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요즘 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질문하면 의외로 ‘택배 기사’라는 대답이 많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갖고 싶은 건 무엇이든 뚝딱 가져다주는 마법사로 보여 그런가 보다.
택배 기사는 더할 나위 없이 바쁜 시즌에 개구쟁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린다.
이미 알아버린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이지만 그 누가 준비했건 선물은 기쁨을 안겨준다. 선물을 풀 때 호기심 어린 눈빛과 웃음 띤 얼굴 그리고 얼른 풀어 보고픈 마음은 손을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상상만 해도 활기차고 행복해진다.
“나는 어떤 선물에 기뻐하는가?” 자신에게 질문해 본다.
가슴 아프지만, 의미 있었던 어느 가정과 함께 한 선물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오늘이 선물입니다!’
이 말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꿈과 같은 단어이다.
그들의 오늘은 어제 그렇게 열망하던 시간이 아니겠는가?
신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있다면 바로 오늘이 될 것이다.
오래전 크리스마스 날, 성탄 축하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향하다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케이크를 샀다. 직장 후배의 배우자가 갑작스러운 암 투병 말기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 갓 40이 된 환자 부부와 사춘기 자녀들이 집에서 우울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고등학생, 대학생인 나의 아이들에게 그 자녀들을 위로차 방문하자고 제안했다. 난데없는 엄마의 요청에 당황하더니, 아이들은 이미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들에게도 동행을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생사의 기로에 있는 그 가정 방문으로 그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라 믿었다.
예측대로 집 안의 침울한 기운은 겨울철 새벽 안개처럼 싸늘하게 몸을 감싸고 입마저 굳었다. 조심스럽게 환자에게로 다가갔다. 푹 패인 광대뼈와 움푹 들어간 거무스레한 두 눈을 보자 머쓱하기까지 했다, 두 손으로 케이크를 내밀고 겨우 입을 뗐다.
“메리 크리스마스!”
방방에 흩어있는 자녀들을 부르고 내 아이와 친구 두 명, 환자 부부 그리고 나, 아홉 명이 환자 곁으로 둥그러니 모여 앉았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축하 노래를 불렀다. 이대로 멈출 수 없다, 축하 천사로 변신. 각자 즉흥 노래를 하고 애정 담긴 이야기로 함께했다. 목소리 톤을 높이자 분위기가 고양되었다. 드디어 환자도 웃고, 그의 자녀들도 신나게 아빠 앞에서 춤과 사랑의 말을 나눴다.
그야말로 작은 교회가 환자의 거실로 옮겨진 것이다.
거룩한 자리가 되고, 우리는 그에게 천사가 된것이다.
“고맙습니다, 이제 내가 가도 집사람과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요. 마음이 아주 편해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선물같이 왔고, 금보다 귀한 날에 지푸라기라도 붙들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새해 둘째 날 후배의 배우자는 당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장례식에서 그의 아내는 차마 남편의 얼굴을 안쓰러워 못 보겠다며 온몸을 떨고 있었다. 한 달 남짓, 아직도 뉴욕의 겨울바람이 차가울 때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월남 쌀국수를 대접했다. 술술 넘어가던 국수가 목구멍에 자꾸 걸렸다. 칠리소스를 잔뜩 넣어서 안쓰러운 눈물과 함께 삼켰다.
2024년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선물 같은 오늘이 각별한 시절이다.
무작정 살 수 없기에 하루를 디자인하는 마음으로 설계한다. 하루 에너지를 잘 사용하고 루틴을 정하고 현재에 집중한다. 소유보다는 나만의 소소한 경험을 만들고 쌓는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우선순위에 둔다. 삶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질문을 서슴지 않는다. 타인과 소통하면서 나누면 더 커지는 것들이 무엇일지 살핀다. 살아남은 자가 받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이 글을 쓰고 읽는 우리에게 다가온 오늘은 무한한 감사요 행복이 아닐까?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