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헬렌송귀의 마음요리

시니어 모델, 청춘을 입고 잇는다

 

대자연에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란 뜻을 담은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청춘’입니다.

 

인생에도 풋풋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는 때를 청춘이라하지요.

 

 

꽃샘바람이 일렁이면, 겨우내 찬 기운은 쌩하게 달아나고 ‘봄’이라는 대자연의 청춘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지요. 메마른 땅을 박차고 솟아난 새싹들은 조만간 노랑, 하양, 분홍빛으로 대지를 물들일 것입니다. 대자연은 이렇게 봄날을 뽐내고, 인생도 한 번뿐인 청춘을 만끽합니다.

 

소중한 것은 빨리 지나가 버립니다. 청춘도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젊고 이쁜 사람의 패션쇼에 시니어 모델로 과감히 나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곁에 머물러 주지 않은 청춘을 다시 입은 사람들이죠.

 

’K-NOW 시니어 모델 1주년‘ 패션쇼

 

젊음이 청춘이라지만, 처음 맞이하다 보니 그 무게감에 때로는 버거워하기도, 방황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시니어에게 청춘이란 가물거리는 ‘라떼’의 추억만 남기고 이미 사라지고 퇴색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청춘을 입고, 두 번째 청춘을 잇고 있었습니다.

 

사방이 순백인 런웨이. 천장의 조명은 보라, 핑크, 노랑으로 변화를 준 시니어 모델과 패션 그리고 무대가 조화를 이룹니다. 첫 무대는 보라와 검정. 이어서 분홍과 회색의 조화는 봄이 마치 내 곁에 와 안긴 듯합니다.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모델들은 발레를 하듯 우아한 걸음걸이를 하고, 탱고처럼 긴장감과 박력으로 끌어냅니다.

 

한 명씩 독특함과 세련됨을 만끽하는 동안 둘이 되고 셋이 되면서 인간 예술 작품이 되어갔습니다. ‘인생은 예술이다.’ 그야말로 젊은이에게서 봄 직한 자신감과 중년의 완숙함을 다 표현해내는 그들은 자신의 특유한 연륜을 마음껏 표출해내고 관중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옷에 따라 다양한 표정은 다비드 조각상 같은 완성된 작품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시선과 어깨 그리고 손놀림이 정교하고 완숙해서 그들의 나이를 잊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선택한 그들의 미지의 세계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손짓하며 사랑. 용기. 감사. 희망, 즐거움 그리고 못다 나눈 가치들로 인해 한층 더 젊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초대를 받고 망설였습니다. 먼 곳까지 가려면 힘들 텐데,,, 그 나이에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등등. 부끄러운 우려였습니다. 그들은 얼떨결에 지나쳐버린 소중한 청춘을 다시 입고, 청춘과 중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 훌륭한 예술 작품을 창조한 그들이 옳았습니다. 위대한 시니어, 벅찬 가슴으로 손바닥이 뜨겁도록 박수를 보냅니다.

 

청춘이 무엇일까요?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완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 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78세, 사무엘 울만이 쓴 명시 ‘청춘’, 자신의 런웨이 무대를 상상합니다.

 

 

홍헬렌송귀 작가

 

마음공감 코칭 & 심리상담센터장
학력 : 칼빈대학교대학원(심리상담치료학,상담학석사)
경력 : 현)한국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이사 /분당노인종합복지관 상담사/ 용인시 교육지원청 학생삼담
저서(공저) : [자존감요리편 10인10색마음요리2] [시니어강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한민국경제신문]