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미의 마음길

-공감- 돋보기로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공감은 다른 사람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처음 가는 장소를 탐험할 때처럼, 사람의 마음도 돋보기를 끼고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병원에 입원 중이셨던 엄마가 저를 부르셨습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필요하신 용품이 있다고 하셔서 슈퍼마켓에 들렀지요. 그곳에는 찾는 물건이 없어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손장난을 치며 만지작거렸던 지갑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놀란 마음을 안고 왔던 길을 몇 번이고 두리번거리며 찾아봤지만, 지갑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엄마에게 갔습니다. 혼날까 봐 무서워서 멈칫하는 저에게 엄마는 "왜 이렇게 늦게 왔어?"라고 물으셨습니다. "분명히 지갑을 손에 잡고 왔는데, 없어졌어요." 엄마는 잠시 당황하는 듯하셨지만 "없으면 바로 왔어야지, 안 와서 놀랐다" 하시며 저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혼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려고 할 때, 아버지께서 저를 향해 "엄마가 네가 많이 놀랐다고 하더라. 우황청심환 먹고 자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날 지갑을 잃어버린 것보다 우황청심환을 통째로 삼키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큰 덩어리였거든요. 아버지께 혼날까 봐 그냥 삼켰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 목이 막히는 듯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의 마음을 돋보기로 더 자세하게 확대해 보려 합니다.

 

“마음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그때의 마음은 검은색, 빨간색, 하얀색으로 느껴집니다.”

 

“검은색은 무서운 마음, 빨간색은 우황청심환을 먹기 싫은 마음,

하얀색은 나의 숨어 있는 감정까지 헤아려 주려고 하신 엄마의 마음,

내가 많이 놀랐을까 봐, 우황청심환을 사서 오신 아버지의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공감을 받고 싶나요?”

“실수로 지갑을 놓쳤지만, 고의가 아니니까, 부모님이 저에게 ‘나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괜찮다며 안아주고, 토닥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유미야!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우리 딸! 많이 놀랐겠다. 어떤 순간에도 아무도 너를 해칠 수 없어! 무서워하지 마!

엄마, 아빠가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야! 오늘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편하게 자렴.

사랑해, 우리 사랑스러운 딸”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아동교육 학자-

 

혹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나보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때로 어른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의 돋보기를 꺼내어, 그때 그 순간 느꼈던 작고 소중한 감정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두려웠던 마음도, 서운했던 마음도,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소중한 나의 일부입니다. 그 모든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과거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 늘 평온하고 따뜻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서유미 작가

 

마음치유 상담과 마음치유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길을 찾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삶과 꿈을 쓰는 작가이다.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저서 '마음아, 아직 힘드니'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