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정함을 말하다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대와 다짐을 안고 출발선에 선다.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계획한다. 하지만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 유난히 힘들고 복잡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런 날들 속에서 나를 버티게 했던 건 특별한 것보다는 소소한 다정함이었다. 그래서인지 새해를 맞아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바로 ‘다정함’이다.
말이란 참 묘한 힘을 지녔다. 따뜻한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밝힐 수 있지만, 반대로 날 선 말은 오랫동안 깊은 상처로 남는다. 특히 요즘 사회를 보면 솔직함이라는 이름 아래 무례함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분명 다르다. 솔직함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진심을 전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반면 무례함은 배려를 잃은 채 자신의 생각만을 앞세운다. ‘솔직함이 미덕’이라는 말 뒤에 숨은 무례함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차갑게 만들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는 침묵을 오해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의견을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생각 없는 사람’이라 단정 짓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침묵은 때로 더 깊은 배려와 사려 깊은 생각을 담고 있을 때가 많다. 말을 삼키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매너일 때도 있다. 이를 간과한 채 침묵을 나태함이나 무관심으로 치부한다면, 서로를 향한 존중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존중과 예의는 단순히 겉치레가 아니다. 그것은 곧 한 사람의 품격이다. 내가 상대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날카로운 비수가 아니라, 추운 날씨에 온기를 더해주는 담요처럼 다가가기를 바란다. 이러한 다정함이야말로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는 말의 온도를 만든다.
다정함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와 다른 의견을 틀렸다고 몰아세우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솔직함을 빙자한 무례함을 경계하며, 말 한마디에도 따뜻한 온기를 담으려는 노력이다. 때로는 침묵을 통해서도 존중과 배려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새해를 맞아 우리는 더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종종 우리의 말과 태도로 인해 멀어지기도 하지만, 다정함은 그 거리를 좁혀주는 힘을 지녔다. 그렇기에 다정함은 한 해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이자 덕목이다.
새해는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 시작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정한 말과 행동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정한 말 한마디를 더하며 살아가야 한다. 결국, 말과 행동에 담긴 온기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단단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새해에는 다정함으로 더 따뜻한 하루를 만들어보자. 작은 다정함이 쌓여 우리가 서로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다정함이 우리 삶을 채우는 한 해가 되기를, 그리고 오늘을 시작으로 내내 따뜻한 하루들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