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a leg – 행운을 빌어 “개똥이, 갑돌이”와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옛날에는 아기가 태어나도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고, 병도 많았기 때문에,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기가 키우기란 쉽지 않았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은 오히려 ‘예쁘고 귀한 아기를 귀신이 데려가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아기의 이름을 촌스럽게 지어 귀신이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고 해요. 지금은 이런 전통이 거의 사라졌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는 ‘개똥이, 갑돌이’와 같은 이름을 아이가 건강하길 바라며 일부러 지어주기도 했답니다. 비슷하게, 옛날 유럽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악령이 인간의 운명을 방해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Good luck> “행운을 빌어”라고 말한다면, 악령이 그 말을 듣고 행운 대신, 불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나쁜 말을 해야 악령이 속아서 진짜 행운이 온다고 믿었죠. <Break a leg> “다리를 부러뜨려.”라는 말은 이렇게 생긴 거예요! - 다리를 <a
생일 선물 ‘까 똑, 까 똑’ ’ 초등학교 때 단짝이었던 친구한테 메시지가 왔다. ‘생일 축하해. 늘 도전하는 멋진 내 친구, 항상 응원할게’ 그리고, 화장품세트 쿠폰도 함께 보내왔다. 아직 며칠 남았는데 제일 먼저 축하해준 친구의 마음이 고맙고 반가워서 바로 전화했다. “생일 되려면 한 참 남았는데 벌써 선물을 보냈어? 고맙다. 친구야.”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친구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하하하하, 있잖아, 하하하하하” 친구의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나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한참 웃고 나서 친구가 말했다. “내가 까먹을까 봐 미리 보냈어.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즘 자꾸 깜빡하는 일이 많아서 말이야, 아무튼, 생일 축하해.” 맞는 말이었다. “그래, 우리가 벌써 그런 걱정할 나이네.” 그렇게 한동안 수다를 나눈 후, 우리는 꽃피는 봄날에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나는 따듯함이 내 몸 전체로 퍼지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이 참 좋아서 한동안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생일을 챙기기 시작한 건 직장 다니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는 아침 밥상에 올라온 미역국과 식구들의 덕담 한마디면 ‘감지덕지’였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는 선물을 주며 특
봄은 시작이다 비가 온다. 봄을 재촉하는 비다. 겨울 끝에 내리는 비는, 떠나가는 연인의 뒷모습처럼 쓸쓸하다. 비가 그치면 봄 내음이 묻은 따뜻한 바람이 간지럽히듯,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봄바람은 쌀쌀하지만, 부드럽다. 온기를 품은 칼바람은 마음속까지 파고들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콕콕 찔러 꿈틀거리고 싶게 한다. 그래서인가? 봄이 오면 뭐라도 시작하고 싶고, 괜히 설렌다. 흔히들 봄은 시작의 계절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봄에 유난히 결혼식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올봄엔 지난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식을 못 치른 예비부부들의 결혼 소식이 많은 것 같다. 요즘은 대부분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앱 청첩장을 보낸다. 받자마자 아름다운 신랑 신부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바로 볼 수 있고, 초대 메시지와 함께 예식장 주소, 축의금을 받는 계좌번호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어 매우 간편해졌다. 예전에는 예쁘고 화려한 디자인의 카드에 초대의 글을 담아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 전해드렸는데, 어느새 카드 청첩장은 옛날식이 되어 추억 속으로 멀어져 가고 있다. 이번 주말에 가야 할 결혼식은 두 곳이다. 그런데 다음 주말에도 가야 할 결혼식이 또 있다. 새로운 시
bite off more than you can chew – 너무 욕심부린다. 능력 밖의 일을 맡다. 나이 터울이 많은 삼 남매의 맏딸로 자라다 보니, 언젠가부터 감당하지도 못할 일들을 도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툰 동생들이 잘하지 못하는 일까지 제가 해내어야 했고, 그럴 때마다 칭찬받는 횟수도 늘어갔지요. 칭찬보다 달콤한 사탕이 어디 있을까요? 어린 마음에 칭찬받을 일이 있다면, 뭐든 “제가 할게요!”라고 했던 기억에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너무 많은 일을 해보겠다고 의욕만 앞섰다가, 힘이 들어 혼자 눈물을 훔쳤던 적도 있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bite off more than you can chew>는 “너무 욕심부린다. 능력 밖의 일을 맡는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주 오래전 1800년대 미국에서 유래되었어요. 그 당시 사람들은 ‘씹는 담배’(chewing tobacco)라는 걸 즐겼습니다. 지금처럼 피우는 담배가 아니라, 껌처럼 씹다가 뱉는 담배였어요. 가끔 어떤 사람들은 욕심을 내어 한 번에 너무 큰 덩어리를 떼어 씹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입이 너무 꽉 차서 씹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고, 심지어는
꿈꾸는 자, 그 꿈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 스스로 질문한다. 꿈을 이루어가는 현실이 훗날 어떤 내 모습이 될지 상상하면서 오늘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긍정 확언을 한다. 적어도 나는 그 꿈의 싹을 틔우려 오늘도 고군분투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한 꼭지씩 칼럼으로 발행될 때마다, 미래의 나를 만나는 특별한 순간, 작가가 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글쓰기를 하면서 나를 파헤쳐 진솔한 나를 만나는 일에 사실, 주저할 때가 다반사였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는 고백에 이르고, 과거를 회상해도 내가 없는 ‘껍데기 인생’이었노라는 자책에 이르면, 꿈꾸던 책 쓰기를 주저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과 철학이 담긴 책 한 권을 꿈꾸며, 다시 도전하게 된다. 내 인생의 철학자가 되리라고 다짐하면서 쓴다. 내 삶의 과거를 소환하면 ‘소유’를 위한 투쟁의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살이에 IMF까지 겪으면서 ‘치열한 삶’만이 가정을 지켜갈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어느덧 그 시절도 지나서 이제 '존재'로서 사랑하면서 '향유'하는 삶, 그 여정을 담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 책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부싸움, 결국 ‘가치관’의 충돌이다 부부는 매일같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 아무 갈등 없이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싸움의 원인을 곱씹어보면, 의외로 ‘정말 중요한 문제’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이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 남편과 다퉜다. 