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가 온다. 여름의 끝자락에 내리는 비. 가을을 기다리는 마지막 땀방울이다. 30도가 넘는 한낮의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 주니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모르겠다. 귓전을 간지럽히는 수많은 빗방울이 땅바닥을 튕기는 소리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준다. 일상에 지친 내게 잠시 쉬어 가라는 듯, 세상과 나 사이에 얇은 커튼을 쳐 주는 것 같다. 따듯한 차 한잔을 준비하고 소파에 몸을 기대어 본다. 향기로운 생강차 한 모금에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았다. 빗방울 커튼 사이로 어른거리는 창밖의 풍경은 나를 아련한 기억 속 그날, 그곳으로 이끌었다. 첫 직장을 다니며 3개월째 접어든 꽃다운 나의 스무 살, 그 시절, 나는 참 행복했었다. 비록 월세로 지내는 단칸방에서 엄마와 둘 뿐이었지만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원래는 부모님과 두 동생까지 다섯 식구였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엄마는 아빠와 이혼했고, 몇 년 후에 아빠와 살던 집에서 가출한 나는 외할머니를 졸라 엄마를 만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었고, 우리는 무척 애틋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엄마와 나는 같은 회사에 있는 생산부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밤이나
“강사님~ 저는 믹스커피 좋아하는데 먹으면 안 되나요? 몸에 안 좋잖아요” “고양이 똥 커피는 진짜 똥으로 만든 건가요?, 똥인데 어떻게 그걸 먹어요” “저는 신맛이 싫은데 왜 이걸 좋다고 하는 거죠?” 필자가 커피 강의를 진행하며 많이 받는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이 나오면 청중분들의 이목이 순간 집중이 된다. 커피의 기원, 역사, 식물, 재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만 모든 시간을 아울러서 이런 질문이 나오고 답변을 드렸을 때, 청중분들이 가장 집중력이 좋아지고, 형식적인 반응이 아닌 솔직한 반응이 나오며 강의가 훨씬 풍성해지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과 반응들이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분야의 분들과 수업을 하는데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커피 강의의 특성상 수강자분들의 연령대는 10~70대까지, 직업군도 다양하다.) 항상 비슷한 것들이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질문들이 한국인의 커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는 것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의 커피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 보았을 때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커피 소비량은 1인당 연간 26.2잔 (전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 1인당 연간 14.6잔) 2
스트레스 길들이기 월요일이 되면 두통이 살짝 생기는 것을 느끼는가? 시험을 앞두고 배가 아픈 경험은 없는가? 아니면 짜증을 달고 사는 사람처럼 이미 미간에 내 천(川)자가 새겨져 있지는 않은가?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크고 작음의 차이일 뿐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경험이 되었다. 무리한 업무, 끊임없는 인간관계,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도전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혹자는 ‘스트레스가 별거냐, 생각하는 모든 것이 어쩌면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그것쯤은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해야한다’ 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듯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다. 사실 스트레스는 우리가 느끼는 압박감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사폴스키는 그의 저서 “왜 얼룩말은 궤양에 걸리지 않을까”에서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만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동물과 달리 인간은 ‘심리적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말했다. 동물들은 사냥감으로 쫓길 때만 스트레스를 느끼는데 반해 사람은 인간관계, 직장, 심지어 가상의 상황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을 요구받고 치열한 경쟁속에 자신을 내던진 채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 곁에서 머무르세요. 그가 말해요. 아빠 제 인생의 가치는 얼마에요? 이 씨앗을 가지고 가서 돈과 바꿔 올 수 있겠니? 씨앗의 가치를 알아보렴. 네가 알아보고 돌아오면 네 질문에 대답해 줄게. 안녕하세요. 슈퍼마켓에서는 이 씨앗을 돈으로 바꿔줄 수 있나요? 알사탕 정도의 가격이 되겠구나! 반갑습니다. 식물원에서는 이 씨앗을 얼마에 사실 건가요? 보다시피 우리 식물원에는 필요 없을 것 같구나. 실례합니다. 할머니 정원에 이 씨앗을 심어보세요. 얼마에 사실 건가요? 네가 갖고 온 이 씨앗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귀한 씨앗이란다.! 얼마에 사야 할지 상상조차 못 하겠단다. 나는 가격을 매길 수가 없구나! 아빠! 씨앗을 얼마에 바꿔야 할지 모르겠어요. 근데 그게 제 인생의 가치랑 무슨 상관있어요? 사람들은 네 가치를 자신들의 틀에 맞춰서 매기고 판단할 거야! 그들이 평소에 갖고 있던 너에 관한 생각과 너를 아는 만큼의 신뢰와 믿음으로 말이야!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소중한 가치와는 바꿀 수 없단다. 할머니처럼 네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머물렴. 이 작은 씨앗이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열매를 맺을지 궁금하구나! 아주 깊은 뿌리
쉼 쉬고 싶다. 진짜 제대로 쉬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5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많은 일을 해왔는데 쉬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게 될 줄이야. 아마도 진짜 제대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기 때문인가 보다. 고민하는 김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겠다. 쉼이란 무엇일까? 그의 사전적 의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이다. 먼저 하던 일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런데 머리가 쉬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멈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을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까? 생각해 봐도 통 모르겠다. 너무 많은 생각이 뒤엉켜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면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실타래를 찬찬히 풀어 가면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심호흡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갑자기 가슴이 뛴다. 처음 하는 일을 마주할 때처럼 긴장되고 설렌다. 재미있을 것도 같다. 쉬고 싶었는데 제대로 쉬려니 또 일이 하나 생긴 셈이다. 내가 제대로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며칠 전 일이다. 함께 연극 활동하던 후배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여러 가지 부업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
