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 같은 인생
여행의 묘미는 무엇인가? 등산이라면 정상에 올라 한눈에 자연을 내려다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해 바다에 둘러싸인 강화도, 모노레일을 타고 화개정원을 지나 전망대로 향한다. 연산군의 유배지였고, 북한 땅이 보이는 그곳까지 가는 길, 천천히 오르는 모노레일에 몸을 맡긴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가득 품고 창밖을 바라본다. 가파른 레일을 따라 올라가면서 전망대에서 펼쳐질 광경이 궁금해서, 의자를 끌어당기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할까 하는 어이없는 상상을 한다. 목적지가 눈앞인데도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은 마냥 느리게만 느껴진다..
청년의 삶이 그렇다.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싶고, 높은 곳에 올라야 의미가 있을 것만 같다. 초조함과 설렘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린다. 정상에 오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믿으면서,
유리로 된 전망대 바닥을 차마 내딛지 못하는 동료에게 손 내밀고, 머나먼 타향이 된 북쪽을 바라본다. 지척의 거리들 두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로움에 감사한다. 인증사진을 남기며 하늘을 본다. 저 멀리 더 높이 독수리 두 마리가 짝지어 돌고 있다.
정상의 기쁨은 잠시,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모노레일로 돌아오라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짧은 성취의 순간을 지나 다시 하산하는 레일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성공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지만, 행복은 얻은 것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꼬꾸라지듯 심상치 않았다. 속도가 붙으며 몸은 휘청이고, 갑자기 발 디딜 곳조차 찾을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발을 세워 앞 좌석 벽에 45도로 세워 붙인다.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순간, 인생은 오르막뿐만 아니라 내리막도 만난다는 걸. 사회적 위치가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할 때, 내려가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젊었을 때처럼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아니라, 중심을 바로 잡아야 쓰러지지 않는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서야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서히 마음이 놓인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그제야 내려가는 것도 삶의 일부임을 문득 깨닫게 되고, 내리막길에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이었다.
내리막이라고 절벽만은 아니다.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출발점에 다시 와 닿는다. 처음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청년이 오르막길을 달리듯 인생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라면, 중년은 유유자적하게, 내리막길의 가파름에도 균형을 유지하며 내려가는 법을 배운다.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발란스를 유지하며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청춘도 중년도 목표를 향해 중심을 잡아가며 계속 달릴 수 있다.
내려가는 길 끝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오르막과 내리막도 충분히 누리길. 그 모든 순간이 삶인 것을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