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하숙집
만약 당신이 100번째 생일을 맞는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통계청에서 올해 발표한 '100세 이상 인구 현황'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는 2019년 4,874명에서 2023년 7,634명으로 56.63%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100세 이상 노인 인구가 7000명을 넘어섰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000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라며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 예산과 지원이 더욱 확대될 필요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100세 시대가 남의 일이 아니다.
가깝게 지내온 100세 되신 어르신 두 분이 최근에 별세하셨다.
한 분은 언니의 시모님으로 103세에 돌아가셨다. 또 한 분은 100세 남자 어르신으로 평생의 업인 지관을 다 정리하시고 선산의 묘지도 어르신 사후에 관리할 사람이 없다며 생애 동안 깨끗이 정리하셨다.
어느 봄날, 100세 어르신은 배우자의 손을 잡고 교회를 다니시다가 세례를 받으셨다. 그날 은혜의 눈물을 뚝뚝 흘리시던 어르신은 가을에 노인병원에 입원하셨다. 그 후 3주 만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쯤 되면 복 받은 노후라고 여기지 않겠는가?
남겨진 95세 배우자는 요양보호사의 재택 서비스로 아쉽지 않은 나날을 보냈으나 어느 날 저녁, 음식이 기도로 잘못 삼켜져 폐렴으로 입원하셨다. 퇴원 후 양로원으로 가시는 것에 가족이 합의하였으나 당사자의 거부로 24시간 간병인과 지냈다. 하지만 간병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식사나 일상생활 적응이 만만치 않은 일이 발생하고, 어쩔 수 없이 양로원행을 결정했다.
소지품을 모두 정리 하시고 양로원으로 떠나시는 날, 나는 먼저 가신 부군 어르신처럼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라고 말씀드렸다.
“너무 오래 사는 거 아니야, 그러면 안 돼!!”라고 하신다.
작년에 수술 후 요양병원에 한 달 계시는 동안 기저귀를 거부하신 일을 겪으시면서 마음고생을 하셨던 일이 있었던 터였다. 작별 인사로 꼭 껴안았다. 두 어깨를 맞대자 들썩거리기 시작하고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서로 닦아 내려야 했다.
그 어르신 따님, 둘은 해외 거주자이다. 타국의 딸을 그리워하는 그들처럼 나 또한 그러하니 동병상련이다. 해서 남다른 관심과 연민으로 살핀 이웃사촌이다. 이러하니 나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에 혹 거동까지 불편해진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디에 살 것인지를 자주 고민하게 되는데, 그 해답 중 한 가지는 그들과 푸드 표현 상담사로 함께 하는 것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푸드 표현 예술치료는 음식을 매체로 하는 상담, 코칭으로 친화적 연대감을 느낀다,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되고 추억 회상도 쉽다. 존재를 드러내고 타인과 이해하며 관계할 수 있는 일상의 유용한 도구이다. 간식으로 먹다 남은 귤껍질이 안무가가 되기도 꽃이 되어 상호작용한다..
이렇게 그들과 만나다 보면 푸드 표현 상담사로서 어느 시설이 나와 결이 같은지. 일이든 섬김이든 거취를 꿈꿔볼 만하다. 그들의 정서지원과 치유에 보탬이 되고 나의 주거지가 미리 답사가 된다. 사회가 노인복지 시설과 혜택을 갖추면 좋으련만 각자도생이 불가피한 현실을 자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내가 필요한 곳에 쓰임 받다가 자연스레 관계하고 마지막 거취 선택에 망설임을 덜어내는 일이다, 어떠한가? 정보가 힘이 되고, 행복의 요소라 생각한다.
양로원 입소 전 깊은 고민으로 씨름하시던 95세 어르신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고 여기가 하숙집 같아, 참 좋네.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배우기도 한다네, 살만해.” 한시름 놓인다.
인생은 나그넷길, 하숙생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