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 돌리는 사람
인생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85년간 이어온 조지 베일런트 교수 팀의 연구 보고서는 돈이 아니라 관계가 행복의 요소라고 한다. 관계가 인간의 행복에 가장 큰 요인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관계는 부부, 친구, 동료 등을 포괄한다. 그러면 관계의 핵심은 무엇일까? 소통이다, 소통이야말로 긍정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긍정의 좋은 관계라 함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역지사지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돌봄의 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이미 개인주의와 경쟁적 사회로 도래하면서 좋은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바쁜 삶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살펴볼 겨를도 없고 소홀하기도 쉽다. 그러하기에 지금 여기, 현재의 순간에 충실히 하는 자신으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한 때이다.
위 연구와 근접한 관점에서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푸드 표현예술치유를 통한 긍정의 관계로 이끈 나의 경험이 행복한 삶, 긍정의 관계 소통에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푸드표현예술에서 재료, 자연의 산물인 푸드 매체는 생명의 에너지이다.
지쳤을 때 먹어야 기운이 회복되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가 있다.
어느 임산부가 입덧으로 음식을 먹지 못할 때 푸드 매체를 다듬고 썰다가 순간, ”어, 내가 뭘 먹고 있잖아!“ 탄성이 나왔다. 뜻하지 아니한 세렌디피티! 이 임산부가 태교 교육의 일환으로 푸드표현예술치료 프로그램 활동 중에 생긴 일이다. 입덧으로 식음을 전폐한 고통을 호소하던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삼킨 것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음식에 대한 교섭 강박증(neophovia)이 자신도 모르게 기적처럼 해결된 신기한 일이 일상에서 일어난다. 푸드의 특성과 놀이를 통한 몰입의 경험이 주는 효과이다.
가지를 골랐다. 반짝반짝 빛나는 표면의 보라색이 신비롭다. 마치 나 자신이 빛을 뿜어낸 반사체로 여겨진다. 가지의 보랏빛 색감은 촉감까지 흠뻑 젖게 한다. 손안에 감싸며 꼼지락꼼지락 주무른다. 눈과 머리를 통해 인지한 것보다 더 탱탱하게 손바닥 가득한 탄력이 느껴진다. 통통한 가지를 칼로 자르니 미세하게 튕겨 나오는 이슬 같은 수분이 코끝과 입안을 자극한다. 침이 금방 고인다. 순간 미끄러지듯 침을 꿀꺽 삼킨다. 아리하면서도 비린 향과 냄새가 어떤 추억이 떠오른다.
평면으로 자른 가지는 속살처럼 새뽀얗다. 손가락 끝으로 꾹꾹 눌러본다. 폭신한 촉감에 침대 매트 같은 탄력이다. 금방이라도 누우면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비린 듯한 냄새와 아리 한 고유의 가지 맛 그리고 스펀지처럼 푹신함에 어떤 안온함이 온다. 편안하게 나를 감싸주는 따뜻한 것이 무엇일까? 그렇지!!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며 꿀꺽 먹어대던 그 비린 먹거리. 바로 그거였다. 잠시 그리운 엄마와 생명체 아가의 사랑스러운 시간이 교차한다.
뽀얀 가지 속엔 검은 점들이 박혀있다. 내 삶에 박혀있는 어떤 이야기를 엮어낼 자원들이 펼쳐진 것 같다. 그 자원은 부모님. 형제자매 그리고 그동안 나를 지켜본 많은 사람과 상황들이다.
작품은 가족들을 한곳으로 둥글게 모으고 어떤 나로 살 것인가? 질문한다. 물레를 돌리는 사람이 보인다. 이젠 조용히 쉬어가리라 다짐했건만 물레를 돌리고 있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란다. 가족과 이웃이 든든한 지지자이고 원동력이 되어 물레를 돌리는 힘의 원천이 되어 나를 세워 돕는 것이다. 그동안 나를 힘겹게 한 가족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들이 바로 나를 ‘상담 전문가’로 우뚝 서게 한 것이다.
나 자신의 마음 근력을 키우고 힐링과 치유를 위해서 시작한 심리 공부가 우연히 시작된 것 같으나 시의적절한 필요이다. 제2의 커리어가 되어 나를 지키는 디딤돌이요 발판이 될 줄은 몰랐다.
‘너 자신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현인이라 했던가. 우리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나의 필요를 바로 알아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잘 조절하며 삶을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바야흐로 힘든 일도 견딜 수 있다. 푸드표현예술 활동은 그동안 내가 알았던 나 자신과 모르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나 세상과 관통하는 소통의 즐거움을 가져다준 도구이다. 표현과정에서 객관적인 나를 바라보고 타인과 긍정의 관계를 형성한다. 내 안에 갇힌 세계가 확장된다.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은 삶의 필수 에너지이다.
긍정의 관계가 돈 보다 중요한 행복의 요소이다. 그러기에 지금 현재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푸드표현예술 활동
가지를 깍두기 모양으로 툭툭 썰어 그 안에 조각하듯 파낸다,
부드러운 가지는 입체적 문양을 파기가 수월해서 성취감과 만족감이 든다.
물이 고여 흘러내리도록 홈을 파서 각을 뜬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접시의 둥근 면을 따라 나란히 펼친다. 꼬치에 끼워 세우면 물레방아 돌리는 키가 된다. 맨 꼭대기 가지 꼭지를 잡고 돌리는 상상을 한다. 내 손을 따라 빙글빙글 돌며 물레에서 물방울이 튕긴다. 곡식이 탈곡하여 자루에 담기는 어린 시절 물레방앗간을 연상한다. 물레의 연합이 긍정의 인간관계의 연결과 상통되어 미소가 절로 난다.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