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콜 인생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연극배우 활동이 올해 벌써 17년째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그렇게 시작한 배우의 길은 힘들고 고단해서,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야’라고 다짐하지만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보다도 열정 넘치는 예술인으로서 자부심이 크다.
예선 대회 준비를 2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7개월간 작품 속 배우들과 함께 지냈다. 여러 번 했던 공연이라 쉽지 않냐고들 하지만 연극이 무대에 올라오기까지 결코 쉬운 작업은 없다.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는 순간은 어떤 순간보다도 설레고 가슴 벅차다.
관객과 만나기까지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기획, 연습, 공연으로 연극은 나눌 수 있다. 특히 기획은 무대 셋업의 시작이므로 무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대 장비, 조명, 음향 시스템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가능한 최적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조명 효과를 재구성하여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도록 가장 좋은 장면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연습과 공연까지 모든 과정을 막힘없이 진행하려면 전반적인 시간 관리가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연습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제작팀이 구성되면 작품을 선택하고, 작품에 따라 배우팀과 스텝팀을 구성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된다. 연습의 첫 단계는 작품 분석이다. 작품 분석에는 시대적 배경, 사건,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 등을 분석하고 다음 단계로는 대사와 움직임으로 장면을 만들어 가면서 연출과 배우가 서로 자신이 분석한 생각의 차이를 논쟁하면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연출이 만들어 놓은 틀에 배우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그 시간 동안 서로 생각의 간극(間隙)을 좁히는 연습 과정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마지막이 공연이다. 무대의 꽃은 배우라고 하는 만큼 가장 빛나는 역할은 역시 배우다. 그러한 이유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이 숭고한 작업을 계속하는 게 아닐까? 긴 기간 동안 열정을 쏟아 연습한 연기, 나를 집중해서 비춰주는 조명 아래에서 땀 흘리고 침 튀기며 열연할 때의 희열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그 순간이 배우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연극에서는 작은 역할, 큰 역할이 없다. 공연을 마치고 막을 내리면 관객은 출연한 모든 배우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우리네 인생처럼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에게 공평하게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가장 극적인 순간을 연극처럼 잘 극복해 냈을 때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응원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지켜봐 주는 관객이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용기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멋지게 잘 살았을 때 ‘앵콜 인생’이라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고 싶지 않을까? 나는 앵콜이 있다고 믿고 멋있게 열심히 살고 싶다. 혹시 모르니 말이다.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