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원의 초콜릿 영어칼럼

Take the bull by the horns – 어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해결한다


어릴 적, 여동생과 함께 늘어놓던 하소연이 있었습니다. “싫다고 말하는 게 우린 왜 이렇게 어려울까?” 불편한 상황에서 참고 지나치는 날들이 많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문제를 해결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늘 타인에 대한 배려에 무게를 두고 교육하셨던 부모님의 영향 때문이었을까요? 나를 위해 용기 내지 못했던 어린 시절, 그때의 아쉬움이 아직 많습니다.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 있으니 말입니다. 곧 사춘기에 접어들 딸에게 지혜롭게 용기 내는 방법을 어찌 알려줄지 고민이 큰 요즘입니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를 직접 해결해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Take the bull by the horns> 이라는 영어표현이 있습니다.

 

- <by the horns> 두 뿔로 <the bull> 황소를 <take> 잡아라.

 

고대 그리스의 크레타 문명에서 황소몰이<bull-leaping> 라는 스포츠가 있었습니다. 황소가 달려올 때 뿔을 잡고 등에 올라타는 경기였답니다. 황소는 힘이 세고 무서워서, 그 뿔을 잡는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지요. 굉장히 위험한 스포츠였지만, 참가자 중 성공한 사람은 용기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황소의 뿔을 잡는 것"은 두렵고 힘든 상황을 직접 해결하려는 용기를 뜻하게 되었답니다.

 

현대에 들어 <Take the bull by the horns> 는 두렵지만 힘든 상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할 때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Child : Mom, I couldn’t focus on my work today because of my brother.

(엄마, 저 오늘 동생 때문에 집중이 안 됐어요.)

 

Mom : Take the bull by the horns and tell the teacher next time.

(다음에는 용기 내서 선생님께 말씀드려보렴.)

 

Child : What if she gets mad?

(선생님이 화내시면요?)

 

Mom : She won’t get mad. She will help you!

(그렇지 않을 거야. 너를 도와주실껄!)

 

화요일 저녁, 거실 창가에 놓인 널찍한 테이블에서 방문 선생님과 정하의 수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정하는 영어책을 또박또박 낭독하며 녹음하고 있었고, 선생님께서는 정하의 오늘 할 일 리스트를 살펴보고 계셨지요. 정하가 낭독을 절반 정도 마쳤을 때 즈음이었어요. 방에서 놀던 6살 동생 정우가 지루하다는 듯 터덜터덜 거실로 나오더니, 여기저기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누나의 수업을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엌으로 가더니 간식 수납함을 뒤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어요.

‘바스락, 바스락’, 과자 봉지 소리와 ‘스르륵, 스르륵’ 서랍 여닫는 소리가 거실까지 울려 퍼졌고, 정하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동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누나, 나 너무 심심해. 종이접기 할래."

거실 테이블로 다가와서는 누나와 마주 앉아, 가위로 종이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싹둑싹둑 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누나의 한숨 소리도 커졌어요. 그러다 집안이 좀 더웠는지 정우가 창문을 활짝 열지 않겠어요? 찬바람이 거실로 확 밀려 들어오자 누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가 봅니다.

 

"남정우! 제발 방에 가서 해! 나 공부 중이잖아!"

정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정우는 빨리하고 가겠다며 다시 종이접기에 몰두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차분히 말했습니다.

"괜찮아, 정하야.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할 일에 집중해 보자."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수업을 이어갔어요. 하지만 동생의 소란과 선생님의 무심한 반응 사이에서 정하는 답답함과 화가 섞인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았습니다. 계속 낭독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머릿속은 동생의 움직임과 소리로 가득 차서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정하는 손에 든 연필을 점점 강하게 잡았습니다. 동생이 너무 미웠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퇴근한 엄마가 집에 들어오자 정하는 바로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엄마! 오늘 정말 힘들었어요!"

엄마는 놀라며 물었습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정하는 터져 나오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습니다.

"정우가 계속 방해했어요! 굳이 제가 공부하는 곳까지 와서 만들기하고, 창문까지 열어놓아 너무 추웠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자꾸 괜찮다고 하셔서 제가 아무 말도 못 했단 말이에요."

 

엄마는 진지하게 듣고 나서 물었습니다.

"그럼 네가 선생님께 불편하다고 정확히 말해보지 그랬니."

정하는 잠시 멈추고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습니다.

"선생님이 괜찮다고 그냥 하자고 하셔서…. 말하기가 좀 그랬어요”

 

엄마는 따뜻한 미소로 정하를 포근히 바라봤습니다.

"정하야, 황소 알지? 황소가 마구 날뛸 때는, 뿔을 꽉 잡아야만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단다.” 엄마는 두 손으로 황소의 양 뿔을 꽉 잡는 듯한 흉내를 내며 말했어요.

“그런데 황소는 아주 크잖아. 그 뿔을 잡으려면 얼마나 무섭겠니.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용기 있게 맞서야 해결할 수 있단다. <Take the bull by the horns> 라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에서 쓰인단다. 네가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면, 조금 말하기 어렵더라도 용기 내서 말해 보렴.”

 

정하는 상상하는 듯한 얼굴로 웃으며 짓궂게 말했어요.

"그럼 정우의 뿔을 제가 이렇게 잡고 해결하는 거네요?"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맞아. 정우뿐만 아니라, 선생님께도 네가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거야. 다음번에는 황소의 뿔을 잡는 것처럼, 네가 먼저 용기 있게 말해 보는 거야."

 

정하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뒤 엄마는 동생을 불러 약속을 받았어요. 앞으로 누나가 수업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지 않기로요. 정하는 황소의 뿔을 잡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짐했습니다. 더 이상 불편한 상황을 참지 않고, 용기를 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답니다.

 

"The best way out is always through.”

(가장 좋은 탈출구는 항상 통과하는 것이다.)

- Robert Frost

 


 

 

김채원 작가

하루하루 만족하는 하루, 소확행을 그리며 영어를 가르치는 원장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초콜릿영어학원 원장
TBN "교통사고 유자녀 행복한 멘토만들기" 멘토
EVT 영어보컬트레이너
세바시대학 무대 3회
미국 WVC TESOL
053-981-125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