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헬렌송귀의 마음요리

인간사, 과연 그러한가?


과연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일까?

 

평생 처음, 온 가족이 팔순 잔치를 기념하며 떠난 여행이 영면의 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안공항 사고 비행기, 179명의 사망자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 오열하고 있다. 마음 한구석 날카롭게 후벼 파는 아픔으로 온 국민과 함께하는 깊은 애도 속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일 우리 가족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생각조차 두려운 일이지만, 지구촌에 심심찮게 일어나는 재해와 인재 소식을 접하면서 심기일전한다.

 

지진, 태풍, 화재, 전쟁 같은 크고 작은 비극들이 세상을 끊임없이 뒤흔든다. 이번 항공사고로 인해 가족 동반 여행을 주저하거나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이치를 떠올리면서, 기쁨과 슬픔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세상살이에 좋은 일이 찾아왔다 싶으면 슬픔이 뒤따른다. 고통이 눈앞을 캄캄하게 가릴 때,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가 숨어 기다리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나의 부모님은 그런 인생의 무상함을 알고 계셨나 보다. 작은 사업을 운영하시며 일상 속 작은 위험마저도 조심스럽게 대비하셨다. 두 분이 고향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따로 이동하셨다. 아버지는 차를, 어머니는 기차를 이용하셨다. 혹시라도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같이 일 당하면 안 된다."라며 그렇게 사셨다.

 

그런 부모님은 손주들에게도 늘 따뜻함을 나누셨다. 친정을 방문하면 아이들 양손에 각각 용돈을 따로 쥐여주신다. 남편의 부모님은 손주를 보지도 못하고 일찍 돌아가셨으니 이것이 안타까운 부모님은 조부모님 몫이라고 두 몫을 챙겨주셨다. 아이들에게 조부모는 많을수록 좋다는 부모님의 말씀은 지금도 마음속 깊이 새겨져 아이들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도 조심스럽게 살아오시던 부모님의 삶, 과연 그러했을까?

 

30여 년 전 겨울날, 새벽 4시 전화벨 소리에 깼다. 바로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병원으로 달려 영안실에 다다랐을 때 두 분은 이미 세상과 작별을 하셨다. 차량마저 따로 다니시며 사고를 예방하셨건만 집에서 주무시다가 한밤중에 손잡고 가실 줄이야. 마지막 고향길은 영구차 두 대가 나란히 선산으로 향했다.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이별은 아침 햇살에 안개가 사라지듯 한날한시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다.

 

죽음은 그리도 예기치 않게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고, 부모님이 남기신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 후 삼십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마음으로 두 분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애도의 과정은 길고 또 깊었다. 삶 속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그때 배웠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종종 우리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험에 든다. 그러나 죽음조차도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다. 그분들의 따뜻했던 말 한마디와 행동들은 여전히 나와 가족들이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예측 불가한 희생자, 유족들의 감당하기 힘든 아픔에 비할 수 없으나 부모님께 올린 ‘천국 환송 꽃’ 작품으로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역경으로도 죽이지 못한 것들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한다.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