우리 부부는 옷장을 나눠서 쓰고 있다. 나는 내 옷을 걸어두는 공간이 따로 있고,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남편이 자꾸 내 공간에 자신의 옷을 걸어두기 시작했다. 한두 번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반복되다 보니 점점 신경이 쓰였다. 어느 날 보니 내 옷이 한쪽으로 밀려 있고, 남편의 옷들이 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순간 화가 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강한 어조로 불만을 터뜨렸고, 남편도 똑같이 단호하게 맞섰다. 싸움의 본질은 ‘행동’이 아니라 ‘가치관의 충돌’ 싸움이 끝난 후, 왜 이렇게 감정이 격해졌는지 돌이켜보았다. 우리는 단순히 ‘옷거는 자리’ 때문에 싸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하지 말라고 한 걸 계속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고, 남편은 ‘내가 소리를 높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
웃음의 힘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우리가 웃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커튼을 젖혀 창문을 열고, 크게 한숨을 쉰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창밖 풍경을 감상한다.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를 바라보니 오늘의 일정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1) '음양탕' 한 잔을 마시고 ‘유튜브’에서 ‘모닝 재즈’를 찾아 들으면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팔다리를 길게 뻗어 좌우로 흔들어 주면 밤사이 뻣뻣해진 몸이 부드럽게 풀린다. 또, 목을 앞뒤로 끄덕이다가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려준다. 서서히 몸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지면 웃기 시작한다. 2) ‘마음 스트레칭’이다. 처음 시작할 땐 잠깐 웃는 것도 무척 어색했는데, 일주일쯤 계속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3분 이상은 거뜬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쉽고, 답답한 마음이 후련해져서 좋다. ‘마음 스트레칭’을 시작한 이유는, 얼마 전부터 찾아온 우울감을 스스로 극복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갱년기와 스트레스로 잠을 설치며 몇 달을 지내다 보니 면역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잠시 집 나간 의욕 때문에 점점 더 우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Beat around the bush – 빙빙 돌려 말한다 올겨울은 눈이 참 많이 내렸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눈이 잘 오지 않기로 유명해요. 둘째 아이는 7년 차 인생 처음으로 소복이 쌓인 눈을 밟아도 보았답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엄마 손을 꼭 잡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에 쫑긋 귀 기울이며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나 돌았습니다. 시린 바람에 어느새 빨개진 아이의 코끝을 보고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는 말을 하자니, 떼를 쓸 것이 분명했거든요.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답니다. “그만 놀자.”라는 말만은 피해 보려고, 온갖 다른 말들을 이리저리 떠올리며 말이지요. 다른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봐 빙빙 돌려 말한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상대의 마음을 언짢게 하지 않으려는 그 작은 배려가, 어떨 때는 꽁꽁 언 눈도 녹일 듯,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직접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한다”라는 표현을 할 때 쓰는 <Beat around the bush>라는 영어 표현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해요. <Beat around the bush>는 옛날 귀족들의 사냥 방법에서 유
런던 에스켈레이터, 멈춰. 세 자매는 나란히 이국의 땅에 발을 내디뎠다. 열네 시간 남짓 공중에 떠 있는 동안 맏이인 언니는 긴장을 놓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아들이 해외 근무차 떠나온 지 벌써 3년 차. 아들과 손자를 만나는 여정은 기내에서 하룻밤을 고스란히 보내고도 피곤한 줄 모르는 듯했다. 언니는 평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언니 아들이 초청한 효도 여행으로 두 이모도 동행했다. 여행은 설렘과 낭만에 가득 찼다. 과연 그러할까? “야~! 내 발이 땅을 딛고 있는지, 하늘에 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듬직해진 열 살의 손자를 데리고 나온 조카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언니는 낯선 곳에서 만난 아들이 대견한 듯 무척 기뻐했고, 사랑하던 손자를 힘껏 껴안았다. “할머니, 아파요!” 이튿날 이른 아침, 일찍 출근한 조카와 점심 식사 약속으로 회사 근처 기차역으로 갔다. 외출 나온 조카를 만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두 자매는 한동안 보지 못했던 언니의 표정에 덩달아 행복감이 올라왔다. 만개한 꽃처럼 화사한 모습! 어젯밤도 지새운 여독은 찾아볼 수가 없다. 3년 전, 해외 근무 소식에 언니가 한동안 우울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호불호와 미각 누군가는 민트 초코를 사랑하고, 누군가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고수를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한 입만 먹어도 비누 맛이 난다고 고개를 젓는다. 미각이란 단순한 취향이지만, 때로는 강한 감정까지 동반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른 맛을 좋아하고, 어떤 맛은 거부감이 들까? 단순히 타고난 신경세포의 차이일까, 아니면 경험과 문화가 만들어낸 차이일까? 호불호는 단순한 미각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맛의 취향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문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알 수 있다. 미각은 경험이 만든다 맛의 취향은 타고나는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미각은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맛은 편안함을 주고, 처음 접하는 맛은 낯설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처음 먹을 때는 부담스럽지만, 익숙해지면 중독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커피나 와인처럼 처음에는 쓴맛이 강한 음식도, 여러 번 마시면서 풍미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이 다른 이유는, 그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어떤 음식을 경험하며 자라왔는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미각이 이렇게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면,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