속도를 높이는 경영을 하라! 필자는 교육 생태계(Education Ecology System)라는 관점에서 교육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교육 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자연 생태계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다음 질문에 대한 정답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숲속 생태계의 모습에서 초원 생태계로 변화되고 있는가?” 여러 맥락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초원화’가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숲(Forest)는 나무가 많기 때문에 공간적, 시각적 개방성이 낮지만 초원(Grassland)은 나무가 거의 없거나 드문드문 자라기 때문에 공간적, 시각적 개방성이 매우 높다. 이로인해 초식 동물들은 대구모로 무리를 지어 이동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숲은 생태적으로 볼때도 매우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의 밀도와 그늘, 덩굴 등은 외부의 종이 쉽게 못들어 오도록 경계하는 역할을 하여 먹이사슬과 종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원활하게 된다. 반면 초원은 넓은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외부의 생물들이 쉽게 유입되고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 영향에 대한 수용성과 변화 대응력이 매우 좋아서 생물 다양성이 증가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
도마뱀의 꼬리자르기도 필요하다. 오래전에 필리핀에 대학생들을 데리고 어학연수 인솔을 할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연수원에는 도마뱀이 참 많았는데, 가까이 가서 살짝 잡으면, 도마뱀들은 위기의 때에 꼬리자르기를 하고 도망을 가곤 했다. 도마뱀의 입장에서 보면, 꼬리의 일부를 당분간 상실했을지언정 목숨은 건진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생명에 위협을 가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도마뱀이 저렇게 희생을 했다는 것에 안타까웠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도마뱀은 꼬리를 상실해도, 시간이 지나면 꼬리가 다시 생긴다는 것이다. 꼬리를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도 대단한데, 꼬리가 다시 자라다니! 이것은 더 놀랍게 느껴졌다. 우리의 삶에서도 손절(孫絶 - 손해를 보면서라도 매도)이 필요하다. 익절(益絶 - 이익을 보면서 매도)이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당장 나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짤라 내 버려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관건은 지금 나에게 없어서는 안될 것 처럼 보이는 그것이 일반 꼬리가 아닌 도마뱀의 꼬리일수도 있다는 것을 간파하는 것이다. 지금 자르고 생명을 구하고 나중에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있는 그것! 주식 용어에 손절매(Loss Cut)와
성공하는 사람, 기버(Giver)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 할머니께서는 나를 앉혀 놓고 말씀하셨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선 누구를 만나 건 상대방이 손해를 안 보게 하라고 말이다. 만약 누군가 꼭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게 내가 되도록 하라셨다. 그러면 적어도 척을 질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 보이는 빌런(villain;악당)들 중엔 본인이 손해 보는 걸 끔찍하리만큼 싫어하는 이가 있다. 이들은 본인이 손해를 안 보는 지점에서 끝나지 않고 그 와중에 이익을 챙길 건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나의 숙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런 부류에게도 매번 내가 손해를 자진해서 본다면 나를 호구로 보고 이용할 것이 눈에 보이듯 뻔했기 때문이다. 호구가 되지 않으면서 할머니의 가르침을 이어가려면 기준이 필요했다. 나는 상대를 배려하고, 작은 손해는 내가 질지언정 타인을 위하고 베풀 줄 아는, 호인의 길을 가고 싶었다. 호구와 호인의 차이를 생각해 보니 기준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는 가끔 쓸데없는 곳에 인내심을 쓸 때가 있다.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에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계속되는 부탁에 괴로워하면서도 어리석은 관용
소통 잘하고 계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소통은요." 하나. 사람 중심으로 대화 성격유형 MBTI 테스트할 때, 너 T(이성적 감성)야, 너 F(감수성이 풍부)야, 하면서 한동안 유행했던 문장 있죠. “내가 속상해서 빵을 샀어.” 그래요. 뭐라고 하시겠어요? 대화 시 빵 샀어? 무슨 빵 샀어? 어디서 빵 샀어? 얼마 주고 샀어? 하면서 사람 외 배경에만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 계시는데요. 소통을 잘하려면 사람 중심 감정 대화가 이뤄져야 해요. “무슨 일 있었어?” “지금은 너의 기분이 어때?” “아주 속상했구나!” 하면서 감정을 공감하고, 감정을 물어봐 줘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깊은 대화를 하게 되면요. “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어.” 할 때가 있어요. 우리는 그럴 때 당황스럽죠. 아직도 나에 대해, 내 감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나 자신과의 대화로 평소에 내 감정에 대해서 많이 느껴보시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스스로 많이 깨우쳐 보셨으면 좋겠어요. 둘. 경청 나의 편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귀를 기울이면 좋겠어요. 우리는 경청을 할 때도 내가 살아온 경험, 환경, 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듣
인연 어느 날 갑자기 오래된 인연의 고리가 ‘툭’하고 끊긴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어갈 수 없어 겨우 버티던 그때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이었다. 이유를 찾으려고 온종일 생각해 봤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마음에 의문이 해결되지 않으니 답답했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다 지난 과거일 뿐이다. 요즘은 신기하게도 오래전에 꿈꾸었던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꿈같은 현실을 살고 있다. 그 시작은 소중한 인연으로부터다. 누구나 살면서 정말 외롭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 인연의 고리가 끊겼던 몇 달 전,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정말 많이 외롭고 힘들었던 나는 자살만이 유일한 해결법이라 결론 내렸다. 그때 만난 고마운 인연이 있다. 글쓰기를 지도해주시는 스승님이신데, 힘들고 지친 내가 쏟아내는 넋두리를 진심으로 들어 주셨고, 과거를 털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다. 그때 스승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많이 힘드시죠? 그 힘든 마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