된 정보일수록 인지에 더 오래 남았다. 이는 단순한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사건을 해석하고 인상을 형성하는 전반적인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이후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아쉬(Solomon Asch)는 사람에 대한 인상 형성 실험을 통해 이 개념을 관계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같은 성격 정보를 단어 순서만 바꾸어 제시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