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러 가는 중에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오늘은 그대를 세 번째 만나는 날
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싶지만
가슴이 떨려 오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부르며 달린다.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제 열 살이 지난 나의 오랜 친구 같은 차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인 양,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오늘처럼 용기를 내느라 16년이나 걸렸다. 더구나 혼자 운전해서 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왜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새아버지이긴 해도 엄마 곁엔 항상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라는 핑계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항상 내 자식 생각이 먼저였다. 하지만 더 늦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당연한 일인 줄 진즉에 알았는데도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 둔 탓인지 용기가 필요했다. 미안함 뒤에 숨어있던 용기를 찾아보았다.
이젠 아이가 되어버린 엄마, 그 당당하던 기세는 어디로 갔을까? 엄마는 날 보자마자 환하게 웃는다. 맨날 답답해하고 화만 내던 엄마였는데 요즘은 나만 보면 웃는다. 그 모습이 나는 이리 왜 슬픈지 모르겠다. 외로우신 엄마, 평생 남편 노릇 제대로 못 했던 아빠 때문에 호강 한 번 못하고 살아온 엄마가 너무나 안쓰럽다. 나도 엄마가 되어보니 그 아픔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인생의 선배이며 선생님이신 엄마는 나의 글쓰기 선배이며 선생님이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 또한 엄마의 일기 덕분이니 말이다.
사춘기 시절 어느 날, 우연히 책장 정리를 하던 중에 낡은 일기장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엔 낯익은 글씨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엄마가 쓴 일기였다.
궁금증과 호기심에 못 이겨 조금만 보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새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그 글은 엄마가 삶에 지쳐 힘든 일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넋두리 같은 하소연이었다. 그 속엔 한량 같은 아빠에 대한 미움도 있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 애쓰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 또, 작은 몸집으로 당신 혼자서 삼 남매를 키우며 힘들어하던 악바리 같은 근성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글의 마무리에는 항상 희망이 품어져 있었다.
일기장을 덮으며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아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잃지 않았던 엄마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도 엄마처럼 괴롭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글을 써왔다. 그리고 글 속에 내 마음을 털어놓고 빈 마음 밭에 희망의 싹을 심곤 했다.
갖가지 싹들이 자라나 이젠 제법 풍성해진 마음 밭에서 나의 첫 스승인 엄마를 떠올려본다. 더 늦기 전에 엄마를 자주 만나야겠다. 조금 더 눈을 마주치며 웃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더 자주 손을 잡고 걸어야겠다.
늘 보고 싶은 엄마가 곁에 있어 참 감사하다.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하늘에 구름은 솜사탕이 아닐까? 어디 한번 뛰어 올라 볼까?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지. 용기를 내야지
윤미라(라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주요활동]
스토리문학 계간지 시 부문 등단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시니어 극단 울림 대표
안산연극협회 이사
극단 유혹 회원
단원FM-그녀들의 주책쌀롱 VJ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