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날개짓할 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두려움과 마주한다.
두려움은 실패의 가능성과 상실, 관계에서의 상처, 낯선 환경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움츠러들게 한다. 사실 두려움은 결코 우리가 피해야 할 감정만이 아니다. 이는 본능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가장 원초적인 힘인데 말이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생존을 위한 본능, 말 그대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삶의 용기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 즉 자세가 필요하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그들의 인생을 책임지고 키우려 노력한다. 사랑과 신앙으로 보듬으며 최선을 다하지만, 그들을 바르게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녀 양육에 온힘을 다해 애써도 아이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럴 때면 ‘신앙은 불확실성 속에서의 도약’이라 케고르가 말했듯이, 도약의 발판인 신앙의 힘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든든한 믿음이 흔들거리기도 한다
네 살 된 아들과 손을 잡고 들판을 유유히 걷고 있었다. 아이가 어릴 적이다.
아이의 가느다란 손목을 번쩍 들어 올리면 껑충 건너뛸 수 있다. 하나둘 셋 세면서 신명나는 아이는 팔을 더 높이 올려 달란다. 네 살 답지 않게 왜소한 몸은 가볍게 스프링처럼 튕겨 오르고, 발이 땅에 닿을라치면 널뛰듯 바닥을 박차고 다시 뛰어오른다. 꼬맹이의 짧은 다리 보폭과 엄마와의 발걸음을 맞추며 까르르 웃어대면 먼 길의 부담도 어느새 잊는다.
덩달아 신난 것도 잠시, 눈을 돌려 앞으로 향했다. 개 한 마리가 오고 있었다. 진돗개 같은 누렁 빛깔이다. 동행인도 없이 목 보호대, 끈조차 없다. 그 개는 우리 앞으로 잰걸음에 달려왔다. 가까워지자 나는 온몸이 오싹해졌다. 개가 아니라 여우였다.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아이를 얼른 내 뒤로 감췄다. 금방이라도 아이에게 달려들 것 같았다. 당하느니 선제 공격을 결심했다. 매사에 수비형이었던 내겐 상상치 못할 결단이었다. 바로 여우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쿵쾅거리던 가슴을 심호흡으로 가라앉혔다.
“000 이름으로 물렀거라!!” 나도 모르게 신을 부르며, 큰 소리로 힘차게 외친 것이다.
어느새 내 두 손은 여우의 뾰쪽하게 튀어나온 입 부분을 틀어막고 있었다. 뾰쪽한 주둥이가 손안으로 쏙 들어와 별 탈 없이 잡았다. 두 손을 맞물려 죽을힘을 다해 눌렀다.
두려움이 가시지 않아 한 번 더 외쳤다. 그때 여우가 숨을 못 쉬고 스르르 주저앉는 것이다.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려했지만, 몸은 균형을 잃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쩔쩔매다가 화들짝 깼다.
“아, 꿈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감사합니다!”
꿈에서 깬 후, 불확실했던 내 신앙이 아이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하지만, 꿈과 같은 형태로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세계가 있다. 꿈속의 여우는 나의 불안과 두려움이었고, 그것을 이겨낸 것은 신앙을 통한 확신이었다. 이 믿음은 삶에 긍정적 영향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날, 무의식의 신앙적 확신은 아이에 대한 염려를 떨쳐내었다. 꿈을 통해 두려움을 넘어서는 신앙의 도약과 엄마의 믿음과 사랑이 큰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불안과 의심 속에서도 꿈처럼 신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현실에서 확신을 얻은 것은 보이지 않는 믿음이었다.
특히 꿈의 무의식적 메시지는 두려움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었다. 그 극복의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고 우리는 삶에 주체가 되는 것이다.
또한, 믿음의 힘은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한계에서 멈춤이 아니라 한 걸음이라도 내디뎌 보는 것이다. 두려움을 부정하거나 피하려 하기보다, 용기를 내어 그 문턱을 넘어서 보자. 그곳에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 산불로 한반도의 한 부분들이 화마에 시달려 시름 하고 있다. 유족과 재난민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 하늘의 큰 위로와 도우심을 구하며 간절히 기도한다. -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