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out of steam – 체력이 고갈되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 겨울 방학 숙제로 ‘기차에 관한 책’을 받아왔습니다. 그냥 책이 아니라, 개학 후 ‘북퀴즈’를 대비하기 위한 책이었어요. 방학 동안 엄마와 책을 열심히 읽어오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제게 책을 읽어달라 졸랐댔지요. 북퀴즈에서 1등 트로피를 받겠다며 말입니다. 똑같은 책을 매일 반복해서 읽어주는 게 너무나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이와 가끔 꺼내 보며 웃을 수 있는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었어요. 덩달아, 저야말로 정말 ‘기차 도사’가 되었답니다. 혹시 여러분은 증기 기관차가 무언지 알고 계시나요? 19세기에 사람들은 증기 기관차로 여행을 다녔답니다. 자동차와 전기 열차가 등장하기 전이었지요. 휘발유와 전기가 아닌 증기로 나아가는 기차였습니다. 석탄을 용광로에 넣고 태우면서 물을 끓였고, 그 물이 증기로 바뀌며 엄청난 압력과 에너지를 냈습니다. 하얀 증기<steam>를 구름처럼 내뿜으며 달리는‘증기 기관차’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만약 기차에 석탄과 물이 다 떨어지면 어찌 되었을까요? 더 이상 증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고, 증
새로운 설날, 우리의 설을 되묻다 설날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이지만, 그 풍경과 의미는 시간이 흐르며 많이 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설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가족들이 한데 모여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웃음소리와 함께 차례를 올리던 장면은 누구나 간직한 명절의 단면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설은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고향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가족 모임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전통의 퇴보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춘 자연스러운 진화일까? 설날, 달라진 풍경의 의미 설날은 한 해를 시작하며 가족, 친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의 모습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고향으로의 귀성’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날을 즐기고 있다.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가족, 명절 특수를 노린 호텔 패키지를 예약하는 젊은 세대, 혹은 한적한 집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까지, 설날의 모습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명절의 전통적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은 현
외할머니의 도마 덜컥 가게부터 얻어놓고 몇 달째 비워 두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17년째 해오던 지역 예술 활동을 그만두려는데, 마무리만 벌써 6개월째다. 공방은 도마를 다듬고 이름이나 로고, 기념 문구 등을 프린팅해서 판매할 수 있다. 지인들은 언제 오픈하냐고 난리인데 정작 주인인 난 천하태평이다. 한두 달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그동안 바지런 떨며, 나름대로 자부심도 컸다. 그런데 막상 내려놓자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진짜로 몇 주간은 꼼짝 못 하게 생겼다. 새해는 밝았고 명절은 다가온다. 핸드폰은 내 속도 모르고 새해 인사와 덕담 메시지를 열심히 배달한다. 예전 같으면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담으려 정성껏 답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필코 쉬어 가리라 마음먹었으니 대충 넘겼다. 그러다 문득 오랜만에 동창에게 온 메시지를 보았다. 중학교 시절 늘 붙어 다니던 단짝 친구였다. 몇 달 전, 통화하면서 내가 공방을 운영할 계획으로 가게를 얻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친구는 그걸 기억하고 명절 선물용으로 도마 다섯 세트를 주문했다. 고맙고 기분 좋았다. 반가운 마음에 당장 친구에게 전화해 신나게 수다
공감받으며 살고 계시나요? 자신을 잘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을 공감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죠. 세상에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더 많으니까요. 서로 공감하며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삶을 살고 계시나요? 우리는 힘들 때, 소통을 더 간절하게 원하지요. 그런데요, 진짜 힘들 때는 소통이 어려워요. 그 순간은 나만의 생각에 빠져 마음도 불안하고 그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잘 없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앞에 보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벽이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상대는 나의 처지를 모르기 때문이에요. 할머니께서 유치원생 앉혀 놓고, 살아온 인생을 털어놓으며 위로해달라고 매달리고 있는 느낌과 비슷하겠지요.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에게 “아~삶이 힘들게 느껴진다”했더니 친구가 자기는 아직 힘든 감정을 잘 못 느껴봐서 공감이 안 된다고 했어요. 그 후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그 이야기를 다시 언급했을 때, 자신이 그랬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했지요. 많이 힘들고 지칠 때, 그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죠. 스스로 듣고 싶은 말을 자신에게 많이 들려주며 위로해 보면 좋겠어요. 우리는 삶에서 크고 작은 고통을 느껴요.
