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영의 마음공감

보여지는 관계, SNS가 피로한 이유


 

‘좋아요’ 하나로 마음을 전하고, 댓글 한 줄로 관계의 온도가 판단되는 시대다. SNS는 분명히 우리를 연결시켜줬다.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관계를 이어주는 도구였고,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 다시 마주 앉게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 연결의 끈이 점점 우리를 조이는 올가미처럼 느껴진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연결되고 있는 걸까.

 

이 피로는 질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이제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에도 쉽게 놀라지 않는다. 부러움도 줄었다. 대신 느껴지는 건, 설명하기 힘든 피곤함이다. 자꾸만 확인하게 되는 피드, 놓치지 않고 ‘좋아요’를 누르는 습관,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요즘 왜 조용해?’라는 메시지를 받는 날.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할 것 같은 부담, 뭔가를 꾸준히 올려야만 존재하는 느낌. 그 모든 게 천천히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SNS 속 관계는 말보다 빠르고 감정은 더 얕다. 하지만 그 얕은 감정이 때로는 오프라인보다 더 섬세하게 상처를 남긴다. 누구는 내 글에 침묵하면서 다른 이의 피드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그런 걸 봤을 때 드는 아주 사소한 섭섭함. 말로 꺼낼 만큼은 아닌데, 혼자만 알기엔 분명히 불편한 기분. 그런 감정은 설명하기도, 털어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남고, 쌓인다.

 

피드를 넘기다 마주치는 익숙한 이름 하나에도 우리는 반응한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왜 나에겐 말이 없지’, ‘예전과 달라졌네’. 사실 상대는 아무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고, 내가 놓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간은 침묵조차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자주 계산하고, 조율하고, 자꾸만 애쓴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를 신경 쓰고, 그 기준에 맞게 반응을 조정하고, 그러면서 점점 피로해진다.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많은 감정이 피어오르고 사라진다.

 

이건 질투가 아니다. 그보다는 ‘끊임없는 확인’에서 오는 피로다. 타인의 삶이 문제라기보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계속 의식하게 되는 현실이 문제다. SNS는 이제 타인을 관찰하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끊임없이 해명되어야 하는 무대처럼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피드에 내 반응이 빠졌다는 이유로 관계를 걱정하고, 댓글 하나에 내 진심을 증명하려 애쓴다. 이렇게 피로한 관계 속에서, 정말 소중한 감정은 자리를 잃어간다.

 

그래서 누군가는 조용히 계정을 닫는다. 소리 없이 피드를 떠나고, 알림을 끄고, 자신의 일상으로 물러선다. 관계를 끊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피드에서 연결된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직접 말을 건네고 시간을 나누는 관계. 보여지는 나보다 ‘함께하는 나’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 그런 회복을 위해, 우리는 가끔씩 거리두기를 선택한다.

 

SNS는 결국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다. 보여지기 위한 관계는 언제나 피로하고, 언제나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관계는 반응이 아니라 연결이다. 좋아요의 숫자보다 서로를 떠올리는 빈도, 댓글보다 실제의 안부. 그것이 관계의 온도를 만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 애쓰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 그 자각만으로도, 관계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우리 자신은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다. 보여지는 세상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온기다.

 


 

 

최보영 작가

 

경희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
UM Gallery 큐레이터 / LG전자 하이프라자 출점팀
 
[주요활동]
신문, 월간지 칼럼 기고 (매일경제, 월간생활체육)
미술관 및 아트페어 전시 큐레이팅

 

[수상경력]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