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먹는 아이
8월의 무더운 여름 방학 날,
긴급 보육으로 6살 유아 한 명, 진아가 등원했다. 진아와 나는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노래를 부르며 징가 탑 쌓기 놀이와 역할을 바꿔가며 소꿉놀이에 몰입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더운 여름 기운을 식히려고 냉장고 앞을 서성거리던 나는 시원한 자연 장난감이 생각이 나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하얀 두부 한 모가 맨 앞에 자리하고 있어 꺼내 접시에 담았다. 그 뽀얀 물체를 손 위에 올려놓으니 두부의 물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자연 장난감으로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는 촉감이 손안에서 마음대로 변형하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하는 푸드표현 놀이 경험이 있던 진아는 그 놀이가 연상되는지 내게로 다가와 흥미를 보인다. 둘은 손을 깨끗이 씻고 두부를 반 모씩 나눠 각자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눌러 봐도 돼요?”
“그럼, 물론이지”.
진아는 시원하다며 꾹꾹 눌러 요리조리 보다가 부스러뜨리고 으깨며 논다. 흘러내리는 물기를 빼주려고 고사리 손 위에 내 손을 포갠다. 두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에 오줌 같다며 깔깔대고 웃다가. “누구 오줌이야?” 이구동성으로 박장대소한다. 두부를 꾹꾹 눌러대며 보슬보슬 해질 때까지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맞대어 한참 동안 그렇게 논다.
부스러진 두부 낱 알갱이들을 동그랗게 뭉쳐서 파랑 색종이 위에 가지런히 올려 본다.
진아가 다시 덩어리로 뭉친 대여섯 덩이를 이곳저곳에 펼쳐놓는다.
“구름이다!”
라고 진아가 말한다.
“구름이 그늘이 되었네. 시원하겠다!” 맞장구 한다.
파란색 도화지 위에 살포시 놓인 두부 부수러기는 작은 구름이 되어 떠다니는 것 같다.

“여기 두부 반 모가 남았네.”
나는 진아의 시선을 끌려고 도마 위에 올려놓고 네모 모양으로 두부를 잘라 가지런히 펴 놓는다.
“도와줄래?”
“계단 만드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빙고! 우리 진아 어떻게 알았을까, 멋지다! 그렇게 보여?”
신바람 난 진아는 사람들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두부를 엇비슷하게 차곡히 늘어놓는다. 튼튼한 계단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사리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연신 중얼거린다.
계단 위에는 사람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면 좋겠다고 깍두기 모양을 보더니 사람이라고 한다. 계단 윗 부분과 아랫부분 사이사이에 사람으로 하나씩 올린다. 하늘까지 닿을 듯 신나게 올리고, 깍두기 모양 두부 사람들을 이리저리 옮겨 본다.
시원한 두부가 주는 촉감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이야기를 짓는다. 상상의 나래를 펴 가던 진아는 해가 지고 구름도 땅으로 내려가면 밤이 된다고 한다. 한여름 더위에 식힌 두부도 흐믈흐믈 쳐지기 시작하니, “두부 계단도 힘들어요.” 안타까운 표정을 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계단을 올라가서 두부 계단이 허물어져요!”라며 밤에는 사람들도 모두 집으로 가서 아이들과 놀아야 된다고 한다.
놀이는 곧 아이를 주인공이 되게 한다. 그것은 하루 세끼의 시간도 순식간이다. 진아는 지칠 줄 모르는 이야기 속 마법사가 되고 건축가가 된다.
물기가 빠져 축 늘어진 두부 계단을 하나둘씩 차곡차곡 세워 올리니 사다리가 된다.
“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무엇이 있을까?”
“천국이요”.
갑자기 천국이라니... 다시 물어본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최근에 진아의 외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신 일이 떠오른다. 진아는 엄마에게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하늘나라에서 우리가 즐겁게 사는 것을 보시면 기뻐하실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 우리 이 사다리 타고 올라가 볼까?”
“할아버지 만나러 갈 수 있어요?”
“그럼. 우리 친구 할아버지 계시면 뭐 하고 싶어?”
진아는 얼른 옆에 있던 잡지를 보더니 “이거 가위로 잘라도 되어요?” 하고 묻는다.
알록달록한 부분을 골라 찢어낸 잡지는 어느새 하트 모양이다. 뚝딱 접어낸 하트를 환한 미소를 하며 고사리 손으로 내게 건넨다.
“하나 더 만들어도 돼요?”
“물론이지. 두 개나 어디에 쓰려고?”
“한 개는 원장님, 또 하나는 할아버지 거예요”.

"진아야, 천국에 계신 할아버지께 하트를 드리고 싶구나." 말이 끝나자 나에게 자신과 재미나게 놀아줘서 고맙다고 한다. 놀이를 통한 작은 성취는 행복감이 고조된다. 고사리 같은 손이 어느새 가슴까지 와닿았나. 손과 가슴 사이에 흐르는 혈류는 물보다 피가 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순수한 아이의 사랑은 진했고 내 가슴으로 전해져서 뭉클거린다.
“하트 두 개를 포개면 나비가 되어요”. 진아는 이어서
“원장님, 나비는 멀리 날아가니 할아버지 계시는 천국에도 갈 수 있겠지요?”
나비가 하늘 높이 올라가서 할아버지 만나고 왔으면 좋겠다 한다. 형언할 수 없는 눈빛으로 고마운 나비에게 꽃도 만들어주고 싶다며 네모 모양 접기로 어느새 꽃잎 하나를 나비 옆에 나란히 놓는다.
완성되자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을 글썽이던 진아. 사다리와 나비와 꽃의 이야기로 할아버지를 추억한다. 나는 꼭 안아 주고 싶다고 괜찮냐고 물으니 덥석 안긴다.
따뜻한 가슴이 서로의 온도를 맞출 때 진아는 낮잠 시간이라며 잠자러 가겠다고 한다. 그 이이가 두부를 힐끔 쳐다본다. “두부 전 해주세요. 좋아하는데!"라며 잠자리로 든다.
반질거리는 이마는 고요를 머금고, 두 눈이 감긴다. 진아 손에 나비가 된 하트를 쥐여 준다.
“두부 사다리 타고 할아버지께 전하렴!.“
새근거리는 콧바람 위에 동공이 움직인다. 두부 전 부치는 냄새에 몸을 뒤척인다.
행복을 먹는 아이는 ”지금 어디쯤 올라가고 있을까?“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br>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br>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br>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br>
](http://www.kecopress.com/data/photos/20241044/art_17302113883422_6ca843.png)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