집의 온기 며칠 동안 그치지 않는 업무로 인해 쉴 틈이 없었다. 온갖 서류 더미에 파묻혀 심신은 시들은 채소처럼 축 늘어진다. 이쯤 되면 쉴 수 있고 안식할 수 있는 집이 간절해진다. 못다 한 업무 서류를 챙겨 집으로 향한다. 집 문 앞에 서서 깊은숨을 들여 쉰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른다. 손이 떨리고 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내 기억이 다르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요란한 경고음만 울린다. 출근 전, 사소한 다툼으로 굳은 표정을 하고 있을 남편 얼굴이 떠오른다. 아직 풀리지 않은 그의 마음을 헤아리니, 내 손이 떨렸나 보다. 힘든 마음은 열리지 않는 현관문처럼 집안으로 들어서기가 망설여진다. “나는 내 집이 있는가?” 발길을 돌려 길가로 나선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눈이 조금씩 날린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에 손을 내밀어 본다. 보슬보슬한 눈송이가 살포시 앉는다. 느린 걸음을 멈추어, 하늘 한번 올려 본다. 집 앞 커피숍에 들어가 서류를 꺼낸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로 남편은 거의 집에 있다보니 집 안을 세심하게 챙긴다. 사소한 지적이지만 부담이 된다. 그 불편함을 마주하기 두려운 마음이 잦아지면서 나는 이방인이 되곤 한다. 그럴 때면 커피숍에서 마음 달
Give someone the cold shoulder – 무시하거나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여러분은 주말을 어찌 보내시나요? 저는 이따금 아이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곤 합니다. 아이는 모처럼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엄마들은 함께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나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요.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은 아니지만, 신이 난 아이들의 목소리와 육아 동지들과의 공감 가득한 대화는 집안 공기를 따뜻하게 채워 줍니다.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날이면, 그런 날은 어김없이 대청소하는 날이 되지 않나요?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니지요. 아침부터 온 가족이 분주합니다. 청소 막바지에는 쾌적하게 환기를 하고, 바닐라 오일과 시나몬 스틱을 데워서 집안에 향기를 채웁니다. 청소 막바지 쾌적하게 환기를 한 후, 바닐라 오일과 시나몬 스틱을 데운 향기는 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따뜻한 음식과 좋아하는 타입의 향기로운 커피를 준비하지요. 그렇게 우리 집을 방문해준 손님을 환대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중세 유럽,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예의였다고 해요. 예를 들어, 뜨끈한 수프나 갓 구운 빵, 따뜻한 고기 요리를 내놓으며 손님을 환영했지요. 그런데 만약 손님이
새해 다짐, 다시 시작하는 용기 매년 반복되는 의식, 새해 다짐 1월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새해 다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 해의 목표를 세우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 헬스장 등록률이 급증하고 다이어리와 계획표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이 시기의 흔한 풍경이다.그러나 이런 열정은 대개 작심삼일로 끝난다. ‘올해는 꼭 다르다’며 힘차게 출발했던 다짐이 언제 그랬냐는 듯 흐려지고, 원래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일쑤다. 그렇다면 매년 반복되는 이 의식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새해 다짐은 단순히 새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한 해 동안 쌓였던 후회와 미완성된 일들을 돌아보며 자신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고,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하는 희망의 선언인 셈이다. 다짐이 단순히 의욕적인 시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질적 도구가 되려면,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접근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다짐이 실패하는 이유: 목표 설정의 함정 많은 사람들이 다짐을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막연한 목표를 세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열심히 해
물방울 속 세상 쉼을 위해 제주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친구의 부모님이 하시는 감귤밭을 찾아가던 길에 우연히 김창열 미술관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화가는 물방울 그림 작품을 많이 남겼다. 처음 작가의 그림을 마주했던 때는 투명한 물방울처럼 순수했던 20대 초반이었다. 가난하던 사회 초년시절, 단풍이 예쁜 계절마다 과천에 있는 놀이공원에 있는 동물원에 들러 동심에 젖어보곤 했었다. 돌아오는 길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들러 화가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나름의 사치를 누리곤 했었다. 그때 만난 그림 속 물방울과의 조우는 학창 시절 화가의 꿈을 키웠던 소녀의 마음에 촉촉하게 스며드는 이슬방울처럼 다가왔다. 김창열 화가는 1929년 12월 24일에 태어나 2021년 1월 5일에 별세했다. 초기에는 앵포르멜 계열의 작품을 그리다가 1970년대부터 물방울을 소재로 다루면서 ‘물방울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의 물방울 작품은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해외 미술계에서도 미학적 논의와 관심을 일으키며 한국 현대미술의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행복한 일이지요. 내 마음속에,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고 상대의 마음속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까요. 마음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있으신가요? 바쁜 일상에서도 마음속 공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은 나를 미소 짓게 해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마음껏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무엇인가를 사랑할 때, 마음은 따뜻해져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일탈, 사랑하는 여인과 아름다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일은 행복이라는 글자에 예쁜 색깔을 입혀주지요. 사랑할 때, 사랑을 고백받은 날 기억하시나요. 연애가 시작되기 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그 순간 심장이 뛰고 설레고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벅찬 기분요. 그의 따뜻한 온기로 내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죠. 그날은 그와 함께 시작되는 첫날로 새로운 꿈을 꾸며 행복하잖아요.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많이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미소 짓고 있을 때, 그 순간의 함께 하는 사람과 환경을 기억하며 마음껏 즐겨 보시고, 주변에 그 행복
인간사, 과연 그러한가? 과연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일까? 평생 처음, 온 가족이 팔순 잔치를 기념하며 떠난 여행이 영면의 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안공항 사고 비행기, 179명의 사망자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 오열하고 있다. 마음 한구석 날카롭게 후벼 파는 아픔으로 온 국민과 함께하는 깊은 애도 속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일 우리 가족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생각조차 두려운 일이지만, 지구촌에 심심찮게 일어나는 재해와 인재 소식을 접하면서 심기일전한다. 지진, 태풍, 화재, 전쟁 같은 크고 작은 비극들이 세상을 끊임없이 뒤흔든다. 이번 항공사고로 인해 가족 동반 여행을 주저하거나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이치를 떠올리면서, 기쁨과 슬픔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세상살이에 좋은 일이 찾아왔다 싶으면 슬픔이 뒤따른다. 고통이 눈앞을 캄캄하게 가릴 때,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가 숨어 기다리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나의 부모님은 그런 인생의 무상함을 알고 계셨나 보다. 작은 사업을 운영하시며 일상 속 작은 위험마저도 조심스럽게 대비하셨다. 두 분이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