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영의 마음공감

근거없는 소문과 말들에 휘둘리지 않는 법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올림픽이 존재한다. 스포츠 올림픽, 지식 올림픽, 심지어 술을 마시는 올림픽까지. 그 중에서도 내가 최근 경험한 가장 황당한 올림픽은 바로 ‘아무말 올림픽’이다.

 

이 올림픽의 규칙은 간단하다. 얼마나 근거 없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떠들어대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 이 경기는 일상 속에서 늘 열리고, 선수들은 놀랍게도 우리 주변에 가득하다. 문제는 내가 이 기이한 올림픽의 관객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네가 잘 될 리가 없어”라는 말의 기술

 

며칠 전 동료가 내게 말을 건넸다.

“너 이번 프로젝트 정말 잘했다며? 그런데 사실 그거 네가 운이 좋아서 맡은 거래.”

한순간 어이가 없었다. 내가 그 프로젝트를 위해 몇 달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반응이었다.

‘혹시 내가 정말 운이 좋아서 된 건 아닐까?’

그의 말은 증명된 사실도 아니었지만, 내 자신감을 잠식하는 데는 충분했다.

 

그 후로도 계속됐다.

“너, 걔랑 친하다며? 걔 이미지 안 좋은데 같이 다니면 너도 이상하게 보일걸.”

“네 발표 자료 직접 만든 거 맞아? 누가 대신 해줬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쯤 되니 나도 결국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험담이 아니라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아무말 올림픽’이었다. 더 자극적이고 더 황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혈안이 된 올림픽 말이다.

 

원치 않은 ‘관객’으로 끌려다니는 순간

 

놀라운 건 이 올림픽의 선수들이 대개 나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내게 호의적인 얼굴로 다가와 응원하는 척했고, 또 일부는 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내 이름을 흘렸다.

 

“내가 이 말을 하면 더 큰 반응을 얻겠지”라는 의도가 엿보이는 그들의 대화는 단순한 수다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가치를 흔들고 시험하려는 작은 함정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왜 나를 이렇게 평가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들의 말은 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들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주식 정보만큼 신뢰할 수 없는 소리들

 

요즘 세상에서 주식 정보는 믿기 어렵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확실한 투자처”라고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근거 없는 말은 단지 소음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두고 떠드는 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팩트 없이 던져지는 말들은 허공에 떠다니는 루머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 말들에 흔들리는 순간, 나는 아무말 올림픽의 관객이 아니라 선수로 끌려 들어가는 셈이었다. 그게 그들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반응하고 흔들릴수록 그들은 더 큰 금메달에 가까워지니까.

 

경기장은 나를 빼고 열어주길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런 경기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말은 내 노력을 부정할 수도, 내 성과를 지울 수도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내 성과와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아무말 올림픽에 아예 출전을 말자.”

그들이 아무리 내 이름을 입에 올려도, 나는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장은 나를 빼고 열어주시길. 나는 내가 선택한 무대에서 나만의 경기를 펼칠 테니까.

 


▲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